뉴욕타임스의 기회균등연구프로젝트 덕분에 미국의 모든 대학에 대해서는 학부모집단의 경제다양성과 졸업동문의 경제이동성에 관한 몇 가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첫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대학별로 재학생들의 경제적배경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소득계층별 접근성 정보다. 연구진은 1991년에 태어나 2013년에 대학을 졸업한 학생의 부모가 2013년에 국세청에 제출한 소득신고서를 익명으로 제공받아 정리했다. 먼저 검색대상 대학의 2013년 현재 졸업반 학생들의 중위가족소득액이 제시된다. 그리고는 그 학생들 가운데 2013년의 소득상위 0.1%, 1%, 5%, 10%, 20% 출신이 각각 얼마나 되며 하위 20% 출신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준다. 두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34세 졸업동문의 소득수준정보(중위소득 및 동년배 중 소득상위1%, 5%, 10%, 20% 진입비율)로서 대학교육의 경제적 결과를 보여준다. 34살 졸업동문의 소득수준을 조사한 이유는 그 이후로는 소득분위가 유의미하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경제이동성과 관련된 두 개의 정보다. 하나는 34살 졸업동문 중 소득5분위 기준으로 본인의 출신분위에서 2분위 또는 그…
“끼이익” 커브를 돌자 갑자기 뒷바퀴가 몸에서 떨어져나간 다리처럼 제멋대로 허우적거렸다. 차는 크게 S자를 그리면서 미끄러져 나갔다. 브레이크를 밟은 오른발에 ‘드드드득’ 하는 잔망스러운 느낌이 전해져 왔지만 차는 멈추질 않았다. 건너편 차들이 황급히 멈추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고 그 운전자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순간 스쳐갔다. 차는 중앙선을 크게 지나 겨우 멈춰 섰다. 등골이 오싹했다. 살살 차를 몰아 갓길에 세웠다. 엄동설한에 배달 일을 시작한지 불과 일주일 만에 생긴 일이다. 2022년을 코앞에 둔 지난 연말에 나는 큰 결심을 했다. 그렇게 계속 살 수는 없었다. 우선 생활비가 바닥났고, 빚은 늘어만 가고, 둘째는 고3이 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배달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몸뚱이 하나만으로 돈벌이가 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1톤 트럭을 출퇴근용으로 제공한다는 사장의 말에 혹했다. 나는 운영하던 회사를 휴업하고 법인차를 처분하여 차가 없었다. 한편 마음이 시끄러울 때 몸 쓰는 일이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2-3년을 돌이켜보니 나는 심신이 너무나 황량하게 지쳐있었고 생활은 건강하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 살다가는 폐인이 되겠구나…
젊은 날 빛나고 아름다웠던 사람이 나이 들어가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추해지는 모습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만난다. 한때 안중근 참모중장의 가장 가까운 동지의 한 사람이었던 엄인섭이 대표적이다. 그는 일찍이 연해주로 건너가 안중근과 함께 국내진공 작전을 펼쳤던 독립군 대장이었다. 독립운동의 역사에게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싸우고 가장 크게 이겼던 홍범도의 결의형제이기도 했다. 홍범도를 비롯한 동지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 남은 젊은 시절의 엄인섭은 누구보다도 훤칠하고 멋진 남아였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일본의 밀정이 되어 독립군을 팔아넘기며 비루하게 살다 비참하게 최후를 마쳤다. 무엇이 한 아름다웠던 청년을 그토록 추하고 불쌍하게 만들었을까. 흔히 사람들이 변절과 타락으로 자신의 삶을 더럽히는 이유를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주와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추적해보면 그렇지 않았다. 밀정이 된 자들이 변절한 가장 큰 이유는 실망하거나 절망해서였다. 변절자들은 보통사람보다 대체로 훨씬 유능하고 성실했다. 그들이 변절하는 이유는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데도 바뀌지 않는 세상에 실망하고 절망하고 원망해서였다. 내가 최선을 다해도 세상이
