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나물을 가져왔다. 어쩌면 나물이 봄을 데려왔는지 모른다. 나물 캐는 호미소리는 봄을 캐는 소리다. 우리말로 날 것을 그대로 먹는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는 나물은 나른한 우리 몸을 일깨워주는 봄의 영양소다. 나물은 수많은 환란을 거치면서 피폐해진 들판에도 어김없이 돋아나 백성들의 먹을거리가 돼 주던 생명의 원천이었다. 삼국유사에도 우리의 봄나물 쑥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주며 동굴에서 100일 동안 버티도록 했다는 환웅. 그는 끝까지 견뎌내 사람이 된 곰(웅녀)과 결혼해 단군의 부친이 됐다. 이처럼 쑥은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와도 결부돼 있을뿐더러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식용나물로 이용돼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께서 끓여주던 쑥국은 봄철 한때 잃었던 입맛마저 돌아오게 만들었다. 독특한 쑥 향에 된장의 구수한 맛이 한껏 어우러진 봄국은 우리나라만이 간직한 음식문화이리라.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라 국과 반찬이 달라진다. 그만큼 식탁이 다양하고 풍성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매번 거의 비슷한 음식이 반복되니 얼마나 단조로운가. 봄나물에 대한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은 쑥버무리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싱싱한
개, 우리 주위에 개란 단어가 들어가는 말 중에는 아름답거나 좋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 거의 없고, 집 지키고 삼복더위 복날 즐겨 찾는 정도로 알려져 왔다. 최근에는 애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애완견이 되더니, 이제는 반려견이라는 명칭이 어느 듯 부담 없이 와 닫고 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애완이란 ‘동식물이나 공예품 따위를 사랑해 가까이 두고 보며 귀여워하는 것’이라 하고, 반려란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즉 사람이 일방적으로 장난감처럼 귀여워하는 애완에서, 같은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는 쌍방향적인 가치 관계로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다. 원래 개는 4천만년 전 족제비를 닮은 조상에서 늑대 등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됐으며, 약 1만5천년 전에 지구상의 포유동물 중 가장 먼저 가축화 됐다고 한다. 또한 포유류 중 단일 종내 다양성이 가장 높으며, 이러한 모습들은 자연선택보다는 사람의 취향에 따른 품종개량의 결과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도록 진화해 사람과의 소통능력이 다른 종보다 탁월해졌는데, 이미 우리는 진도개, 삽살개, 풍산개의 헌신적인 모습이 다양한 설화나 실제 일화로 화제가 된 것을…
용인시에 결국 올 것이 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용인경전철의 악령이 스멀스멀 용인시를 뒤덮고 있다. 단체장의 묻지마식 치적쌓기나 선심성 사업으로 재정사정이 어려워져 직원 봉급을 깍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용인시가 재정난 타개를 위해 강도 높은 자구책을 세웠다고 한다. 지난 2010년 6월 공사가 끝난 뒤에 방치되고 있는 용인경전철 시행사에 물어줄 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시는 경전철 배상금 정산을 위해 올해 4천420억원의 지방채 추가 발행을 행정안전부에 승인 요청했고, 행안부가 12일 이를 승인하면서 20여 가지 채무이행계획을 조건으로 달았다. 시의 올해 지방채 발행 한도는 733억원이었으나 추가 승인으로 모두 5천153억원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올해 시 예산 1조6천억여원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재정의 대부분을 세수에 의존하는 지자체가 빚을 갚기 위해서는 증세 말고는 긴축 밖에 없다. 용인시는 우선 공무원들의 봉급을 깎기로 했다. 5급 이상 간부 공무원 122명의 올해 급여 인상분을 반납하고, 시책업무추진비와 기관운영비는 10%, 초과근무수당과 연가보상, 숙직비는 25~50%까지 감축한다. 시의회도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의…
본보 16일자 ‘창룡문’란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경기도가 제4대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에 MBC사장 출신 엄기영 씨를 임명했다. 경기문화재단은 전 대표였던 권영빈 씨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돼 사임함에 따라 대표이사를 공모해온 바 있는데, 지난 12일 오후 이사회를 개최해 신임 대표이사에 엄기영 씨를 내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16일 도지사 임명을 거쳐 4대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엄기영 대표이사는 전국민 사이에서 지명도가 아주 높은 인물이다. 1989년부터 1996년까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은데 이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문화방송의 사장으로 재임하기도 했다. 권영빈 전 대표에 이어 엄기영 씨가 대표로 임명됨에 따라 경기문화재단은 앞으로 더욱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껄끄러운 시선도 있지만 우선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우리는 엄 대표가 앞으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경기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헌신노력해서 지역문화의 수준을 한층 더 높여주길 기대한다. 왜 ‘정치적인 이해’ 운운했는가 하면 우리는 그가 지난해 4·27 강원도지사 보궐
