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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의 미디어깨기] “이 땅에 저널리즘은 있는가?”

 

“이 땅에 저널리즘은 있는가?”는 지난 6월 4일 서울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 ’굿바이전‘작가 일동이 내 성명서의 제목이다. 이 성명이 나오기 전날인 6월 3일 한국기자협회는 “서울민예총...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활동을 위축시키는 전시회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낸 바 있다.

 

기자협회 ‘협박 성명서’ 덕분에 서울민예총에서 지난 6월 1일부터 광주시의 메이홀에서 ‘굿바이 시즌2 전(展)-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소녀상’ 조각가 김운성, ‘조선일보 두루마리 휴지’의 오종선 작가, 박근혜-최순실을 풍자한 ‘더러운 잠’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이구영 작가 등 만화, 회화, 캐리커처, 일러스트 분야의 작가 18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가 성명서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소위 문재인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붉은색으로 덧칠해 적폐세력으로 묘사하고 소속사와 실명을 거론하여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 둘째, 전시하고 있는 것은 예술작품이 아니라 ‘편협한 이념과 사상이 개입되어 그들과 다른 생각의 존재를 비하하고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다.

 

기자협회의 성명서를 보면 왜?가 없고, 자의적이고, 정파적이라는 점에서 기자들이 써대는 기사와 큰 차이가 없다. 우선 왜 예술가들이 ‘언론개혁 전시회’를 기획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다음으로 자신들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예술가들에게 특정 정파성을 들씌운다. 셋째, 자의적 판단에 근거하여 예술가들과 그 작품 자체를 부정한다. 끝으로, 입맛에 따라 실정법을 동원하여 ‘권력의 언어’로 협박을 일삼는다.

 

다음은 기자협회 성명서에 대한 출품작가들의 말이다. “먼저 당신들의 허위기사와 날조 기사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에게 사과하라!” “언론사를 풍자한 예술가들을 상대로 물리적 실력 행사를 하려는 파렴치한 생각부터 접어라!” “적폐세력...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 기자들을 국민들은 뭐라고 부르는지 잊었는가?”

 

기자협회와 등에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전·현직 언론인 및 방송·정치인 120명의 실명을 밝히고 캐리커처와 말풍선을 통해 풍자하고 있는 박찬우작가의 “ㄱㄷㄱㅌㅊㅍㄹㅌ(기더기퇴치프로젝트)”다. ‘굿바이 시즌2’에는 그 작품 이외에도 박재동 화백의 여러 만평작품을 비롯하여 ‘기레기 십계명’ ‘특종(특별한 종자),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냐’ ‘혐오와 분열을 유발하는 계획된 알고리즘’ 등 여러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한국 언론은 수년간 언론자유도 세계 1위, 언론신뢰도 세계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기자들은 편파, 왜곡, 조작, 거짓, 선동 기사를 무척 자유롭게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언론이 권력이 되고 저널리즘이 죽은 시대에 예술가들이 시대의 기록자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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