후생가외.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으로 뒤에 태어난 생명들은 미래세대로서 두려워할 만하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에서 2030 청년들의 위세는 두려워할 만했다. 공자가 후생가외를 말한 의도는 청소년 나이에 해당하는 젊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 기성세대보다 나을 수 있다는 기대를 말한 것이다. 반면에 나이 사십 오십이 되어서도 이룬 것이 없다면 그런 사람들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도 했다. 단순히 후생을 추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고 수련해야 한다는 충고였다. 인간의 본성은 유전자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타고난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부모의 보살핌과 학습에 의해 훌륭한 품성을 배양할 수 있는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갈 수 있고, 고등학생 나이에 이르면 사회성이 형성된다. 그리고 20대 나이에서는 다양한 지식에 깊이를 더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30이 되면 독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전도 창창한 후생이라도 사십 오십이 되도록 공부를 게을리 해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한다면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꼰대가 될 것이다. 후생들이 나이 들어서 어떤 평가를 듣는지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고 국가와 사회
어떤 사람이 죽어서 그 영혼이 하늘나라에 이르자, 그 앞에 온몸이 고름투성이에 추악하고 더럽고 소름이 끼치는 여자가 나타났다. “너는 도대체 누군데 내 앞에 나타나 내 길을 막느냐?” “나는 너의 행실이다.” (페르시아 속담) 중요한 것은 선한 행실에 대한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탈무드) 착한 일을 하고, 자비롭고, 온화하고 겸손하며, 좋은 말을 하고, 선한 일을 생각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니고, 항상 배우며, 항상 진실을 말하고, 분노를 억제하고, 만족을 알고 인내심이 강하며, 친절하고, 웃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와 스승을 존경하는 사람, 이들은 모두 선인의 벗이요 악인들의 적이다. 거짓을 말하고, 훔치고, 음란하고, 속이고 욕하고, 악한 일을 생각하고, 오만하고 게으르며, 이웃을 중상하고, 인색하고 무례하며, 파렴치하고, 화를 잘 내고, 남의 것을 가로채며, 복수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고, 질투심이 강하며, 미신에 빠지는 사람, 이들은 모두 악인의 벗이요, 선인들의 적이다. (페르시아의 교리문답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말라. 왜냐하면 죽음은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 마쳤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불쑥 찾아오기 때문이다. 네가 이 세상
그 사람이 무엇을 부끄러워하고 무엇을 부끄러워하지 않는가 하는 것만큼 그 사람의 인격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것은 좋은 감정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워하는 것은 더욱 더 좋은 감정이다. 사람들이 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마음보다 크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에게는 숨길 수 있지만 신에게는 숨길 수 없다. 감추어 둔 것은 나타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져서 세상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예수) 아무것도 감출 필요가 없는 삶, 그와 동시에 자기가 한 일을 사람들 앞에 특별히 자랑하지 않는 삶을 살라. 신의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사는 사람은 사람들의 평판에 따라 울고 웃지 않는다. 사람은 공기의 숨도 쉬지만 또 정신의 숨을 쉬어야 한다. 정신의 숨을 못 쉬면 공기가 콧구멍으로 드나들어도 산 사람이 못 되고 죽은 사람이다. (함석헌)/ 주요 출처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이르는 문자는 많지 않다. 인(人)과 자(者)가 일반적이다. 서예가 음악가 등의 가(家)나 공자 맹자(孟子) 등의 子가 특별한 칭호(稱號)다. 무뢰한 치한 등 ‘문제적 인물’을 이르는 한(漢)도 있다. ‘어떤 사람’이라는 뜻을 이루는 접미사다. 이 중 家는 전문직이나 어떤 분야에 능(能)한 사람이다. 재산가처럼 뭘 많이 가진 이를 이르기도 한다. 子는 공부자(孔夫子)처럼 공자와 같은 큰 학자를 스승으로 높여 부르는 이름이다. 공자의 원래 이름은 구(丘)다. 자작(子爵)처럼 봉건시대 귀족 칭호이기도 하다. 이런 이름들은 중국 역사의 여러 모습을 반영한다. 한 중 일 3국이 일정 부분 공유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당선자와 당선인, 두 이름을 두고 언론의 보도가 설왕설래한다. 헌법에는 ‘당선자’지만 者의 훈(訓 뜻)이 ‘놈’이라서 (느낌 나쁘니) ‘자’ 말고 사람 인(人)의 ‘인’을 써달라고 했다는 게 이명박 당선자 시절의 얘기다. 언론은 권력에 휘감긴다. 언론에서 금세 ‘당선자’가 ‘당선인’으로 변하고 있다. 승리한 쪽 캠프에서 언론에 ‘마사지’를 했을 법도 하다. 어떤 매체는 한 교수의 발언을 앞세워 ‘헌법에 적힌 대로 당선자로 하자’고 했다. 자(者)
