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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의 시시비비] 정치인과 ‘무속(巫俗)’

  • 안휘
  • 등록 2022.01.19 06:00:00
  • 13면

 

 

조선 태조 이성계의 문자점(問字占) 이야기는 유명하지요. 왕이 되기 한참 전에 함경도 안변(오늘의 강원도 안변군) 지역에서 앞에 놓인 많은 글자 중 ‘물을 문(問)’ 자를 짚고 점괘를 물으니 점쟁이가 “큰 대문 안에서 커다란 밥상을 받을 것이므로 왕이 될 팔자”라고 말하며 큰절을 올렸대요. 그런데 그때 옆에 있던 거지가 같은 글자를 짚자 “문(門) 앞에서 입(口)을 딱 벌리고 있으니 천생 거지 팔자”라고 핀잔하더래요.

 

비슷한 에피소드로 복자점(卜字占) 이야기도 있어요. 암행어사가 ‘점 복(卜)’ 자를 짚으니 “마패를 차고 암행어사가 될 팔자”라고 하던 점쟁이가, 지나가던 거지가 옷까지 바꿔 입고 같은 글자를 짚자 대뜸 “쪽박을 찬 거지 팔자”라고 멸시했다죠.

 

우리 정치인 중에 점을 치기 위해 철학관이나 무당을 찾는 이들이 유독 많다는 사실은 다 알려진 불편한 진실이에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명리학(역리학)을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상당한 논리적 체계를 갖추고 있어요. 불가측(不可測)한 요소들이 특히나 많은 선거를 앞두고 그들이 운세 풀이를 탐닉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죠.

 

손바닥 왕(王)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가 또다시 무속(巫俗) 논란에 빠져들고 있네요.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7시간 통화녹음 속에서 “무당을 싫어한다”고 밝힌 직후에,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 모(61) 씨가 선대위에 상주한다는 의혹이 보도됐어요. 일단 윤석열 선대위는 극구 부인하고 있군요.

 

문제는 천공 스님, 관상가 노병한, 항문침 전문가 이병환에 이어 유독 윤석열 후보에게 미신(迷信) 논란이 많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죠. 정치적 반대자로부터 미신 영역과 결부돼 공격받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박근혜 탄핵 과정을 통해 이미 충분히 입증됐잖아요.

 

주술이나 점복을 믿는 것이 비도덕 영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역술인을 가까이하는 공직자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중의 이해가 걸린 공적 문제를 판단할 때 전문가나 당사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 때문이에요. 중요한 나랏일에 대한 타당하고 최종적인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의혹의 핵심인 거죠.

 

문자점(問字占), 복자점(卜字占)의 교훈은 ‘운명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된다’는 대목일 거예요. 예로부터 “참고하되, 의존하지는 말라”는 경계는 그래서 나온 것이죠. 오만가지 너저분한 시비가 어지럽게 휘도는 최악의 대선판에 떠오른 뜬금없는 무속 논란에 어이가 없군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loT)·빅데이터·로봇기술·자율주행·가상현실(VR)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어 역사가 완전히 바뀌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직도 고작 이런 천박한 논쟁이나 벌이는 대선판이라니 참으로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