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다. 몇 차례 꽃샘추위가 지나가나 했는데 여전히 찬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학부형 총회가 있어 중3인 아들의 학교로 갔다. 흰 셔츠를 입은 몇몇 남학생들이 농구를 하며 유쾌한 함성으로 운동장을 울린다. 긴 겨울 동면했던 영혼들이 깨어나듯 담장 목련 작은 꽃망울 흰 빛이 봄 햇살 아래 신비롭다. 교실에서 아이의 이름표가 붙여있는 책상을 찾아 앉았다. 강당에선 이미 부모님 교육강연이 한창인지 강사목소리가 흐린 화면에 방송되고 있었다. 책상 위 분홍색 이름표에는 ‘장래 희망;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써있다. 지난 해까지는 의사라고 적혀있었는데…. 잠시 시간을 거슬러 아들의 유치원 시절이 떠올랐다. “엄마, 오늘 선생님이 이 다음에 뭐가 되고싶냐고 우리한테 물어보셨거든!” “그래? 준이는 뭐라고 했는데?” “택시 기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 왜냐면 엄마를 태우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서.” “뭐? 택시운전사? 남자가 좀 그렇네, 엄만 의사가 되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도 이 순간이 나에게는 후회로 남는다. “그래? 엄마 정말 신나는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가 됐고,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다가가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한국의 고령화는 급속하게 진행,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지난 20년 동안 8.4년이 늘어났으며 수명연장 속도는 세계선진국 수준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의하면 유엔이 세계 인구전망을 위해 최근 각국의 평균수명을 추계한 결과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세계 5위, 수명연장 속도는 8위의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 아시아 26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평균수명이 긴 나라는 일본(82.8세), 홍콩(82.2세), 이스라엘(80.6세), 싱가포르(79.4세) 등 4개국 뿐이라고 한다. 일본의 평균 수명은 20년 전에는 78.3세로 한국보다 8.5세가 길었지만 현재 그 격차가 4.6세로서 많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늘어난 평균수명과 감소된 인구증가율 때문에 자녀를 돌보는 것보다 노인부모를 모시는 기간이 훨씬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늙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우선적으로 병이 없다는 점이다. 인류가 노화에 관심을…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돌아가다 사고로 침몰한 어선 98금양호 사건이 지난 2일로 1주기를 맞았다. 이날 오전 인천시 중구 항동 역무선부두 바다쉼터에서는 희생자 유가족 30여명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송영길 인천시장, 모강인 해양경찰청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98금양호 희생자 위령탑 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원상 유가족 대표는 “정부의 부름을 받고 갔다가 희생됐는데도 위령탑 하나 세운 것 밖에 의사자 지정과 국립현충원 안장 등의 요구사항들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4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98금양호 희생자들의 의사자 지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98금양호는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해역에서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했다가 조업현장으로 돌아가던 중 대청도 서쪽 56km 해상에서 캄보디아 화물선과 충돌, 침몰해 탑승선원 9명 중 2명은 숨졌고 7명은 실종됐다. 당시 해경에서 98금양호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잠수용역을 맡겼으나 선체 주변이 어망과 로프로 싸여있고 개흙에 파묻힌 부분이 많아 선체 접근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색작업 및 선체 인양작업을 포기했었다.…
외국 여성들과 혼인하는 한국 남성들이 늘고 있다. 주로 농촌지역에 살거나 혼기를 놓친 나이 많은 남성들이 한국에서 신부감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동남아시아 지역의 여성들을 아내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 가출 등으로 파경을 맞는 다문화가정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요즘엔 외국인 아내를 구타하거나 심어는 살해하는 끔찍한 일도 발생해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다. 최근 보도된 바에 따르면 46세의 한국 남성과 혼인한 23세의 필리핀 출신 이주 여성이 남편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현금을 가지고 달아났다가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여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선고 이유는 “피고인이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느껴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고 굳이 여권을 빼앗으려고 수면제를 탄 커피를 줬다고 보기 어려워 강도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면수심의 남편은 폭행만 한 것이 아니라 필리핀 여자들을 데려와 술집에서 일을 시키고 돈을 벌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단다. 지난 1월에는 베트남에서 시집 온 10대 처제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50대의 형부 사
