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순례
과열된 욕심은
고단한 일상으로 보이고
터질 것 같은 열기 속
짊어진 부채
밤새 붙들어
기운 빠진 속
몸보다 커다란
짐을 지고 살아가는
별난 세상
그냥
매달리는 것에 이력이 나는
가녀린 풀줄기에서
더욱 돋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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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 시인](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1401/369071_93827_3023.jpg)
시인과 정겹게 웃던 사월 어느 날, 침묵의 잠언을 들었다. 달팽이는 많은 시에서 소재로 쓰이고 있는데, 주로 고난과 열정을 상징해 왔다. 그런데 이 시는 달팽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별난 모습을 은유하고 있다. 이 시에서 달팽이는 과열된 욕심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제 분수보다 큰 욕심을 품고 사느라 부채와 고민은 늘어나고 우리의 일상은 고단할 뿐이다.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할 것이다. 소유욕을 조금만 줄이면 우리 몸에 안성맞춤인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