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함께 생각해볼 만한 일이라 적는다. 지난 9월 15일에 남북한, 중국, 일본에게 중요한 군사외교적 사건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이날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미국이 5-아이즈, 오커스 등을 결성하며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 하자, 대한민국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을 제치고 미국에 붙으면 재미없을 줄 알라고 대놓고 을러댄 것. 그 시각, 북한은 유엔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쐈다. 이틀 전 순항미사일과 달리 탄도미사일은 심각한 군사도발이며, 북한 후견국을 자처하는 중국 체면을 깎는 일이다. 한편, 일본은 30년 만에 육자대 전군이 참가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일본이 점유 중인 센카쿠 열도에 상륙한 중공군을 퇴치하는 가상훈련이 포함되어 있었다. 중국 보고 힘으로 해볼 테면 해보라는 무력시위였다. 그리고 그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SLBM 미사일 발사 시험에 참관했고, 우리 군은 한 번에 성공했다. 대통령이 오전에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오후엔 중국 베이징이 사정권 안에 들어오는 공격 미사일 발사 자리를 참관한다는 것 역시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한국이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다. 현재에 있어서만 인간 영혼의 신적이고 자유로운 본성이 나타난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빛이 너희와 같이 있는 것도 잠시뿐이니 빛이 있는 동안에 걸어가라. 그리하면 어둠이 너희를 덮치지 못할 것이다.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요한복음 12장 35절) 모든 습관이 반복적인 연습에 의해 강화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신적 능력도 마찬가지이다. 네가 화낼 때 너는 단지 그것만의 악을 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내부에서 화내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는 것, 말하자면 불 속에 장작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육체적 유혹에 빠졌을 때 단지 그것만의 죄를 지었을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쁜 생각과 소망은 바로 그렇게 해서 내 안에서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만약 화내는 습관을 가지고 싶지 않거든 분노를 최대한 억제하여, 그 습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나쁜 생각과 싸울 힘을 얻을 것인가
지난 9월 문재인대통령의 UN연설 중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형식 대남 메시지에서 중대과제라 표현하며 이중기준과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철회를 남북 및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남북관계 재개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혹자는 북한의 경제사정이 매우 좋지 않아 남한 미국과의 관계재개를 통한 대북제재 완화와 인도적 지원, 경제지원을 받기 위한 대화 제스처라고 평하거나, 또는 아프가니스탄 철수 및 국내문제 등 어려움에 처한 미국정부에게 북미대화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기회로 삼으면서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한 시간벌기 전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록 북한이 대북제재나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됐다는 추론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핵보유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 극복을 위한 시간벌기 작전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의 중대과제 선결이라는 전제조건이 갖는 함의를 제대로 해석한다면 지난한 한반도비핵화문제도 해결 궤도로 진입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정부는 북의 진의를 바로 해석한 듯하다. 서훈 안보실장의 방미와 노규덕 한반도평