“세월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2005년 1월 큰 꿈을 가지고 소방에 입문했고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출동벨소리에 가슴 설레며,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일까? 어떻게 다친걸까? 궁금해하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에 보람을 느끼며 출동을 다니던 신입 소방관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응급환자보다는 욕하고 폭력적인 주취자,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상습신고자들과 단순히 집에 데려다달라고 떼쓰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됐다.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고쳐주고자 구급차는 택시가 아니라며 이야기도 해보고 나름의 방법을 써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소방에 입문하고서 첫 번째 슬럼프에 빠졌고 이 직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과 함께 몸과 마음이 지쳐만 갔다. 선배들의 조언도 나에겐 큰 도움이 되질 못했다. 갈팡질팡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20대의 끝을 잡고 결혼과 임신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사랑스런 딸아이가 태어났고 아이를 키우면서 소방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나의 첫 번째 슬럼프는 이렇게 지나가게 됐고, 슬럼프로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권유하게 될 만큼 여유가 생기게 됐다. 갑자기 추워진 어느 날 새벽 잠을 자고 있던
4·11 총선을 통해 19대 국회 구성이 완료되면서 국회의장을 누가 맡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법기관 수장인 국회의장은 국가 권력서열 2위이자 ‘여의도 권력’의 최고봉으로, 국회법상 원내 제1당에서 맡는 것으로 돼 있다. 일단 집권 여당이자 이번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장을 내게 된다. 현재로선 세 번의 도전 끝에 6선 고지를 밟은 강창희 당선자(65·대전 중구)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6선의 경륜에다 당의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이라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와 함께 여당 몫 국회부의장에는 5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황우여(인천 연수)·남경필(경기 수원병)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전국적인 고른 당선의 이면에 수도권 참패라는 쓰라린 결과를 남겼다. 이는 새누리당이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지역에서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새누리당은 수도권 의석 112석 가운데 43석을 얻는데 그쳤다. 총 유권자 3천890만명(2010년 기준)의 49%인 1천900만명이 모여 있는 수도권 민심을 잡지 못하고는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특단의 수도권 대책 마련을 주
수원 지동에서 발생한 이른바 ‘오원춘 살인사건’ 뒤 시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당연히 각 지자체에는 CCTV 추가설치, 가로등 설치 등 방범을 강화해 달라는 민원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이 발생한 수원시청에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이번에 터진 수원 토막살인 사건을 보니 시급히 CCTV가 설치됐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닌 이상, CCTV 설치에 반대할 이유도 없는 것 아닐까요? CCTV 설치 강력요청드립니다’, ‘수원이 겁나는 도시인지 몰랐어요. 남편과 저녁에 산책 나갔는데, 하천변 가로등이 꺼져 있어 마스크 쓴 사람이 지날 때마다 섬뜩하고 머리가 쭈뼛하더군요’ 이에 따라 관련 공무원들이 곤혹을 치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왜냐하면 CCTV 설치와 이에 따른 유지비용 등 관련 예산은 모두 일선 지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본보(13일자 6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수원시 지동 한 상가주택에서 중국인 오원춘이 벌인 살인사건 이후 방범용 CCTV와 방범등 설치 등 방범강화 요구 민원접수가 하루 수십 건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수원시민들이 극도의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이 보도된 이후 각 가
화려한 무대가 준비되지 않아도, 본인이 원하는 단 한사람의 관객만 있어도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공연이 있다. 어머니의 옴니버스식 공연은 이미 그 내용을 알고 있는 관객들이 추임새를 충분히 넣어줄 때 더 신명나게 진행되고 은근한 중독성을 지닌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날도 어머니 혼자 하는 조용한 독백으로 공연은 시작됐다.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오전 한나절은 참 지루할 때가 있거든. 어떤 녀석 하나 전화라도 할꺼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바지 단 뜯어진 게 생각나는 기라. 그래서 실과 바늘을 찾는데, 통 찾을 수가 있어야지. 문득 전에 상두가 자취할 때 쓰던 책상 서랍 생각이 난거야. 그 녀석도 살림을 살았으니 혹시나 해서 뒤져봤는데 다행히 거기 실, 바늘이 있어 꺼내들고 바지 단을 꿰맸거든.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거야. ‘이 바늘로 그 녀석이 뭘 꿰맸을까?’ 씰꾸리에 까만 실이 제법 옹골차게 감겨 있는 걸 보니 지가 감아둔 건지, 내가 감아주기라도 한 건지. 지 형은 누나 틈에 끼어 학교 댕길 때 밥이라도 편히 얻어먹고 다녔는데, 갸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내 녀석이 지손으로 밥해먹고 혼자 살았으니 아픈 손 맹크로 자꾸 가슴이 끼는게 저
지난 4월 11일, 새누리당이 152석(비례 포함)을 얻고 민주통합당이 127석, 통합진보당이 13석을 얻은 채 총선이 막을 내렸다. 수치상으로만 보자면 일단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넘기며 압승을 거둔 것 같다.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는 기대했던 만큼 선거결과가 좋지 않은 점에 책임을 느끼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에 발표한 이번 총선 개표 결과 집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총 유효 투표수 2천154만5천326표 중 43.3%인 932만4천911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야권인 민주통합당은 37.9%인 815만6천45표를 획득했고, 통합진보당이 5.9%인 129만1천306표를 얻어 이 두 당을 합치면 43.8%로 오히려 새누리당을 약간 앞서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야당의 지지율이 더 높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선거에서 어느 한쪽이 압승을 거뒀다고 섣불리 단정 짓기가 어렵게 됐다. 19대 총선기간 동안 경찰은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과거의 선거 때처럼 경찰이 정치적 중립시비에 휘말려 국민들과 정치권으로부터 조롱거리가 된다면 경찰의 발전이 요원해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