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여 히! 하고 헤- 하면 하루 다 간다 뭘 그리 이고 지고 살았을까 몰래 훔쳐 내 것인 양 품어온 것들 미련 없이 버린다 헐거워진 배낭 고개 들어 하늘이 보인다 곁에 있는 당신 얼굴이 오래도록 보인다 --<거와 미> 동인 시집 ‘하루, 다 간다’(2013, 심지)에서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했던 인생이 이제 하루처럼 여겨집니다. 그만큼 시간의 걸음걸이는 분주합니다. 지금 바쁘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모두들 모처에서 날이 저물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두교의 좀비처럼 누군가 우리의 영혼을 저당잡고 빼앗지 않고서야 우리가 이렇게 의지 없이 허허로운 도시를 헤매고 다니겠습니까. 그런데 본래 우리의 삶은 신에게서 훔쳐온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입니다. 그러므로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될 이유가 없습니다.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고 사는 것은 죄지은 자밖에 없습니다.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깨어나 고개 들면 지워졌던 당신의 얼굴이 되살아날 것입니다.…
사이토 준이치에 따르면 일본 사회에서 공공성은 관제용어의 하나였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국가의 공공정책 독점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하게 발견됐다. 신자유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면서 ‘국가는 무능하고 고비용적이고, 시장은 유능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패러다임으로 국가영역의 재화 및 서비스가 민간영역으로 이전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유화(Privatization)로 명명되었고, 한국에서는 민영화로 번역되면서 개념상의 모호성이 존재한다. 사유화는 공공부문의 주체를 매각 등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으로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공재의 ‘상품화’ 또는 ‘영리화’와 같은 맥락까지 포괄하는 국가의 시장화(marketization of state) 전략으로 시민의 정치적 성격을 훼손해 왔다. 민영화로 개념을 사용할 경우 공공재의 상업화나 영리화 부분이 부각되기 어렵다. 국제적으로 사유화는 시장경쟁의 요소를 도입하는 모든 유형까지 포괄하고 있다. 사유화의 다양한 유형을 살펴보면 우선, 정부의 자산매각을 통한 탈국유화(denationalization)로 공공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나 자산을…
2007년부터 화성 화산동에서는 역사적인 발굴이 두 차례 이루어졌다. 하나는 2004년부터 3년간 경기문화재연구원 주도로 진행된 정조대왕의 초장지 재실터 발굴이고, 나머지 하나는 2012년 12월에 조선왕릉의 핵심 포인트인 능침부분이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의해 발굴됐다. 이로써 초장지의 면모가 드러났다. 정조대왕은 조선 최대의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임오화변(壬午禍變)의 희생자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현재 서울시립대 뒷산인 배봉산에 자리 잡았던 영우원에서 조선 3대 길지로 알려진 옛 수원부 자리로 옮겨 현륭원(현 융릉)을 조성한 것이다. 그리고 억울하게 희생된 아버지의 영혼을 달래고 능을 보호하기 위한 원찰 용주사와 한국 특유의 풍수지리관인 비보풍수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만년제를 설치하였다. 더불어, 정조대왕의 초장지가 있다. 정조대왕은 살아생전 13차례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살펴보면서 자신의 능침자리를 직접 낙점하였다. 이는 사도세자 사후 할아버지 영조의 임오화변에 대한 함구령과 동시에 상복을 입을 수 없도록 하였기에, 죽어서나마 유교의 최대 효의 실천방법인 시묘효행을 완성하려는 의도였다. 1800년 정조대왕의 승하 후 신하들은 정조대왕이 직접 낙점한 현재…
새해 들어, 매서운 추위에 온 나라가 꽁꽁 얼었다. 겨울 초입에 내린 폭설이 아직도 녹지 않고 양지와 음지를 가르며 얼룩무늬를 만들고 있다. 세월에 가속도가 붙어, 새 달력을 걸기가 무섭게 택시 미터기처럼 숫자가 바뀐다. 1월 말일이 설날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별다른 느낌이 없다. 귀성 차들이 막히기 전에 부모님 산소에 한 번 다녀오면 그만이다. 부모님이 기독교인이라 차례가 없어, 평소와 다르지 않은 날이다. 두 아들이 외국에 살고 있고 세뱃돈 달라고 손 내밀 손자도 없다. 설날이나 추석이면 더욱 짙은 외로움이 온 집안을 싸하게 채운다. 은퇴 후, 수도권의 농촌마을에 자리 잡아 수년째 살고 있다. 옛 고향은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사람들은 물론 산천조차 낯설어진 지 오래다. 이곳도 설날이면 이웃집 마당에 자녀들의 자동차가 하루쯤 머물다 가는 것 외에는, 어디에도 다른 낌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대보름날 마을 어르신들이 회관에 모여 식사와 술, 윷놀이로 하루를 즐기는 정도이다. 설날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아내와 산책을 나서지만, 먼 그리움은 어쩌지 못한다. 6·25 동란으로 부서질 수 있는 것들은 다 부서지고 불탔지만, 오직 땅은 남아있어 다시 농사를…
