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냥 넘기나 싶었다. 그러나 역시 희망사항이었다. 지난 주말부터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결국 감기몸살로 이어진 것이다. 유독 편도선이 약한 나로선 감기만 걸리면 목의 통증이 가장 심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는 것은 그래도 견딜 만하다. 싸하게 아려오는 듯한 목의 통증은 고역(苦役), 그 자체다. 이럴 때면 으레 생각나는 게 있다. 고춧가루 푼푼히 넣은 콩나물 국물이다. 어릴 적 감기에 걸려 목의 고통을 호소하면 할머니께서 ‘아픈 목을 지지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며 끓여주시던 기억이 새롭게 나서다. 변변한 약이 없던 그 시절, 할머니가 주시는 국물을 삼키고 나면 고통은 잦아들고 신기하게도 감기 또한 며칠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그 후 할머니는 내 입맛이 돌아올 때쯤이면 콩나물밥을 지어 주시곤 했다. 겨울지나 봄의 문턱에서 매년 해거리를 하듯 감기에 시달려온 나의 원기를 회복시켜주기 위한 고육책이었지만 양념간장으로 쓱쓱 비벼먹던 그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렇듯 겨울이 끝나갈 무렵인 초봄의 콩나물밥과 달래간장, 잘 만난 남녀같이 음식 궁합이 좋다고들 말한다. 이처럼 우리 음식에는 ‘겉들이면 더
봄은 여자의 치맛자락에서 온다는데. 그대의 봄은 어디서 오는지요. 내일은 개구리가 뛰어오르는 경칩이라는데, 우리는 어디로 뛰어 올라야 하는지 지천명의 나이에도 암담합니다. 그대가 태어난 곡부(曲阜)에도 여전히 봄은 오겠지요. 그대의 의지가 반영된 이 나라는 여전히 유자(儒者)의 나라입니다. 자신의 종교가 무엇인지를 떠나 죽으면 누구나 유인(儒人)으로 거억되니까 말입니다. 살아 잡생(雜生) 죽어 유인(儒人)인 셈이지요. 생잡사유(生雜死儒)겠습니다. 언론에 칼럼 따위를 쓸 주제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얼마나 뱉어낼 말이 많습니까, 방송은 더할 나위가 없지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 저는 어쩌면, 제가 아끼는 후배의 말처럼 ‘사회 부적응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백컨대, 오늘 하루 무엇으로 창룡문을 메워야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이 봇물 같은 세상에. 세월은 봄으로 가는데 발목은 얼음에 묻혀 있네요. 봄을 노래한 글귀 하나 적어봅니다. 당대 최고의 시인인 백석(白石)보다 따뜻한 글귀입니다. “동창이 밝았느냐/노고지리 우지진다/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남구
무엇이 바람직한 조세제도이고 조세행정일까? 한 국가에 사는 국민으로서는 자기가 국가로부터 수혜를 받은 부분에 대한 대가를 적정한 수준에서 지불하되,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불공평한 점이 없어야 할 것이다. 조세행정도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바탕으로 납세가 이루어지고 과세관청도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할 것이다. 세무조사는 탈루 혐의가 있거나 불성실 신고를 한 경우에 실시하여, 성실신고를 담보하는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고, 성실한 사업자는 세무조사를 신경 쓰지 않고 기업 운영에만 전념하는 게 바람직한 상황일 것이다.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1만8천건 이하로 지난해보다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조사과정에서도 과도한 심리적 부담을 주거나 정상적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다. 지난해에 경기침체로 세수부족 현상이 예상되자 세무조사 등과 같은 노력세수에 집중하여 오히려 기업경영을 위축시켰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범정부적 노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사실 세무조사를 통한 세수는 총세수의 3% 수준으로, 아무리 조사를 강화하더라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며 주요 세목인 법인세, 소득세 등은 경기가 활성화 되면 저절로…
북한이 3일 오전, 동해안의 공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또 발사했다. 지난달 27일에도 북한은 같은 장소에서 스커드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이처럼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은 한미연합훈련의 무력시위 대응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KR)와 독수리(FE) 훈련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끝나자마자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지난달 이산가족상봉 행사 이후 대내외적으로 남북관계는 개선의 기대치를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은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의 행사에 합의하면서 상봉행사 이후 적십자 접촉을 추가로 갖기로 합의했다. 또한 편리한 시기에 남북고위급 접촉도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한미 간에 연례적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에 대응해 동해상에 잇따라 미사일 발사를 한 것이라면, 자신에게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을 것이다. 득이라면 고작 북한 내부의 통합차원에 그칠 것이지만. 실은 남북관계와 국제사회에서의 불신과 압박을 더욱 초래할…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을 영문(The Cloud Dream of the Nine)으로 번역해 서양에 한국 문학을 처음 알린 캐나다 출신 제임스 게일(James S. Gale, 1863∼1937) 선교사. 그는 우리의 문화와 생활의 지혜를 매우 사랑했다. 개화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그는 특히 당시의 가난함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속에 흐르는 따스한 인간미에 크게 매료되기도 했다. 길거리를 지나다 젊은이들이 어른을 모시는 걸 보고 감탄한 것은 물론 ‘조선은 노인 천국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조선에서 노인으로 살고 싶다’라는 말을 회고록에 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먹으면서 한 알도 흘리지 않는 것을 보고 ‘곡예’라는 표현을 빌려 감탄하기도 했다. 