산길을 걷기 위해 과수원 옆을 지나며 본다. 어젯밤 비에 젖어 눈트는 매화나무 가지 끝 부분의 매화를. 콩알만 한 크기의 매화 꽃망울은 붉은 화피가 별자리 같이 째지면서 희고 맑고 연한 매화의 속살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저렇듯 여리고 보드랍고 아련한 꽃잎으로 빗물이 스민다면 아리고 쓰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서둘러 오신 화신이요 이 땅의 고운임처럼 바삐 오신 꽃잎이 비에 젖고 있다는 생각에 안쓰러웠다. 매화는 분명 꽃망울을 터트리려고 화피가 째지는 아픔을 견디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난 밤 편한 잠결이었구나. 나무라고 아픔이 없겠는가. 매화는 삼천 년 전 중국을 원산지로 한국에 전해졌다. 이어서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문화적 의미와 함축된 뜻은 각기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절개와 금욕의 상징으로서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데 있어 으뜸 꽃이 되었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홍매는 성적인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한다. 매화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중국의 꽃이라고 하면서 약용으로 그 매실이 일찍부터 이용되어 왔다. 그리하여 중국, 한국, 일본을 매화권 문화라고 하였다. 매화는 겨울 언 땅에서 피어나는 강인함만 있는 게 아니다. 역사와 사회 그 모진 한파에 시달려도 동북
제20대 대선 마지막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대장동 특검'을 해야 한다며 몰아붙였다. 무려 다섯 번이나 대답할 것을 재촉했다. 이 장면만 보면 단군 이래 최고의 부동산 사기사건인 대장동의 몸통이 윤 후보일 것이라는 심증이 굳어질 만 하다. 따라서 이 장면은 이 후보에게 대선 토론의 가장 눈부신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이 후보 쪽은 윤 후보를 아예 대장동 몸통이라고 못을 박았다. 때 맞춰 대장동으로 구속 수감 중인 김만배 씨와 전 언론노조위원장인 신학림 씨 간 6개월 전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었다. 김 씨가 검사였던 윤 후보에게 대장동 불법 대출에 관한 무마를 관철시켰다는 것이 요지였다. 민주당은 이 녹취록을 SNS에 도배질 하다시피 했다. 이 후보 명의의 모바일 문자로도 녹취록을 무차별적으로 뿌렸을 정도였다. 민주당 프로파간다 김어준 씨의 활동무대인 TBS 애용 리얼미터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1~5% 뒤지고 있었는데 대선 결과는 불과 0.73%로 좁혀졌다. 이에 대한 분석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민주당의 프레임도 한몫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듯하다.
사려니숲길은 천천히 걸어야 한다.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다. 유네스코 지정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이자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 하나인 사려니숲길에는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과 제주족제비, 팔색조, 쇠살모사 등 갖가지 동물이 서식한다. 수많은 종이 모여 사는 숲인데, 같은 종이라도 형태가 모두 다르다. 제 몸의 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구멍을 품고도 싹을 틔우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니은(ㄴ)자 모양으로 가지를 뻗은 기괴한 형상의 나무도 있다. 어떤 나무들은 적절히 떨어져 위를 향해 쭉 뻗었지만 어떤 나무들은 밀착되다 못해 서로를 휘감으며 자라나고, 또 다른 나무는 홀로 제 몸을 배배 꼰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힘들이거나 애쓰지 않고 저절로 된 듯하다’는 의미를 내포하지만 사실 자연 속에서 생물들은 치열하게 살아간다. 몸을 기이하게 구부린 나무는 외부의 침입에 대응한 모습이면 곧은 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선 청량한 숲은 키를 키우지 않으면 햇볕을 쬐지 못한 나무들의 경쟁터다. 결국, 격한 생존의 형태다. 종도 형태도 다른 존재들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 할 때, 숲에는 생기가 넘친다. 각자가 어떤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