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본다. 부드러운 청자 빛 하늘 아래는 흰 구름이 자유롭다. 구름은 호랑이 머리가 되었다가 개의 형태이더니 바로 고양이 꼴이다. 흐르면서 변하는 게 구름이다. 변하기 때문에 눈 주고 할 일없는 사람처럼 바라보기도 한다. 근자에 나는 하늘 바라보는 재미가 유별하다. 눈이 피로해도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고, 글을 쓰다 문장이 막히면 나가서 하늘을 본다. 글의 주제가 마땅치 않아도 오늘 같이 하늘을 보고 구름을 만나면서 뭔가가 머릿속에서 새롭게 뛰어내려 주기를 기대한다. 10월도 저물어 삼십 일이 되면 시월의 마지막 밤이 온다. 이 해도 60여 일 남았다. 계절은 겨울이란 고개를 넘어야 한다. 오늘도 숲의 그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하늘의 빛(彩)을 독창적으로 표현하고자 먼 하늘을 끝없이 바라보아도 색채감에 딱 맞는 언어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이 들려오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 ‘이룰 수
지난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關東)대지진의 혼란 속에 조선인 수천 명이 일본 자경단 등에 의해 억울하게 학살된 사건이 있었어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일어난 비극이었지요. 소문 조작을 동원한 인류의 비극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돌 무렵, 유대인 박해를 위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가짜뉴스는 여러 차례 동원되었다네요. ‘우물에 독(毒) 타기’는 전쟁사에서 오래된 고육책(苦肉策)이에요. 루마니아 지역에 있었던 ‘발라키아’ 공국의 왕 블라드 3세는 15세기 오스만 튀르크족에게 쫓기자 후퇴하면서 모든 우물에 독을 풀어 적의 진격을 늦추었대요. 20세기 들어서도 핀란드나 독일군이 적의 추격을 늦추기 위해 이 방법을 사용했어요. 수년 전에는 IS가 그 짓을 해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높았지요. 요즘 본격화하고 있는 대선전이 사상 유례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가고 있군요. 정치의 품격은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고, 오직 경쟁자를 죽이기 위한 살의(殺意)만이 휘 번뜩이는 위험한 게임이 벌어지는 중이네요. 가장 위태로운 행악은 ‘우물에 독 타기’ 추태예요. 문제를 내는 사람도
누렇게 익은 벼이삭에 잠자리 한 마리 날개를 접고 앉아 고개 숙인 벼를 배운다 바람이 와서 흔들릴 때마다 배움을 끌어안는다
미망은 인간이 빠지기 쉬운 상태이다. 하지만 일정한 시대, 일정한 사회 계층 사람들 사이에 특히 그것이 널리 퍼져 있는 경우가 있다. 기독교 집단이 바로 그러하다. 고차원의 인생의 법칙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이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의 사회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 누구든, 학문을 배운 사람이 저지른 죄가 가장 무섭다. 무지하고 타락한 민중은 방자한 학자보다 낫다. 전자는 눈이 멀어 길을 잃지만, 후자는 눈이 멀쩡하면서도 우물에 빠지기 때문이다.’(사다) 사람들은 영혼을 잃어버렸다. 그 뒤 시간이 흐르자, 이제는 다시 그것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 영혼의 상실이 바로 우리의 환부, 현대의 모든 현상에 무서운 죽음을 선고하고 있는, 전 세계에 걸친 사회적 부패의 근원이다. 우리에게는 이제 종교도 없고 신도 없다. 인간은 영혼을 잃어버리고 헛되이 치료 방법을 찾고 있다. 그리하여 잠시 병세가 수그러든 것처럼 보이는 전염병은 곧 다시 더욱 맹렬하고 더욱 무섭게 기승을 부릴 것이다. (칼라일) 모든 범죄와 온갖 종류의 무서운 기사로 가득 찬 언론은 고기를 중심으로 한 아침 식사의 반찬과도 같은 것이다. 몸도 마
’21년 9월 현재 전국적으로 사회적기업은 3672개 인증을 받아 3064개 기업이 활동 중이며, ‘21년 10월 현재 (사회적)협동조합은 2만 1513여 개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사회적기업은 480여 개였으며, 현재 전체 사회적기업의 17.1%인 520여 개 기업이 경기도에서 사업 중이다. 경기도 소재 (사회적)협동조합은 ’20년 12월 약 3550개에서 ‘21년 10월 현재 4000개 이상으로 사회적기업과 함께 증가 추세에 있다. 2020년 3월 경기도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 일자리재단 산하에 ‘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를 설립하여 체계적인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역할 수행을 하고 있다. 경기도는 ‘20년 12월에 발표한 ‘경기도 사회적경제 5개년 기본계획’에서 사회적경제 민관협력 강화를 위한 유기적 협력시스템 구축, 경기도 사회적경제 지원체계 전문화를 통한 질적 성장 도모, 사회문제해결 중심의 사회적경제 전략 분야 발굴 및 육성, 사회적경제 기업 협업 프로젝트 지원을 통한 경쟁력 강화 등 4개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에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키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회적 경제’라는 미션과 ‘경기도민의 경제활
몰도바에서 6년 유학했다는 아티스트를 만났다. ‘한 남자’ 때문에 죽기 전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에 올라있는 나라, 몰도바.(‘한 남자’가 궁금하실 당신. 뒤에 풀 예정이니 일단 몰도바 이야기로 직진 부탁한다.) 내 주변에 몰디브를 다녀왔다는 사람은 차고 넘치지만 몰도바 여행자는 없었다. 꿈의 여행지 몰도바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내게 아티스트는 찬물을 퍼붓는다. ‘볼 거 별로 없어요. 갈 데도 특별히 없구요.’ 그의 말은 내게 ‘ 만난 사람이 별로 없어요. 특별했던 사람도 없구요’로 번역돼 들렸다. 번역기는 서른 개 넘는 나라를 배낭여행하며 떠돈 내 경험이다. 올해 초,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작업실을 만들자 ‘심심하던 차에 건수 생겼다’며 많은 지인들이 놀러 왔다. 환대의 마음으로 헤이리의 ‘나의 최애 공간’을 데려가 구경시켰다. 들꽃 장식으로 디저트를 내주는 피사로의 시간, 융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서양화가의 작업실 소금 항아리, 집시처럼 살고 싶은 욕망을 불 지르는 스페인 맥주집 츄로바 등. 헤이리 일주 후 지인들은 ‘헤이리가 이런 곳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 말에 번역기를 돌린다. ‘예술마을이라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다른 유원지와 비슷하더라. 실망만
