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껍질을 벗겼다. 딱딱한 껍질을 깨면 두어 개의 땅콩이 뽀얀 속살을 드러낸다. 땅콩 줄기는 무성했는데 작황이 좋지는 않다. 시기에 맞춰 비닐을 걷어내고 북을 돋워주니 개화기에 꽃도 제대로 피고 뿌리도 곧잘 내린 것 같은데 막상 수확을 해보니 땅콩은 많이 열렸는데 제대로 여문 것이 적다. 그중 잘 여문 땅콩을 골랐다. 내년에 파종할 녀석들이다. 껍질을 벗겨보면 어떤 것은 하나의 알맹이만 품었지만 제대로 영글어서 통통하고 먹음직스러운가 하면 땅콩은 두세 개들었지만 찌글거리거나 기형으로 생긴 것도 있고 아예 땅콩도 없이 빈 통만 요란한 것도 있다. 땅콩을 까다보면 그 안에 세상사가 들어 있는 것 같다. 한날한시에 파종하고 한 뿌리에서 열렸지만 어떤 것은 속이 꽉 찼는가 하면 어떤 땅콩은 쭉정이만 요란하다. 세상도 자식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한 뱃속에서 나왔어도 누구는 크고 누구는 작다. 팔 남매 중 나는 가장 작고 피부도 까맣다. 초등학교 때는 까만 피부와 작은 키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도 많이 받았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부모님의 유전자 중에 나는 왜 열성 유전자만을 받고 태어났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키가 크고 흰 피부를 가졌으면서도 예쁜 언니가 얄밉기도 하
/신금자 며칠째 연이어 비가 내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파트 뒷길로 난 논둑길 사이로 맹꽁이들이 대거 나타났다. 촉촉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진 맹꽁이들은 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밀고 내려왔다. 물벼락을 치며 내빼는 택시를 보고도 맹이야! 꽁이야! 겁도 없이 차도를 가로질러 갈 모양이다. 웬 일인가? 집 앞 베란다에서 바라보이는 동산 밤나무에 둥지를 튼 까치들은 하루 종일 기척이 없다. 아침이면 운동을 하느라 야단법석을 피우는 녀석들이 운동은커녕, 밥을 먹는 기미도 없이 꼼짝을 안 한다. 96년 <순수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온 신금자 수필가의 산문시다. 그는 비상교육 고교 국어교과서에 논술문 『꿈의 전략을 세워라』를 집필했다. 이 시는 장마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맹꽁이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리고 있다. 촉촉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진 맹꽁이들이 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밀고 내려와 겁도 없이 맹이야, 꽁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흐리고 젖은 하늘 때문에 까치는 하루 종일 기척이 없다. 누군가에게는 기분 좋은 날이 누군가에게는 흐린 날이 될 수도 있음을 사색하게 한다. 인정 많고 단아한 내 누님 같은 참 아름다운 수필가다. 독자들과 다시…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가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내년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문제와 교육감 선거 제도에 관한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정치 발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교육감을 지금처럼 별도로 선거할 것인지, 도지사 러닝메이트로 할 것인지의 쟁점이다. 예컨대 교육부지사의 지위로 하고 행정과 재정을 지방자치와 통합하는 방안이다. 행정적인 필요성은 강하게 인정되고 있으나, 교육계 반발로 인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번에 반드시 정리하고 가야할 과제가 정당공천제다. 이의 폐해에 대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면 일부 전문가는 정당공천제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잘못 운영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정당공천제는 정치신인들에게는 치명적인 진입장애가 되고 있다. 시민사회 속에서 정치적 역량을 키워온 정치력을 가진 인사의 경우 기성 정치인에게 눈도장을 찍을 기회가 없으면 정치 진입의 기회가 봉쇄돼 버린다. 그렇다고 선거비용, 정책 개발의 절차를 생각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무대포로 보이기 십상이다. 지방자
지난해 12월21일 지구멸망과 새 날의 시작을 외치는 종말론자들의 주장이 해프닝으로 끝난 적이 있다. 고대 마야문명의 달력이 동지인 2012년 12월21일을 마지막 일로 더 이상 제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렇듯 동지는 태양의 부활 혹은 새로운 시작 등과 깊은 연관이 있다. 어제(22일)가 바로 그날이었다. 옛날 사람들은 동지가 새 날의 시작을 의미하고 태양이 다시 찾아온다 해서 잔치를 벌이고 조상들께 차례를 지냈다. 고대 중국 주나라는 동지를 설로 삼았고, 우리나라도 고려시대 충선왕 이전까지 동지를 설로 지낸 것으로 고문헌들은 기록하고 있다. 중국 주나라에서는 이날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한다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로 삼았다. 『역경(易經)』에도 복괘(復卦)에 해당하는 11월을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을 일년의 시작으로 삼았다. 동지와 부활이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신라에 이어 고려시대에도 당(唐)의 선명력을 그대로 썼으며, 충선왕 원년(1309)에 와서 원(元)의 수시력(授時曆)으로 바뀔 때까지 선명력을 사용하였다. 이로 보아 충선왕 이전까지는 동지를 설로 지낸 것으로 짐작된다. 그 후에도 아세(亞歲) 또는…