지난 10월 6일 나토가 “나토주재 러시대표부 직원 8명이 외교관을 가장해 스파이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추방을 발표하면서, 스파이 활동과 외교관과의 관계가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이 조치는 미국 CIA가 뉴욕타임스의 입을 빌려 AI와 안면인식기술 등 첨단기술의 발달로 인해 휴민트 운영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는 뼈아픈 고백까지 이어짐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정보활동에 관해 다시 성찰해보는 계기를 조성했다. 그간 대부분의 국가들은 스파이를 외교관으로 위장하여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수세기 동안 외교와 스파이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대사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국과 관련되는 정보를 모았다. 때론 공개적으로, 때론 은밀한 방법으로. 예를 들어 15세기 베니스와 러시아의 경우, 대사는 가성비 높은 정보수집관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교관이나 정보요원들이 전문화되면서 분화되기 시작했지만, 정치지도자들은 다른 한편으로 정보요원을 외교적 목적으로 은밀히 활용해왔다. 웨스트필드(H. Bradford Westerfield)는 이런 역할을 “crypto-diplomacy(암호외교)”로 불렀고, 영국에서는 “특수한 정치적 활동(special political…
모친이 39년생 토끼띠이니 83세가 되었나보다. 46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육남매를 키워오셨다. 이번 추석에 비대면이기는 하지만 면회가 가능해서 요양원으로 면회를 갔다.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셔온 지도 벌써 두 해가 지나간다. 유리창 너머로 슬며시 쳐다본 얼굴에 주름이 많고 부쩍 늙으셨다.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시는 어머니였다. "행곤아 느그 집 좋더라. 천장도 높고" “아야, 느그 집서 이북이 가깝지야.” “옴매, 금강산 가보니 거지도 그런 거지들이 없드라.”하는 소리를 이번에도 여러 번 반복하셨다. 단 한번 단체로 금강산 관광 가셔서 보신 북쪽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신다. ‘쩝’ 외가의 내력인 치매가 심해지셨다. 외할머니, 큰 이모, 둘째 이모 모두 치매가 심하게 왔다가 돌아가셨다. 부친이 위암으로 투병하시다 큰 수술을 두 번 하셨지만 결국 돌아가셨을 때 집은 풍비박산이 났다. 그때가 84년인데 나는 군대로 끌려가고 그 암담했던 시절을 어떻게든 모친이 어린 동생들을 이끌고 헤쳐 나왔다. 그 풍상을 같이 겪어낸 어린 동생들은 모친을 대하는 애틋함이 남다르다. 나는 묘하게도 일찍 가신 부친이 더 애틋하다. 그런 모양이다. 막상 어린 동생들은
한 번 몸에 밴 습관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기완성을 향한 첫걸음은 언제나 그러한 벗어남에서 시작된다. 너희는 남들의 생각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 의해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원칙은 실생활에 있어서는 정신생활에 있어서나 똑같이 필요 불가결한 것이다. 이 법칙을 지키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자신들이 너희 이상으로 너희의 의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세상 속에서는 세상의 의견에 따라 사는 것이 쉽지만, 고독 속에서는 자기 자신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쉽다. 다만 군중 속에 있으면서, 자신이 고독할 때의 독립자존을 지키는 자가 참으로 위대한 사람이다. (에머슨) 본질적으로 너희와 아무 관계도 없는 인습에 영합하는 것이, 너희의 정력을 소비하고 너희의 시간을 빼앗으며, 너희의 원래의 소질을 망쳐버린다. 그런 것에 얽매여 있으면 그 쓸데없는 일에 너희의 가장 뛰어난 능력이 허비되는 건 물론이고, 원래 너희 자신이 대체 어떠한 존재인지 인식하는 것조차 참으로 어려워진다. 그러한 생활은 영혼도 육체도 멸망시킨다. (에머슨)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처럼 생각하고 우리처럼…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면서 세상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강조한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의 모든 것이 관계 속에서 이뤄지며 고정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고통이 생긴다’고 설파한 인도의 싯달타와 대략 비슷한 시기의 인물이다. 대선을 앞둔 국내 상황에서 이들 말처럼 새삼 재확인하게 되는 것은 없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혼재와 갈등 속에 다시 새로운 질서가 등장하는 시기다. 앞선 촛불정부를 계승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판을 바꿔 여야를 바꿀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적절한 중간 어디선가 새롭게 모색할 것인지 선택 기준이 필요하다. 현 촛불정부의 다양한 개선 시도와 코로나 방역 성공을 인정한다 해도 서민들 생활에 직결되는 청년 일자리 부족과 부동산 문제는 매우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자는 세계적 추세이고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것이라는 변명이 가능하나, 후자에 있어서 이번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며 누구라도 특별한 해결책이 없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지금 20-30대의 청년층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기득권자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친일 기득권 속에 군사독재를 경유해서 여전히 사회전반의 특권층을 이루고…
