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특징이 있듯이 작가에게도 특징이 있다. 작품을 쓸 때마다 서문을 쓰는 작가가 있는 반면 서문을 전혀 쓰지 않는 작가도 있다. 서문을 쓰지 않는 작가로는 최인호를 들 수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기 때문이란다. 그런 그도 딱 한 번 서문을 쓴 적이 있다. 5권의 대하 『잃어버린 왕국』에서다. 서문도 간단한 소감 정도가 아니다. 1984년 여름 작가는 KBS의 역사기행에 리포터로 참여했다. 일본에 있는 고대 한국의 유적을 철저히 추적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스카(飛鳥), 나라(奈良), 교토(京都) 등지를 취재하면서 번뜩이는 영감을 얻었다. 작가로서의 숙명이랄까, 아무튼 고대의 백제가 일본을 가르치고 영향을 끼친 것에 그친 것을 넘어서서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영감이었다. 직감력하면 남에게 뒤지지 않는 작가는 돌아온 뒤 『삼국사기』 『삼국유사』와 일본의 『고사기』 『일본서기』등을 이 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대로 고대사는 신비의 신천지였다. 그 결과로 한국의 학자들은 일본의 것이라 하여 숫제 연구할 가치조차 외면하였으며, 일본의 학자들이 편견과 교묘한 사실 은폐로 이를 감추고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작가는 참을 수가 없었다
최근 가정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과 더불어 가정폭력을 4대 사회악으로 지정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 7월 검찰은 가정폭력 근절의 일환으로 3년 이내 2회 이상 가정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가정폭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는 이른바 ‘가정폭력 3진 아웃제’를 시행했고, 7월28일에는 전남 함평에서 제도 시행 후 처음으로 상습 가정폭력 사범이 구속됐다. 이렇듯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개인 또는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대두됐고, 경찰 역시 가정폭력처리에 대한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사건 처리 시 좀 더 신중하고 철저히 처리할 것을 강조하는 등 가정폭력 근절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가정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벌조항이 강화되고 제도적 장치가 완벽히 갖춰졌다 하더라도 사회적 관심과 피해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대응이 없다면 결국에는 내실없는 정책에 불과한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대부분 힘이 약한 여성이다. 피해여성들은 가정폭력피해 직후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바다의 아코디언 /김명인 노래라면 내가 부를 차례라도 너조차 순서를 기다리지 않는다 다리 절며 혼자 부안 격포로 돌 때 갈매기 울음으로 친다면 수수억 톤 파도 소릴 긁어대던 아코디언 갯벌 위에 떨어져 있다 파도는 몇 겁쯤 건반에 얹히더라도 지치거나 병들거나 늙는 법이 없어서 소리로 파이는 시간의 헛된 주름만 수시로 저의 생멸(生滅)을 거듭할 뿐 접혔다 펼쳐지는 한순간이라면 이미 한 생애의 내력일 것이니 추억과 고집 중 어느 것으로 저 영원을 다 켜댈 수 있겠느냐 채석에 스몄다 빠져나가는 썰물이 오늘도 석양에 반짝거린다 고요해지거라 고요해지거라 쓰려고 작정하면 어느새 바닥 드러내는 삶과 같아서 뻘밭 위 무수한 겹주름들 저물더라도 나머지의 음자리까지 천천히, 천천히 파도 소리가 씻어내리니, 지워진 자취가 비로서 아득해지는 어스름 속으로 누군가 끝없이 아코디언을 펼치고 있다 -김명인, 『바다의 아코디언』문학과 지성 2002 오래전, 격포에서 날아온 사진 한 장의 빛깔이 지금도 생생하다. 채석강 주상절리에 부딪혀 튀어나올 듯 주황빛으로 빛나던 햇살의 기운. 주상절리와 지는 저녁 햇살 사이로 검은 실루엣으로 찍힌 친구모습. 사진 속에서도 인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2008년에 개봉된 한국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1966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황야의 무법자’(원제: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된 영화다.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한국에서도 미국의 서부영화처럼 광대한 스케일의 총잡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생생하게 전달해 준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의 연기력과 예기치 못한 반전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7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삶 주변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을 것이다. 규제에도 ‘좋은 규제, 나쁜 규제, 이상한 규제’가 있다. 여기서 규제란 정부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흔히 규제라고 하면 없애야 할 것,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보는 편견이 있지만, 규제 중에는 좋은 규제도 많다.…
구글 어스(Google Earth)는 2005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건 원하는 곳이면 컴퓨터를 통해 마우스 하나로 상세히 검색할 수 있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위성 영상지도였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60cm, 30cm, 15cm의 해상도 사진을 제공해 마치 높은 곳에서 코앞의 지상을 내려다본 것처럼 지형 및 건물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어 구글을 부동의 검색엔진 1위에 올려놓았다. 구글은 더 좋은 영상지도 제작을 위해 2008년 9월 5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지구해상도 41cm급의 ‘지오아이(GeoEye)’라는 위성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영상지도 콘텐츠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국내 포털업체인 다음과 네이버 등도 영상지도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2008년 1월 위성사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어 다음이 2009년 1월 항공사진 지도 ‘스카이뷰’와 국내 최초로 실제 거리 전경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촬영한 ‘로드뷰’ 서비스 등 다양한 교통 및 지역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엊그제 국토부가 2011년 5월 개발에 착수한 한국