영화 ‘변호인’이 1천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다. 이 영화는 송강호라는 톱스타가 주연한 영화인 것에 비해 개봉 전에는 세간에 노출되지 않았다. 제작발표회는 물론 마케팅 차원에서 하는 시사회도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 이것은 이 영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지난 대선 이후 계속된 NLL파쟁으로 인한 정치권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제작진은 제작 초기 단계부터 배급까지 민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은 우려와 달리 개봉 후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감동적인 울림으로 퍼져나갔다. 며칠 전 먼저 보고 온 아내와 딸의 ‘아주 좋았다’라는 말을 듣고, 이 영화의 감독에게 동업자로서 약간의 질투심과 기대감을 함께 안고, 나도 영화를 보러갔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했으며 형식은 평범했다. 새로울 것이 없는 영화였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뜨거운 울림에 진동된 이유 중의 하나는 간결한 연출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전개의 깔끔함과 긴장감을 끌고 가는 완급, 법정 대치 장면의 혈관이 터질 듯한 격렬함 등은 정확하게 보여줄 만큼만 보이고, 다음 스토리는 어떻게 되나
/고순례 과열된 욕심은 고단한 일상으로 보이고 터질 것 같은 열기 속 짊어진 부채 밤새 붙들어 기운 빠진 속 몸보다 커다란 짐을 지고 살아가는 별난 세상 그냥 매달리는 것에 이력이 나는 가녀린 풀줄기에서 더욱 돋보이는 풍경. 시인과 정겹게 웃던 사월 어느 날, 침묵의 잠언을 들었다. 달팽이는 많은 시에서 소재로 쓰이고 있는데, 주로 고난과 열정을 상징해 왔다. 그런데 이 시는 달팽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별난 모습을 은유하고 있다. 이 시에서 달팽이는 과열된 욕심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제 분수보다 큰 욕심을 품고 사느라 부채와 고민은 늘어나고 우리의 일상은 고단할 뿐이다.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할 것이다. 소유욕을 조금만 줄이면 우리 몸에 안성맞춤인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여행은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동반돼야 즐거움이 배가되는 삶의 활력소다. 그러나 아무리 멋진 여행을 했다고 해도 재래시장을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여정은 늘 한구석에 허전함을 남긴다. 재래시장은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궤적이 쌓여있는 현재의 역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말 분당선이 수원역까지 연장 개통되면서 지하철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서울 왕십리까지 1시간30분, 강남까지는 40분대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수원시민 모두에게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지하철이 연장되면서 수원역 뒤편 필자의 평동집 아래로 지하철 드나드는 소리가 연실 방바닥으로 전해오지만 편리해진 교통환경에 비할 바 아니다. 2016년 서울 강남∼수원 광교를 잇는 신분당선이 개통되고 수원∼인천송도를 잇는 수인선이 수원역에서 분당선과 연결될 계획이다. 2019년까지 신분당선 연장선이 화서역을 거쳐 호매실까지 이어지고 전철4호선 인덕원∼수원노선이 동탄까지 연장되면 수원시내의 전철노선은 우물 ‘정(井)’자로 촘촘히 지나는 격자형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셈이다. 내년까지 수원역사 서쪽에 대규모 환승센터가 건립되고 수인선, 신분당선 등의 개통과 역세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여야가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예산안 자동상정제도가 시행되기에 이 같은 악습이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올해부터는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이 11월30일까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오늘은 이 예산안의 상반된 시각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한쪽에서는 국회의 쪽지예산이 과대해 문제라고 지적하고, 한쪽에서는 경기도내 사업 예산이 많이 확보돼 지역현안의 추진동력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또 한쪽에서는 야당의원이 여당실세가 선심성 쪽지예산을 포함시켰다는 폭로성 기자회견을 열면서, 한쪽에서는 다른 의원이 열심히 노력해서 반영시킨 예산마저 본인이 했다고 먼저 보도자료를 내고 열심히 홍보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한다. 왜 이런 시각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정부 예산이 어떤 분야에 중점적으로 사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은 정부와 국회가 다르고, 여야의 생각이 각각 다르며, 또 지역별로도 다르다. 각 지역에 대해 전문가라 자부하는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엔…
사극에서 내시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임금의 시중을 드는 거세된 남자들, 극의 감초다. ‘고자’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충직한 이미지보다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임금이나 세력가에게 없는 말을 만들어 일러바치는 등 분열의 씨앗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긴 이들이 ‘고자’에 접미사 ‘질’을 붙여 ‘고자질’이라 비아냥 거렸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고자’의 유래는 진시황의 내시였던 조고와 관련이 있다고 전해진다. 조고는 진시황이 죽자 승상 이사와 모의해 진시황의 장남 부소를 자결하게 만든 후 부소의 동생, 호해를 황제로 옹립한다. ‘내가 부릴 수 있는’, 속칭 ‘바지(?) 황제’를 내세운 것이다. 그후 정권을 좌지우지한 것은 당연지사. 마침내 ‘혁명 동지(?)’였던 승상 이사는 물론, 많은 신하들을 죽이고 승상의 자리에 올라 실권을 장악,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그의 이런 전횡을 원망하던 사람들이 당시 내시들을 ‘조고의 자식’이라는 뜻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