누구나 다 자신은 누군가에 의해 이 세상에 부름을 받은 존재라고 믿고 있다. 죽음은 자신의 생명을 끝낼 수는 있지만, 자신의 존재를 끝내는 일은 절대로 할 수 없다는 믿음도 거기서 온 것이다. (쇼펜하우어) 영혼은 육체 속에서 자기 집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것이다. (인도의 쿠랄) 무한한 과거와 무한한 공간에서의 영원한 침묵은 나를 공포에 빠뜨린다. 무한한 과거와 무한한 미래 사이에 있는 인생의 무상함을 생각하고, 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 나아가서는 내 눈에 들어오는 공간, 내가 모르는, 그리고 또 나를 모르는, 한량없이 넓은 모든 공간에 비해 거대한 바다의 밤톨만 한 그 보잘것없는 공간을 생각하면,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내가 지금 왜 이곳에 있고 다른 곳에 있지 않은 건지 의아해진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바로 이 순간 저곳이 아니라 이곳에 있어야만 하는 아무런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나를 이곳에 있게 했을까? 도대체 누구의 지시, 누구의 명령으로 바로 지금 바로 이곳에 있게 되었을까? 아마도 인생이란 손님이 되어 지낸 덧없는 하루의 추억과 같은 것이리라. (파스칼) 죽어야 하는 자여!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은 그리 길지 않다.
우리나라 방송법은 공공, 다양, 균형에 기반하여 보도, 교양, 오락에 관한 프로그램을 조화롭게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양에 포함되는 다큐멘터리는 다루는 주제에 따라 다양하다. KBS인간극장, MBC인간시대 등의 휴먼다큐, 역사스페셜 등의 역사다큐, PD저널리즘을 꽃피운 시사다큐, 지리산의 4계 등의 자연다큐, EBS 하나뿐인 지구 등의 환경다큐, 인물다큐 등.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엔 영양결핍이 문제이더니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에는 과잉섭취가 문제다. 모자라도 넘쳐도 다 문제다. 미디어의 다양성이 실현되어 온갖 콘텐츠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금도 하루는 24시간이다. 지상파 3채널만이 방송하던 과거에도 하루는 24시간. 제한된 시간 속에 많은 콘텐츠를 접하면서 사람들은 눈가고 혀에 착 감기는 콘텐츠를 먼저 택한다. 어떤 경우라도 교양다큐가 드라마와 예능을 넘어설 수 없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동양이든 서양이든 똑같다. 다양성이 실현된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주로 오락을 택하면서 오히려 콘텐츠 소비의 다양성이 훼손되가고 있다. 편식하지 마, 게임 그만해라는 엄마의 잔소리처럼 OTT 환경에서 콘텐츠 소비의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2020년…
요즘 영화 오징어 게임이 인기이다.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서로를 죽여야만 얻을 수 있는 현실 같지 않은 현실 같은 영화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조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게임에서 사람들은 목숨은 걸고 도박을 한다. 시작에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감독은 잘 알고 있는 듯 첫 번 째 게임에서 과반수가 무모하게 죽임을 당한다. 죽음으로 보여준 경험은 뒷사람으로 하여금 징검다리가 되고 마지막 한 사람이 독식을 하게 되는 결말이다. 고향에서 겪었던 극한 상황은 오징어 게임과 다르지 않다. 그때가 1990년대에 시작된 ‘고난의 행군’이라는 판타지가 현실로 있었던 때이다. 한 줌의 식량이 없어 주변의 사람들이 마구 죽어나가기 시작하면 살고자 하는 욕망이 더욱 커진다. 어떤 짓을 해서라도 살고자 하는 의욕이 사람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다. 죽을 수도 있는 찰나의 행운을 노려 무시무시한 국경을 수시로 넘나들고, 고가의 골동품을 나르는 등 죄를 짓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생존 게임의 참가자가 된다. 이 시기에 게임의 설계를 자처한 상인들로부터 북방에서만 서식하는 희소한 기름개구리도 수난을 당했다. 노란색을 띠고 있어 기름개구리로 불리는데 가을이면 동면을 하려고 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