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검문은 과거 70~80년대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많은 사람이 지나는 거리나 지하보도 등에서 2~3명의 경찰이 불심검문이라며 주로 대학생들의 가방을 뒤지곤 했다. 서울과 경기도를 넘나드는 버스는 경계에 설치된 초소 앞에 정차해야 했고, 경찰과 헌병 등으로 이루어진 합동검문조가 사회안전을 위해 검문에 나섰다. 이들은 임의로 선택한 승객에게 다가가 불시에 신분증을 요구한 후 신분증과 얼굴을 번가라 쳐다보며 동일인임을 확인하고 탑승목적을 물었다. 당시의 사회분위기는 이러한 불심검문을 당연시 했다. 용공분자를 색출하고 사회를 혼란케 하는 범죄예방을 위해 어느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정부가 사라지고 민주화가 성취되면서 불심검문은 소리없이 사라졌다. 불심검문이 본질과 달리 시위 예방과 권력유지를 위해 악용됐음을 국민들이 눈치챈 것이다. 이후 1988년 올림픽과 글로벌화된 세상을 경험하면서 인권에 대한 의식 전환이 이루어졌고 불심검문은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지구촌을 흔들고, 국력이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요즘에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런데 불심검문이 부활할 조짐이다. ‘묻지마범죄’가 빈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더 올라갈 데가 없어서 내려올 수밖에 없으므로 조심스럽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주역의 이 말에 공자는 ‘존귀함이 있으나 구체적인 자리가 없고 지위가 높아도 아랫사람이 없다. 어진 사람들이 아래에 있지만 도움이 돼 주지 않으니 이런데도 움직인다면 뉘우침이 있게 된다’(貴而無位 高而無民 賢人 在下位而無輔 是以動而 有悔)라고 말하고 있다. 즉, 높이 올라갔지만 말과 행동을 뒤돌아 보며 조심스럽게 하고, 덕을 쌓고 바르게 해야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갈 때까지 가면 어려움을 겪는다(亢龍有悔窮之災也), 꽉 차면 오래가지 못한다(亢龍有悔盈不可久也), 갈 때까지 높이 올라간 용이니 후회 있게 된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욕심을 버리고 지혜로움으로 겸손의 순리를 따르라는 말이기도 하다. 나아감은 알면서도 물러섬을 모르고(知進而不知退), 존재만을 알고 없어질 것은 모른다(知存而不知亡). 얻은 것은 알지만 잃은 것은 모르니(知得而不知喪), 이를 알만한 사람을 거룩한 이라 할까(其唯聖人乎). 진퇴존망을 알아 바름을 잃지 않은 이를 거룩한 이라 할까(知進退存亡而不失其正者其唯聖人乎). 잘 돼 간다고 거침없이 가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말에 ‘레임덕’이 찾아왔다. 시급을 요하는 국정현안을 쌓아놓고도 차기 대통령의 눈치보기에 일손을 내려놓은 각부처의 복지부동에 허송세월 해 왔다.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니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또 역대 대통령들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당직을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대통령선거를 3개월여 남겨놓고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선후보인 박근혜 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만난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두 사람이 독대한 것은 8개월 만이지만,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의 단독 회동은 10년 만이다. 2002년 4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회동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대선을 3개월 반가량 앞둔 시점에 이례적으로 ‘여권의 투톱’이 회동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 만하다. 더욱이 잇단 성폭행 사건 등으로 치안 불안이 팽배해지고, 태풍 피해와 성장세 둔화 등 경제적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단독 회동이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주로 태풍피해 복구, 치안 대책, 민생경제 등 3가지 민생현안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새누리당에 의하면 박 후보는 특히 100일간의
이제 9월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혼인시즌이 시작됐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인 혼인은 사회와 국가의 기초단위인 한 가정을 새롭게 이루는 중요한 행사다. 가족은 물론 친지와 지인들이 모두 모여 따듯한 마음으로 축하를 해준다. 이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혼인식은 대부분 예식장에서 하게 된다. 따라서 혼인식이 많이 열리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예식장 주변은 매우 혼잡하다. 특히 승용차가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된 우리나라의 경우 주차전쟁을 치르게 된다. 아무리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멀리서 하객들을 싣고 오는 관광버스들도 예식장 주변 교통혼잡에 한몫을 한다. 본보 보도(9월 3일자 6면)에 따르면 수원시내 일부 웨딩홀들이 주말이면 인근 도로에 대형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불법주차를 일삼아 가뜩이나 심한 교통체증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게 수원만의 일은 아니다. 경기도 전체, 아니 우리나라 전체의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더군다나 상습 정체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구간 소재 예식장 주변의 불법 주정차는 ‘교통대란’을 일으킨다. 운전자들은 짜증을 넘어 분노까지 표출하지만 여전히 이런 일은 반복된다. 일례로 상습정체현상이 벌어져 운전자들의…
