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느끼는 행복(幸福)은 단순히 만족감을 이르는 것일까. 사전에서 설명하듯 ‘고통이 없는 상태 또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만 유지되면 행복할까. 전통적으로 행복은 장수, 부의 축적, 쾌감, 아름다움, 명예, 사랑, 권력, 자유 등을 향유할 때 느끼는 감정이었다. 어제 이런 전통적 행복론을 수정케 하는 재미있는 보고서가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나왔다.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709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인 20대 여성 대졸공무원’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행복하다고 느끼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역시 10명중 6명꼴로 손꼽은 경제적 요인이다. 하지만 일정부분 고수익을 올린 계층에서는 부(富)의 축적이 행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자산 20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들도 절반이상이 행복도가 떨어졌다는 반응이다. 부자들도 불행할 수 있음을 처음 간파한 것은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다. 그는 1974년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을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상반기 유엔의
부족하지만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안빈락도(安貧樂道)가 그것이다. 풍족한데도 만족하지 못하면 항상 부족하다(足而不足常不足). 100년 동안 물질 모으는 데만 빠지면 하루아침에 티끌처럼 되는 수 있다(百年貪物一朝塵)라고 했다 논어에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어도 즐거움은 또한 그 가운데 있으니, 의롭지 않은 부귀는 나에게는 하나의 뜬구름과도 같다(飯蔬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라는 구절이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조용히 던지는 삶의 철학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공자의 제자 중 가장 신임했던 안회(顔回)라는 사람은 가난뱅이로 소문이 났다. 안회는 한 그릇의 밥과 물 한 바가지로 연명하며,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며 말하지도 말고 행동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공자의 학문적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기도 했다. 그는 27세의 젊은 나이로 죽었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청빈락도(淸貧樂道)의 삶이 뭇 학자들의 귀감이 돼 오늘까지 전한다. 우리나라 송익필 선생은 군자는 어찌하여 늘 스스로 족하다고 생각하며, 소인은 어찌하여 항상 부족하다고만 하는가. 부족하면서도 족하
지난 9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위장전입 사건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들 만한 중대한 일이다. 경남 하동군을 비롯해 4개 지방자치단체가 인구를 늘리려고 조직적으로 위장 전입을 주도한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됐다. 지자체가 이런 몰상식한 일을 저지르는 이유는 인구 규모에 따라 지자체에 대한 대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선 인구가 10만4천명 이하로 떨어지면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다른 선거구와 합쳐질 수 있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소외되고 지역발전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인구가 증가하면 1인당 약 100만원의 지방교부세가 늘어난다. 지자체 운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지방 재정이 그만큼 탄탄해진다. 요컨대 돈이 문제인 것이다. 사실 지방자치단체의 인구문제는 복합적인 이유가 산재하고 있다. 가장 먼저 대두되는 이유는 도시화 현상 때문일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인간 삶의 대부분을 만족시켜주는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 혜택도 지방자치단체보다 도시가 많다. 출산장려금만 예를 들어도 도시와 농촌이 몇십배나 차이가 나는 곳이 있다. 특히 교육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학군
요즘 서민들은 경기가 죽었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예외다. 돈을 펑펑 물쓰듯 한다. 이러한 공기업의 제멋대로 경영은 해를 넘기면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정부는 계속되는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모럴해저드와 방만한 편법운영 사례는 올해 국감에서도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2년여동안 461차례에 걸쳐 골프장을 찾았고 평일 이용도 51차례에 달했다. 국내외 골프장 8곳의 회원권 10개를 보유하고 있어 골프장에서 금리나 통화정책을 논의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마사회 임직원들은 최근 3년간 회원권을 보유한 골프장 3곳에서 근무일 870일 가운데 36%인 313일간 814회나 골프를 쳤다. 한은이나 마시회 임직원들은 천안함 1주기나 을지훈련 기간에도 골프장을 찾아 나사가 풀릴대로 풀린 공공기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정부 대전청사에 입주해 있는 통계청에서 부속기관이 몰려있는 통계센터까지 거리는 350m다. 걸으면 7분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대전청사 앞에는 대전시가 마련한 공공자전거 타슈가 항상 비치돼
