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사상최고의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사상자까지 발생하는 등 피해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우려해 왔던 지구온난화로 인한 폐해, 그야말로 자연의 대역습을 눈앞에 맞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더위도 무더위지만 원전 비리로 원자력 발전에 차질이 생기면서 냉방기 사용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니 하는 소리다. 사상최대의 전력난 위기 속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국민들께 더 없이 죄송스런 마음이다. 전력난의 일차적 책임은 그동안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바로잡지 못한 정치권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10억W 분량의 전력이 확보되지만 이 역시 장기적인 수급안정성을 보장하기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고유가, 송전망 포화, 원전설비 노후 등과 같은 불안요소가 선결되지 않는 한 전력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 미래 권력은 군사력이 아닌, 에너지 보유량에 의해 결정될 거라는 예측이 정설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를 방증하듯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강국의 대립과 결합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미국이 걸프전쟁, 이라크전쟁 등을…
내년도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경기도의 방침은 아무리 따져 봐도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경기도는 내년 세수가 크게 줄어드는 데 비해 필수경비가 늘어나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살림살이가 쪼들리더라도 학교 관련 예산, 특히 아이들을 먹이기 위한 예산은 손대지 않는 게 맞다. 경기도가 줄이려고 하는 관련 예산은 860억원으로, 학생급식지원 460억원과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지원 400억원이다. 이 지원이 끊기면 일선 시·군은 경기도교육청 지원금과 자체 예산만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 일선 시·군은 경기도 이상으로 재정 압박을 받는 상황이므로 무상급식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경기도교육청이 긴급 점검한 바에 따르면 도의 예산지원이 끊기더라도 예정대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는 시·군이 현재로서는 대부분이라고 한다. 일선 시·군이 경기도보다 더 무상급식에 관해 일관성 있고, 소신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경기도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내년에 세수가 크게 줄어들고 쓰임새는 늘어 예산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경기도의 입장은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무상급식 관련 예산 860억원이 왜 시급히 구조조정 돼
광복절인 지난 15일 수원화성 안의 오래된 마을인 행궁동에서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행궁동의 법정동인 신풍동 주민들이 자신의 집에서 차를 끌고 나와 장안문과 화홍문 성 밖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승용차 100여대의 행렬이었다. 수원시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생태교통 수원2013’ 행사를 앞두고 열린 ‘자동차로부터 독립만세’ 행사였다. 이날 오후 5시 화서문로에 대기하던 자동차 100여대가 장안사거리를 출발, 정조로와 장안문을 지나 화홍문공영주차장까지 500여m를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유례없는 자동차의 이동행렬은 염태영 수원시장과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선도했다. 자동차가 마을을 빠져 나가자 화서문로에 서 있던 주민들은 모두 환성과 박수를 보내며 이들을 성원했다. 장관이기도 했지만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원래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자신의 차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 두고 싶어 한다. 골목길에서 주차분쟁이 일어나고 화재현장의 소방차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행궁동 주민들은 달랐다. 불편을 무릅쓰고 제법 먼 거리에 있는 공영주차장까지 스스로 차를 몰아간 것이다. 이들은 차를 두고 돌아올…
“처음에는 금융 쪽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새는 자동차 수리하는 것에 더 매력을 느껴요.” 사법연수생 멘토가 보호관찰청소년 멘티와 만나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글 중 일부이다. 최근 사법연수생들이 보내오는 글을 읽으면서 ‘내가 지도하는 대상자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하고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보호관찰관에게 하지 못하는 얘기들을 스스럼없이 사법연수생 언니, 형들에게 하는 등 멘토링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5월 28일부터 사법연수원에서 연수생과 보호관찰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니 벌써 3개월이 다 되어간다. 사법연수원생이 보내는 많은 경과통보서와 소감문을 읽으면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조합이 창출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에 밤잠을 잊고 몰입되기도 했다. 특히 고졸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한 여자청소년 대상자는 사법연수생 언니에게 “수학, 영어문제를 가르쳐 달라”고 하며 두 시간 넘게 카페에 앉아 공부하고, 또 다른 남자 청소년 대상자들은 볼링장에서 사법연수원생인 형, 누나에게 그런 것도 못하냐고 핀잔을 주는 글에서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법무부 고양보호관찰소는 사법연수생ㆍ