책에는 두 번 다시 발을 담글 수 없어요 나는 책상에 강물을 올려놓고 그저 펼쳐볼 뿐이에요 내 거처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일 뿐 나는 어스름한 빛에 얼룩진 짧은 저녁을 좋아하고 책모서리에 닿는 작은 바스락거림을 사랑하지요 예언적인 강풍이 창을 때리는 겨울엔 그 반향으로 페이지가 몇 장 넘어가지만 나는 벽에 부딪혀 텅 빈 방안을 울리는 메아리의 말과 창밖 단풍나무 꼭대기에서 식사를 하고 매일 새롭게 달라지는 거처를 순간 속에 마련할 뿐 죽음이 뻔뻔하게 자신의 얼굴을 하나하나 벗기면서 안을 드러내는 밤중엔 여유롭게 횡단하지요, 나는 어둔 책 속에 발을 담그지 않아요 그저 책상에 흐르는 강물 끝에 손을 적실 수 있을 뿐 책상에 넘치는 강물 위로, 검은 눈의 처녀가 걸어 나오는 시각엔 바람의 냄새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속에 얼굴을 묻고 대양을 꿈꾸지요 시인은 책상에 강물을 올려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냥 강물을 펼쳐서 볼 뿐, 그러다가 간신히 손을 적셔볼 뿐, 발을 담그거나 몸을 모두 담그지는 않는다. 강물과 자신 사이에 다른 존재들이 흘러가게 둔다. 시인의 거처는 ‘예언적인 강풍’이 때리는 창이 있는 ‘텅 빈 방안’이 아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국민식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웰빙·건강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국민 소득수준의 향상이 가져온 식생활의 변화는 동물성 식품, 인스턴트 식품, 정제식품 등 위해식품의 소비증가를 가져 왔고 이것은 스트레스, 공해 등 여러 가지 요인과 함께 생활습관병으로도 일컬어지는 성인병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농식품에 대한 인식 및 소비형태 변화도 1990년 이전에는 양에서 질로, 그리고 2000년 이후는 안정성·건강·맛으로 건강 지향적 소비패턴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의 구황작물로만 치부돼 점차 식단에서 사라지고 농가에서조차 씨가 마를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잡곡이 다시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잡곡은 사전적 정의처럼 쌀 이외의 나머지 곡류를 잡곡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농업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잡곡하면 얼른 머리에 떠올리게 되는 것이 조, 수수, 기장, 메밀 같은 곡류들이다. 요즘 재래시장이나 대형 식품매장에 가보면 잡곡상품이 즐비한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소포장한 다양한 종류의 단일품목 또는 혼합곡의 생
얼마 전에 꽤 오래동안 못 만났던 사람이 다녀갔다. 불쑥 들어서는 모습에서 반가움이 먼저 보이고, 그 다음에 조금 야윈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정년퇴임을 하고 인생 이모작을 위해 여러 가지 자격증도 따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기는 했으나 마땅하게 갈 곳을 찾지 못했다며 쓸쓸하게 웃었다. 주변의 권유로 학원을 다니며 배운 무슨 관리사, 치료사 같은 자격증이 생각보다 소용이 없다며 허탈해 한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헤어지는데, 뒷모습이 예전 같지 않아 바라보는 나까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한때는 비교적 안정되고 깔끔하게 보이는 봉급생활자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이 있었다. 휴일도 있고 상여금에 퇴직금도 있고 한 사람만 출근하면 금방 한 달이 돌아와 월급 타고 얼마나 좋을까 했는데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구나 하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시간에 쫓기고 재료준비에 신경 쓰여 재고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부럽고 야채 값 치솟으니 농사짓는 사람도 한 없이 부럽고 그렇게 남들은 잘 벌고 산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했었는데... 하루 종일 날씨는 화창했
살아가면서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으로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경기청 정훈관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는 도내 경찰부대 등 경찰관서를 찾아 인성과 정훈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과천경찰서에 찾아갔다. 과천에는 정부종합청사가 있으니, 정부의 시책에 반대하는 사람이 몰려들게 마련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집회가 열리고 있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김종길 과천경찰서장은 긴장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과천서로 찾아간 날에는 정훈관인 필자가 한 시간, 외부인사가 한 시간, 모두 두 시간에 걸쳐 정훈교육을 가졌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고 있어 이를 예방하고자 경찰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집회가 가장 많이 벌어지는 과천서 전·의경과 경찰관들은 무더운 더위를 이겨내며 여름을 보냈다. 필자는 ‘최근 일어난 사건과 사고에 관한 국민에 비친 경찰의 모습’이란 주제로 강독했고, 한국병학연구소장으로, 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 출강하고 있는 김영호 교수는 외부인사로 정조와 무예도보통지 가운데 친구의 우정 부분을 주제로 강독했다. 김 교수와 필자는 친구 사이다. 두 사람의 따뜻한 강의는 전·의경 대원들의 높은 관심을 샀다. 강의를 마치고 이
세계적인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서울에 다 모였다. 바로 서울 워커힐에서 열린 구리월드디자인 컨퍼런스다. 디자인은 이미지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정체성이 달라진다. 그래서 디자인은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됐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삼성과 애플의 소송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삼성이 애플의 아이폰 디자인을 베꼈다는 것이 미국 법원 배심원들의 평결이다. ‘각이 둥근 네모 모양의 휴대전화가 어떻게 특허가 되느냐’고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흉내를 냈다면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바로 문제가 된 것이 디자인이다. 컨퍼런스에서는 디자인이 가진 종합적 예술의 디자인 과학이 모두 소개됐다. 국내외 권위자가 스피커로 나선 가운데 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아주 훌륭한 디자인 학습을 했다. 창의력이 강조되는 디자인 산업과 세계적 흐름의 마이스(Mice)산업을 서울에서 접한 것이다. 중국 하이난의 스파 개발, 두바이 개발 프로젝트 등은 호기심을 떠나 도전정신을 부추겼다. ‘빅 프로젝트(projects), 빅 아이디어(Ideas)’란 주제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구리시가 토평동에 추진하고 있는 구리월드디자인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