이재명과 윤석열. 최근 언론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두 정치인이다. 한 분은 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다른 한 분은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현재까지는 상당히 높은 분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두 대선 후보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19일(월)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1일(수)에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야당의원들이 제기하는 대장동 의혹을 해명했다.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1면 머리기사를 포함해 많게는 4개면을 할애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립적 입장을 표방하는 한국일보가 21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도돌이표로 끝난 ‘이재명 국감’”이 이번 대장동 국정감사를 압축적으로 대변했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19일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며 전두환씨를 두둔한 발언, 이어진 ‘개 사과’와 해명논란이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자초한 위기였다. 전두환 옹호발언에 묻혔지만 언론이 크게 관심을 가졌어야 했던 사안이 있었다. 고발사주 의혹이었다. 19일 MBC를 통해 ‘고발사주’ 의혹 관련, 김웅 국민의힘(송파갑)의원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
-정몽주의 주체의식 상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해나 평가는 미처 짚지 못한 것들이 있을 때 어느 한 단면이 전체로 전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의 현실에서도 인물평이라는 것은 이런 한계에 갇히는 수가 적지 않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미처 몰랐던 진면목이 드러나면 감탄하는 경우가 생기는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놀라 아연실색(啞然失色)하는 경우 또한 있게 된다. 가령 고려(高麗)의 국체를 지키면서 개혁하겠다는 정몽주는 조선 개국에 협력하지 않자 선죽교에서 격살당한 뒤 절조(節操)있는 충신의 표본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그런데 그가 원명(元明) 교체기에 명나라 옷을 입고 명나라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던 지극히 사대주의적 인물이었다는 점을 안다면 우리의 판단은 좀 다르게 된다. 그는 당대의 대유학자임에도 주체적 자아에 대한 각성이 세워지지 못했던 것이다. 고려말은 몽골 제국의 본령(本領)인 원과의 관계에서 유라시아 교역로가 제공하는 문명의 개방성과 자유로움을 누리면서 나름의 주체성을 지켜내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한족(漢族)의 입장에서는 이민족(異民族)인 몽골의 지배가 퇴조기에 들어서자 유학의 본가가 다시 부흥했다고 여기고 중화주의(中華主義)에 매몰된 지식인들
이게 나라인가. 나라가 나가가 되려면 나라다운 기본기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가 의사다워야 하며 교수가 교수답고 목사가 목사다워야 한다. 기자가 정론곡필을 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검사나 판사가 깡패나 건달 짓을 하면 안된다. 정치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도 하기 싫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없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 부인이자 오랜 경력의 신경정신과 의사라는 사람이 자신의 인상비평 하나만 믿고 공개적으로 상대 당 유력 대권 후보를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실수였다고 얼버무린다. 이건 외과의가 환자의 왼쪽 폐를 적출해야 하는데 오른쪽을 잘라내고 나서는 앗 착각했네 라고 하는 것과 같은 얘기다. 환자가 죽고 나서도 단순 실수였다고 얘기하는 식이다. 이게 의사인가. 저자 거리의 약장수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TV에서는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1, 2’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쳐다보지도 않거나 심지어 비난을 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한국사회 어디에 저런 의사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판타지를 녹이는 TV 드라마라 하더라도 좀 적당히 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를 세우려고 몸부림이다 일해도 몸으로 손발로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를 일으키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놀고 먹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나라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천대하고 짓밟고 밀어내는 나라는 저주를 받아라 그러나 우리는 이 나라가 저주받기를 원치 않는다 이 나라가 아무리 손발 놀려 땀 흘리는 사람들 천대하는 나라라고 해도 이것은 우리의 조국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이 나라가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되는 꿈을 이 나라가 저주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축복으로 해와 달과 별의 축복으로 비와 눈과 바람과 이슬의 축복으로 아니 몸으로 노동하는 이들의 온몸에서 흐르는 땀의 축복으로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를 누리는 나라 노래와 춤의 나라 모든 담장 무너지고 모두들 이웃사촌으로 허물어지는 나라가 되는 꿈을 우리는 버리지 못한다 최고의 가치가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노동인 나라의 꿈 종교도 도덕도 철학도 무슨 무슨 주의도 과학도 정치도 예술도 모두 노동의 깃발 아래 모여 하나인 나라의 꿈 겨레 사랑을 말로 하지 않고 얼싸안고 비비대는 몸으로 하는 온몸으로 노래하는 나라 앞산 뒷산의 바위굴과 함께 우직하게 풀이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