미국에서 ‘베이비부머’란 2차 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이른다. 40대 후반부터 60대 후반까지의 나이다. 미국에서 이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2억6천여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인구 중 29%를 차지하는 미국 사회의 신주도 계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6·25가 끝난 뒤 출생한 1955년~1963년생들이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참 측은한 사람들이다. 태어나자마자 전후의 궁핍한 생활을 겪어야 했다. 4·19, 5·16, 12·12, 5·18, 6월항쟁 등 역사적인 격변기도 견뎌내야 했다. 참으로 고생 많은 세대였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산업역군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들은 경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직장에서 은퇴했거나 퇴직을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른바 ‘쉰세대’로서 앞에서 밀리고 뒤에서 치받치는 슬픈 존재다. 그리고 대부분은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노후준비를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베이비부머’ 세대 중 자영업 포함, 직장에 다니는 도민은 10명 중 7명으로 조사됐다. 그
우황 든 소는 캄캄한 밤 하얗게 지새며 우엉우엉 운다. 이 세상을 아픈 생으로 살아 어둠조차 가눌 힘이 없는 밤 그 울음소리의 소 곁으로 다가가 우황주머니처럼 매달리어 있는 아버지 죽음에게 들킬 것 훤히 알고도 골수까지 사무친 막 부림 당한 삶 되새김질하며 우엉우엉 우는 소 저처럼 절벽울음 우는 사람 있다 우황 들게 가슴 치는 사람 있다 코뚜레 꿰고 멍에 씌워 채찍 들고서 막무가내 뜻을 이루려는 자가 많을수록 우황덩어리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 많다 우황주머니 가슴에 없는 사람 우엉우엉 우는 소리 귀담지 못한다. 이 세상 소리 내어 우엉우엉 울지 못한다. 삶이 징 하지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우황 든 소는 그 고통을 이기고자 우엉우엉 운다. 고통이 고통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면 울지 않을 것이다. 울음은 슬픔으로 잠겨가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극복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우황 든 소 곁에 우황처럼 매달린 아버지는 삶이란 우황이 들어 소보다 더 아플 수 있다. 그러나 우황 든 소를 돌보는 아버지는 결국 우황으로 우는 소 보다 더 아프나 우황 든 소를 돌보기에 그 모든 것을 이겨가고 있다. 이러한 사람이 이 세상에 한 둘이겠나? 자기가 더 아프면서
구리 코스모스축제가 성황 속에 막을 내렸다. 올해 12번째 맞은 구리 코스모스축제는 한강 둔치 약 12만㎡에 심은 코스모스 꽃 9억 송이가 그 주인공이다. 행사기간 중 방문객이 약 50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이미 6억 송이가 활짝 피었고, 앞으로 3억 송이가 더 필 때까지 코스모스 광장을 찾는 발길은 계속된다. 코스모스가 한강변에 꽃을 피운 사연도 특이하다. 원래 이곳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잡초 투성이었다. 그곳에 토평동 일대 아파트 공사장에서 나온 흙을 메워 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여기에다 코스모스를 심어 볼거리를 연출했다. 구리 코스모스축제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일회용 축제를 치르면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코스모스는 모두 구리시청 공무원들이 나서서 심었다. 거기에다 구리시가 얻는 주차수입이 축제 예산을 훌쩍 뛰어 넘고 있다. 이쯤되면 효자 축제로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코스모스 축제를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지정 축제에 들어갈 수 있는 질적 향상을 말하는 것이다. 코스모스 축제가 아직은 명품 축제로 평가 받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꽃과 야경이 가을밤을 수놓고 있는 한강은 매력이 넘치고 있다. 거기다 접근성이 좋아 수
한국전쟁(6·25)의 상흔이 가득했던 1955년 북한 공군의 주력기인 야크-18기 2대가 서울상공에 나타났다. 전쟁의 참혹함에서 헤어나려던 국민들이 깜짝 놀랐지만 북한군 이운용 대위와 이인선 소위는 자신들의 비행기를 당시 여의도 비행장에 착륙시키고 귀순했다. 이들에 대한 남한당국과 국민들의 환영은 대단했다. 각종 환영대회가 열리고 이들은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이에 앞서 1950년 북한 공군소속 이건순 중위가 IL10기를 타고 김해비행장으로 귀순했고, 1953년 노금석 상위가 미그 15기에 백기를 단채 남한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비행기를 이용한 귀순 가운데 가장 국민의 귓전에 남은 것은 1983년 이웅평 상위였다. 민방위훈련의 사이렌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실제상황’이라는 멘트는 충격적이었으며 무엇보다 그가 몰고 온 미그 19기는 당시 공산권이 보유한 최첨단 기종으로 자유진영의 국가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과거 남북관계가 냉전의 틀 속에서 경직됐을 때 북한군의 귀순은 대단한 화제이자, 사건이었다. 특히 1967년 귀순한 조선통신사 부사장인 ‘위장간첩 이수근’은 아직까지도 논란의 여지를 남긴 사건으로 남았고, 북한 최고위층급인 황장엽 전 노동당…
길이 터진다. 가로수가 길을 들어올린다. 땅으로 심겨질 나이테가 툭툭, 도로를 들어 올린다. 뿌리의 지문이 길 위로 새겨지고 군데군데 뒤틀린 갓길로 가을날의 씨앗들이 들르고 거리의 소음들이 속속 파고든다. 20여년 쯤 새 길이 뚫리고 아파트가 생기면서 가로수가 조성됐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을 견디면서 나무도 많이 성장했다. 침침한 가지 속 여린 잎을 꺼내놓으면서 봄을 알렸고 무성한 잎으로 한 여름 그늘을 준비하더니 이젠 하루가 다르게 나무의 빛깔이 변해가고 있다. 그 가로수가 반란을 시작했다. 땅으로 심겨질 뿌리들을 끌어올려 길 위로 꺼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갈라지고 자전거 바퀴살이 놀라 움찔거리고 조깅을 나선 운동화를 잡아당겨 넘어뜨리기도 한다. 태풍이 지나칠 때면 한두 그루씩 넘어지기도 했고 지나던 차량의 부주의로 넘겨지기도 하면서 거리를 지키던 가로수가 땅 밑을 거부하고 길 위로 나서면서 뿌리를 통과한 길은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자전거로 통학하던 남학생이 불뚝 솟아오른 길에 걸려 넘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고 유모차에서 잠든 아기가 놀라 울기도 했다. 너무 얕게 심겨진 때문일까.아니면 뿌리로 향하려던 태양의 일정이 잎으로만 당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