전쟁의 상흔을 품은 폭격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매향리가 이제 바닷가까지 주민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평화의 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이곳의 갯벌도 내년부터 주민들이 어업활동을 자유롭게 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 발표에 의하면 내년 3월 말까지 사격장으로 사용된 매향리 농섬 주변의 사격잔재물을 제거한 뒤 갯벌에 어장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라는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에 있는 일명 ‘쿠니 사격장’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만들어져 주한미군의 공군 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되어 왔다. 2005년 8월 사격훈련이 중단된 이후 폭격이 멈춘 지 벌써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이 지역에 대한 평화생태공원 조성 등의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경기도가 매향리 사격장 종합계획을 수립해 화성시, 국방부와 세부계획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시지탄이다. 주민들의 어업활동 보장을 위해서는 우선 농섬 인근에 남아있는 사격잔재물을 말끔하게 처리하는 일이다. 농섬 반경 0.5~2.4㎞에 이르는 지역에는 아직도 포탄과 탄피 등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라
오산시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주관한 2013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기초자치단체 시(市)’ 중 1위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오산시민과 곽상욱 시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중앙행정기관과 공직 유관단체,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공공기관 653곳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 결과, 1등급부터 5등급으로 분류됐다. 민원인과 공무원, 산하기관 관계자, 지역주민 등 모두 23만여명이 참여한 평가라고 하니 신뢰가 간다. 이 평가에서 오산시는 8.13점(1등급)을 받아 전국 75개 기초시 가운데 1위에 오른 것이다. 오산시는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2011년 전국 5위, 2012년 전국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 전국 1위에 등극했다. 3년 연속 최우수 1등급 평가를 받았으니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대표 청렴도시라고 해도 되겠다. 오산시의 청렴도 1위 쾌거는 곽 시장 취임 이후 600여 공직자들이 청렴의식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청렴도 제고시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또 시민의 민생관련 불편사항 해결을 위해 ‘시민감사관제’를 운영하는 등 민관 협력 청렴 시책을 강
하얀 눈이 대지를 감싸 안은 크리스마스이브! 얼마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가. 마음의 평화와 영혼의 즐거움이 저절로 찾아온다. 성탄절은 정작 12월25일인데 왜 전날 밤이 더욱 흥겹고 즐거운 걸까? 초기 기독교에서는 전날 일몰 때부터 다음날 일몰 때까지를 하루로 여겼다. 그러니 성탄절은 하루 전날 어둠이 내려앉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날이 크리스마스이브(Christmas Eve)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Christ’와 가톨릭의 미사(예배)를 일컫는 ‘mass’가 결합된 단어로 ‘예수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는 어려움에 처한 소녀와 많은 연관을 갖고 있는 듯하다. 성탄절 트리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도 가엾은 소녀를 도와준 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게르만족이 매년 눈 덮인 숲속의 전나무에 어린 소녀를 묶어놓고 이교신 오딘에게 인신제물(人身祭物)로 바쳐왔다. 이때 영국인 선교사 보니파세(Boniface, 672∼754년)가 전나무를 베어버리고 소녀를 구출해 냈다. 미개한 종족은 소녀를 제물로 바치지 못했기 때문에 신의 노여움을 살 것으로 생각했다
李太白(이태백) 詩(시)에 세상 만물은 잠깐 머물렀다 가는 여관이며, 세월이란 것은 그 여관에서 잠시 묵고 가는 나그네라 했다. 말을 타고 달리며 틈새를 엿보는 것 같고, 낮과 밤이 두개의 세계로 엇갈려 눈 깜짝할 사이에 오고 가는 것 같으며, 스스로 잘났다는 사람들 앞에서 몇 십년 동안 말을 늘어놓고 천년 백년살 것 같던 사람도 연잎 위에 고인 물방처럼 허망하게 굴러 떨어지고 만다. 光陰(광음)이 화살처럼 오가는 이 마당에서 죽고 사는 것이 어지러운 일이고 오만 가지가 복잡하기만 하다. 莊子(장자)도 인생은 백마 타고 문틈을 지나가는 것만큼 짧다(人生白駒過隙)하지 않았던가. 고전에도 세월은 빨라서 잠깐 갔다가 잠깐 왔다가 하는 판이요, 혼돈한 만물도 살았는가 싶으면 금시 죽는 것이 질서라 했다. 壽道人(수도인)의 詩(시)에는 구부러진 이 허리는 힘들게 세월을 잠깐 빌렸다 가는 몸이요, 두 내 눈동자는 밤마다 잠깐 빌려서 켜는 등불에 불과하도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결국 서로가 잠깐 빌렸다가 가는 것인데, 휘영청 뜬 달 역시 태양빛을 잠깐 빌려 높이 떠서 달빛을 비추고 있구나. 세상의 이치가 모든 것을 잠깐 빌려 쓰고 가는 것이니 집착에 빠지지 말고 영원하리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23일 간사와 국정원 관계자, 수석 전문위원 등이 참가하는 4자 협의를 통해 절충안을 만든 후 오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단일안에 대한 의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어떠한 절충이 이루어질지 모르겠으나 사이버심리전 활동 규제나 국내 파트 해체, 대공 수사권 폐지, 예산통제권 강화 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11월4일 국정원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혔듯이 북한은 1천700여명의 해킹 조직원과 4천200여명의 사이버전 지원조직을 갖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는 “사이버전은 핵·미사일과 함께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사이버 심리전에 많은 투자와 기대를 하고 있다. 북한은 이들을 이용해 우리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기 위한 유·무형의 심리전 전술을 펴고 있어 북한의 대남 사이버심리전 공격을 억제하고 차단하기 위한 심리전은 꼭 필요하다. 국내 파트와 대공 수사권이 존치돼야 하는 이유는 국가권력에 대한 반감을 고의적으로 조장하는 친북 용공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A의원과 RO조직을 비롯해 최근 검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