게일은 봄이 되면 산과 들에서 채취해 먹는 나물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도 했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의 가짓수를 한국 사람만큼 많이 알고 있는 민족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서양에서는 독초로 분류되어 가축도 안 먹이는 고사리를 물에 우려 독을 빼가면서까지 먹는 한국인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당시의 나물은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빈곤의 상징이기도 했다. 얼마나 먹을 것이 귀했으면 산과 들에 나는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국회의사당 내의 소동을 ‘난장판’으로 표현한 예가 많았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국회의원의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이 ‘싸움’이라고 대답했을 정도라고 한다. 할 말이 없어진다. 난장판 중에서도 의정을 먹칠하는 대표적 케이스가 날치기다. 범죄 용어인 ‘날치기’가 국회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상습적으로 반복됐다. 그래서 2년 전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 국회에서 날치기와 폭력을 없애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여야가 합의했다. 엊그제 시흥시의회가 ‘군자배곧신도시 지역특성화사업 협약체결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12명의 의원 가운데 민주당과 무소속 등 7명 의원이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을 배제한 채 불과 1분 만에 날치기로 가결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단독처리다. 새누리당 소속 5명의 시의원들은 당장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 64조 2항은 의장이 안건의 제목이나 결과를 선포할 땐 ‘의장석’에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리 검토를 마치는 대로 의결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등 법적 조치를 강구키로 했다. 지난해 경남의료원 폐지에 대해 경남도의회 새누리당이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0일부터 정부의 원격진료 도입과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방침에 반발해 집단 휴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회원 총투표를 실시한 결과, 76.69%가 총파업 돌입에 찬성했다고 한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결의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약 14년 만에 재현되는 것이다. 만약 집단 휴진 사태가 발생하면 심각한 의료대란이 발생한다. 이에 정부는 이번 집단 휴진 움직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 모든 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와 의협이 잘 협상해 발전적인 타결책을 도출하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다. 의협 측은 ‘의사들이 76.69% 비율로 총파업 돌입에 찬성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 의료영리화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 의사들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집단 휴진’이라는 칼을 빼 든 의사들은 원격의료와 의료법인의 영리 자법인 허용 반대 등이 관철되지 않으면 집단휴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집단휴진이라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의사들 스스로도 매우 부담스러운 카드인 것이다. 집단 휴진이라는 배수진을 쳐가
연접의 방식으로 /정용화 이름이 간절해질 때 꽃들이 피어난다 햇살을 끌어당겨 시든 꽃의 언어를 읽는 시간은 짧다 저무는 것들 속에서 느릿한 리듬하나 꺼내어 놓는다 들리지 않는 소리 하나 내게로 전달되고서야 기다림은 어느 목숨에나 서식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의 비밀도 갖지 못한 사람이 되어 외로운 살을 더듬으면 고여 있던 향기가 묻어난다 저 고요는 어떤 허공을 품고 있는지 네가 오지 않는 공터에는 어떤 꽃들이 피고 있을까 오래 머물지 말라고 길은 인간의 뒤쪽으로만 생겨난다 -정용화 시집 『나선형의 저녁』/애지 어쩌면 인간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일지 모른다. 고도를 기다리듯 절망적일 땐 희망을, 사랑의 결핍일 땐 연인을, 마음이 가려울 땐 그리움을, 그리고 읍내에 있는 엄마를 기다리다 이만큼 성장했다. 한 송이 국화꽃을 봄부터 기다리듯 모든 기다림은 어느 때를 가리키는 언어와 동의어이다. 기다림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긴 기다림 끝에 창 넓은 카페에서 애인과 반가운 해후를 하고 기다림으로 꽃은 봄을 장식하고 기다림으로 알은 날개를 달고 아기는 울음으로 탄생하고 기다림으로 천둥번개는 빛과 소리를 낸다. 그러므로 ‘기다림은 어느 목숨에나 서식한다.&rsq
지난 3월1일 수원평화비(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여성계와 시민사회계, 종교계 등 수원지역 200여 단체와 뜻있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다. 이날 생존해 계시는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는 진정한 일본의 사죄가 있어야 하고,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절규로 시민들의 가슴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피해 생존자는 단 55명뿐 일본군위안부가 사회문제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다. 일부 학계에서 연구가 시작되어 그 내용이 사회에 알려지면서 민간에서 먼저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1990년 11월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발족했다. 이듬해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공동생활공간인 ‘나눔의 집’이 세워졌다. 1991년 9월 정부는 ‘정신대 실태조사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일본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였다. 또한 일본의 범죄를 입증할 자료를 찾는 데도 노력해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일본군이 위안부 모집, 수송, 관리 등에 개입한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를 찾아냈다. 정부는 이후 정신대문제 실무대책반을 설치하고 시·군·구청에 피해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