며칠 전 관내 성인게임장을 일제 점검하기로 하고 직원들과 함께 시내 게임장 한곳을 들어갔는데 오전부터 비가 와서 그런지 게임장 안은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이 게임기 앞에 모여 있었다. 게임장 안을 한 바퀴 돌아보고 있던 중 눈에 띄는 손님 중에 60~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5~6명이 큰소리로 이야기 하며 게임을 하고 있어 혹시 잘못 보았나 해서 말을 걸어보았다. 76세 되신 할머니가 “비도 오고 할 일도 없고 놀러 갈 곳이 없어 1만원 가지고 친구들과 함께 게임장에 놀러왔다”고 말씀하신다. 옆에 있는 중년의 아저씨에게 어르신들 자주 오시냐고 물어 보니 “게임장에 자주 와서 시끄럽게 한다”고 말했다. 노인분들에게 맞는 적당한 놀이문화가 없어 어둡고 매캐한 냄새가 가득한 동굴 같은 게임장에서 하루를 보내려고 하는구나 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성인게임장을 출입하는 연령층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게임 연령대가 30~50대가 주축을 이뤘는데 노인인구 증가로 주변에 친구가 없는 노인들이 혼자 있기는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 무언가는 계속해야만 살아있다는 존재감에 어둡고 칙칙한 게임장으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세계 여러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있다. 특히 전 분야에 걸친 우리 기술력은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으며,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과 맛있는 먹거리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또한 세계 최고의 치안력이 바탕이 된 안전한 밤거리를 접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놀라워했다는 얘기는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본인 또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조명과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고층빌딩이 즐비한 도시를 걷다보면 반백년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거듭난 나라에 살고 있음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는 법이다. 과연 우리의 의식수준은 빛나는 경제성장에 걸맞을 정도인지, 그리고 우리 스스로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라 불릴 자세가 되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신호위반이나 무단횡단 등의 교통법규는 내가 바쁘면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여기며, 양보운전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남을 배려하지 않는 운전은 매일같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이 같은 현상은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에 가장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여기는 이기
우리나라 당쟁의 시작은 서기 1575년 선조 8년,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인 이조전랑(吏曹銓郞) 자리에 김효원을 임명하느냐, 아니면 심의겸의 동생 심충겸을 임명하느냐를 놓고 세도가들이 편을 갈라 궁궐을 중심으로 김효원의 집이 동쪽에 있어 이를 지지하는 자들은 동인, 심의겸을 지지하는 세도가들은 그의 집이 서쪽에 있어 서인으로 갈리면서 당파가 시작됐다. 동인은 1591년 선조19년 서인이던 정철이 임해군의 세자책봉 문제로 실각하자 동인이 정권을 잡은 후, 정철을 사형에 처하자는 과격파가 북인, 정철을 유배하자는 온건파가 남인으로 갈리고, 서인은 1683년 숙종9년 인조반정으로 서인시대가 열리면서 송시열 지지자가 노론, 윤증 지지자가 소론으로 갈려 본격적인 붕당정치의 서막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과 관계되는 것보다는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현대와는 다소 차별화 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천막을 치고 농성중인 의원들 NLL을 시작으로 벌어진 사초(史草)에 관한 기록의 문제는 검찰로 넘어가 진행 중에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국정원의 국정조사기간, 그리고 증인 채택 요구 등에 대한 의견의 대립은
경기도 버스를 타면 볼 수 있는 ‘G-Bus TV’에서는 DMZ를 비무장지대(DeMiliterized Zone)의 약자가 아니라 꿈을 만들어가는 곳(Dream Making Zone)으로 소개한다. 제법 재치가 엿보이는 조어다. 실제로 꿈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비무장지대는 중무장지대다. 남과 북의 병력, 대포, 지뢰, 최첨단무기가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다. 우리는 평소 이 역설을 잊고 산다. 그러다가 철책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조짐이 발견되면 휴전선 250㎞에 전군 비상이 걸리는 곳, 그곳이 DMZ다. 종전 이후 60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생태의 보고(寶庫)라는 표현도 100% 진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군사적 이유 때문에 개발의 삽날이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무장지대 길짐승들이 우리 상상만큼 자유로운지는 의문이다. 사방에 깔린 지뢰를 피할 수 있는 건 순전히 동물적 감각 덕분일 게다. 평화가 없는 중무장지대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무덤은 연천군 백학면 고랑포리에 있다. 경순왕릉에서 능선 하나 넘으면 북한 땅이다. 경순왕릉으로 가는 길은 생태 보전이 비교적 잘 된 편이지만, 막상 능 주변은 그
성에꽃 /최두석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가 금지된 친구여. 한겨울의 새벽에 시내버스를 타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차창에 낀 성에를 손으로 문지르거나 입김으로 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두석 시인은 겨울 새벽 차창에 서리는 뿌연 성에에 꽃이라는 이름을 달아주면서 그 속에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성에꽃으로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1980년대 아픈 역사의 상흔을 ‘친구’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시대적인 아픔을 공감하게 한 것이다. ‘엄동 혹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