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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고향의 설날 풍경

 

새해를 축하합니다! 만나면 서로가 주고받는 인사이다. 이날에는 궁색한 살림일지라도 새 옷을 사 입고 낡은 옷이라도 아주 깨끗하게 손질해서 입는다. 마지막 밤인 31일에는 눈썹이 희어진다고 자정이 되기까지 잠들지 않는다. 그렇게 맞이한 새해 첫날에는 정갈하게 만든 음식으로 조상들에게 먼저 제사를 지낸다. 추석처럼 요란하지 않고 간단하게 한다. 가장 좋은 것을 나름의 규정에 맞게 상위에 올려놓고 술잔을 돌리고 다음에 가족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한다.

 

남쪽에서처럼 해돋이를 보면서 소원을 말하는 풍경은 없다. 그러나 설날 아침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 색다른 음식을 만드는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오고 절구에 떡 찧는 소리도 들린다. 떡이 만들어지면 아이들에게 들려서 이웃에 보낸다. 그러면 이웃은 그릇에 떡을 담아 보낸다. 이렇게 오고 간 떡 그릇이 보낸 만큼 다시 돌아온다. 식사가 끝나고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동네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러 다닌다. 아주 작은 세뱃돈을 주는데도 신나서 다닌다. 여자들은 설날에는 이웃집 출입을 삼간다. 남자들은 흥취가 돋아 스승의 집을 찾거나 친한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신다.

 

또 다른 풍경으로는 설날 아침에 누가 먼저 수령에게 꽃다발을 놓았고 깨끗이 청소하는데 열심이었는가를 경쟁하던 때가 있었다. 강요하지 않아도 자발적 충성이 이루어지기에 그것이 진심이었냐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 시대 설날이나 명절이면 볼 수 있는 하나의 흔한 풍경이었다. 남쪽에서처럼 갈 곳이 많지도 않고 깨끗이 관리된 공간이 그곳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모두가 가는 곳에 빠질 수 없다는 대중심리도 있다. 이러한 풍경은 고난의 행군이전에 강하게 나타났고 지금은 충성심보다는 공간의 유용성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다음으로 새로운 달력에 주요 일정을 체크하는 일이다. 종이가 귀하기 때문에 달력은 배급된다. 달력은 조금 두껍고 반질한 종이를 사용하여 일 년이 모두 들어 있는 한 장 짜리이다. 유명 배우가 있는 달력을 구입하면 그것은 가보처럼 퇴색될 때까지 새로운 달력에 덧입혀 사용한다. 어떤 달력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부의 정도를 가려볼 수 있다. 달력을 보면 남북의 다른 점이 확연히 드러나는데, 북쪽의 달력에는 남쪽에 없는 휴일이 있다. 우선 국가기념일로 수령의 생일이나 건군절, 헌법절, 여성의 날이 빨간날이다. 민속명절로 음력과 양력, 정월대보름, 추석과 한식이 휴일이다. 음력 정월 초하루가 휴일로 되어 있으나 관습적으로 양력의 새해 첫날에 의미를 든다. 어버이날은 없고 어머니날이 있어 11월 16일인 이날도 휴일로 되어 있다.

 

설날 풍경은 이십여 년 전 고향을 떠났던 때와 비교하면 변한 것도 있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어려운 시기 떠나서 당시의 어두운 모습만 기억되었는데 떡을 나누고,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놀이를 하면서 즐기는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공휴일인 빨간날도 많아졌다. 무엇이나 부족한 고향에서 다가오는 음력설도 부족하지 않게 풍성하게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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