폐교위기까지 몰렸던 양평 정배분교의 본교 재승격은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의 헌신적인 노력이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초등학교가 학생수 급감으로 본교에서 분교로 축소됐다가 폐교의 길을 걸었다. 도시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농어촌인 경우 그 현상은 더욱 심하다. 읍·면 단위로 내려갈수록 통·폐합 대상 학교도 많아진다. 학생들이 떠나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 당연히 마을 자체는 급속히 활력을 잃게 된다. 이런 점에서 정배분교의 본교 재승격은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여 의미가 남다르다. 이 학교는 1948년 개교했지만 매년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학생수가 25명 이하로까지 줄어 1996년 서종초등학교 정배분교가 됐다. 이 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탈출할 전기를 마련한 것은 2000년 초반, 서종면에 둥지를 튼 예술인들과 학부모, 지역주민, 교사들이 힘을 합치면서부터였다. ‘학교를 지키자’는 데 뜻을 모은 이들은 20명 남짓의 아이들을 데리고 음악회와 장터를 열고, 블로그를 만들어 정배분교의 존재 이유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동시에 기존의 초등 교과 과정을 충실하게 진행하면서 자신들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
명함의 사전적 의미는 성명, 주소, 직업, 신분 따위를 적은 네모난 종이쪽. 흔히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신상을 알리기 위해 건네준다고 되어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길을 가면서 모임장소에서, 아니면 여행지에서 낯설거나 낯익은 사람을 만난다. 꼭 기억해야 할 사람을 기억하지 못해서 민망하기도 하고, 상대방은 반갑게 이름을 불러주는데 아무리 기억해내려 애써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친구를 멋쩍은 웃음으로 얼버무린 적도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뜻밖의 사람이 나의 이름을 기억해 줄 때 서먹했던 관계가 사라지고 왠지 모를 신뢰가 생기기도 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문학 모임에 갔다. 몇 번 만났던 사람도 있었고 만난 적은 없지만 글로 익숙해져 초면이지만 구면인 듯 편안한 사람도 있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명함을 건넸다. 따로 본인 소개를 하지 않아도 명함을 통해서 그 사람의 직업과 직위 등 프로필을 대략을 알 수 있었고 주로 글로만 만나던 사람을 직접 만나는 즐거움 또한 컸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근황을 묻고 문학에 대한 대화가 쉼 없이 이어졌다. 명
우연히 EBS <지식채널-e>에서 ‘소시오패스’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접했다. 소시오패스는 한마디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심리학자 마사 스타우트는 인구의 4%가량이 소시오패스라고 주장한다.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보다 훨씬 무섭다. 사이코패스는 뇌 구조가 잘못돼 타인에게 공감할 능력이 전혀 없는 반면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도 알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능력도 있다. 눈물도 웃음도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당최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언제나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믿는다. 소시오패스는 대체로 두뇌가 뛰어난 편이라고 한다. 머리는 좋고 양심엔 털이 났으니 상류층 인사나 유능한 직업인으로 성공하기 수월하다. 더구나 그들 보기에 거추장스러운 ‘양심’을 가진 보통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출세와 성공은 더욱 수월하다. 소시오패스는 항상 자신의 욕망과 야심을 실현할 ‘지배게임’에 몰두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가 바로 소시오패스다. 문제는 이렇게 정
슬로푸드운동이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00년이다. 그리고 다음해 10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제2회 대회에서 자연스러운 물 흐름을 따라 원시어법을 사용해 잡은 우리나라 남해 다도해 죽방멸치가 ‘슬로푸드상’을 받으면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슬로푸드(Slow Food)는 말 그대로 패스트푸드(Fast Food)의 반대다. 죽방멸치처럼 자기 고장에서 옛 방식대로 천천히 만들어먹는 모든 먹거리를 뜻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자연의 속도에 따라 만들어진 음식을 일컫는다. 건강과 생활을 중시하는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이런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 깨끗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음식, 제값을 주고받는 공정한 음식을 만들어 섭취하자는 운동이다. 최근엔 단순히 천천히 조리된 음식을, 천천히 먹는 행위만이 아니라 각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음식 문화를 보존, 재발견하고, 널리 알리며 더 나아가 환경도 보호하는 세계적인 운동으로 진화했다.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 로마의 유서 깊은 스페인 광장에 맥도날드 1호점이 생긴 것에 충격을 받은 요리 칼럼니스트 카를로스 페트리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