경찰은 최근 서민보호를 위한 주민 친화적인 방범활동을 추진 중이다. 방범순찰카드 투입, 창문열림경보기 설치, 홍보전단지 배포 등 주민친화적인 방범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신속출동을 강조하는 순찰에서 주민들의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적극 수렴해 주민과 대화하고 보살피는 접촉형 순찰을 배가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범죄예방을 위해 순찰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지만 순(巡)은 되는데 찰(察)은 잘되고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넓은 관할지역을 빠르게 순찰하고 기동력을 생명으로 하는 지역경찰의 특수성(근무방식)과 112신고 급증으로 사건처리외 주민과의 접촉 기회가 감소됐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교육원에서 직무교육과정으로 ‘CPTED 전문가 양성과정’을 2주간 교육을 받았다.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이다. 잠재적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의 구성요소를 분석, 적절한 건축설계나 도시계획 등 주변 환경의 설계를 통해 범죄에 대한 공포를 감소시켜 심리적 안전감을 증진시키는 범죄예방 기법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범죄에 대한 공포심을 해소시키고 안전하게 생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하루 평균 200번의 거짓말을 하고 10분의 대화에서 대략 2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짐 캐리가 주연한 영화 ‘라이어 라이어’ 의 주인공처럼 만약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세상에 살아가야 한다면 사람들은 아첨이나 배려 대신 모욕을 일삼게 되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으며 너도 나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게 돼 세상은 혼란에 빠지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세상은 온갖 거짓말과 속임수로 넘쳐난다. 이런 거짓말이 1년에 딱 하루 허용되는 날이 있다. 4월 1일 만우절이다. 역사적으로 6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만우절은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뜻밖의 거짓이나 장난에 웃음 지으며 해방감을 맛보는 날이기도 하다. 이처럼 만우절이 오랜 시간 유지되고, 거짓말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상존하는 것은 거짓말이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최근 심리학자들이 거짓말에 대해 과학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조지 서번은 “거짓말은 인간의 제2의 천성”이라고 했으며, 만하임 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거짓말 연구가인 마크 안드레 라인하르트는 “거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은 “물가 상승은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처음 이 말을 전해 들었을 때는 아무래도 믿기지가 않아, 분명 무슨 전후사정이 있을 것이라 예상을 했다. 국정의 총책임자가 불가항력을 토로할 만한 일이라면 이는 여야의 당리당략을 떠나서 비상대책을 수립해도 시원찮을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인식과는 다르게 물가상승 문제는 정책실패의 결과물이지, 이상기후나 국제환경에 비롯된 일시적이고 불가항력적인 현상이 결코 아니다. 대표적으로 석유가격 상승만 하더라도 국제 유가 상승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110달러 수준인데, 유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의 140달러에는 70~8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막상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2008년 수준인 리터당 2천원을 넘나들고 있다. 정부는 정유사들의 폭리구조를 파헤치느라 장관까지 나서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양이지만, 정작 가장 큰 원인은 고환율정책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지속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취함에 따라 완충장치가 사라졌다. 국제유가 상승의 원인은 경제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달러가치가 하
명심보감의 <언어편>에 ‘입과 혀는 화와 근심의 근원이며, 몸을 멸망하게 하는 도끼와 같은 것(口舌者 滅身之斧也)이니 말을 삼가야 할 것이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과 같이 따뜻하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같이 날카롭기에 한마디 말은 무겁기가 천금과 같고 한 마디 말이 사람을 중상모략함은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다.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이 어느 곳에 있으나 편안할 것이다.’는 문장이 있다. 성경(聖經)의 <야고보 서간>에서는 ‘사람의 혀는 아무도 길들일 수 없다. 혀는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악한 것으로 사람을 죽이는 독이 가득하다.’며 말조심을 강조 한다. 불경(佛經)에서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입안에 도끼를 갖고 세상에 나온다. 또한 조선시대 실학자이자 문장가인 이덕무 선생은 선비들의 수양서로 지은 사소절(士小節)에서 말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팔불가(八不可)로 정리해 신중한 언어 사용을 강조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목민심서의 <율기(律己)>편에서 목민관이 자신을 규율하면서
수원도심에 산소를 공급하며 110만 수원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등산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광교산이 신음하고 있다. 무분별한 도시정책으로 인해 광교산을 파고드는 건축허가 면적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용인 수지지역은 주택허가를 남발해 광교산 허리까지 녹지를 갉아 먹었다. 여기에 민간자본으로 건설돼 민자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그린벨트지역인 광교산 일대가 또 파헤쳐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개발 우선주의가 후대에게 물려줄 우리의 자연보전 의지를 후순위로 미룬채 마구 파헤쳐지고 있지만 이를 제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수원 장안구 파장동과 용인 수지구 상현동을 잇는 가칭 ‘북수원 민자고속도로’(총연장 7.7㎞, 왕복 4차로) 건설이 그것이다. 이미 기존의 영동고속도로 노선과 연계해 추진될 공사에 대해 광교주민들은 한숨만을 토해내고 있다. 축사하나 고쳐도 용납하지 않는 당국이 민자고속도로 건설이라는 미명아래 그린벨트 녹지축을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 29일 수원경실련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이에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소음공해와 환경파괴는 물론 민자사업의 타당성 여부, 30년간 유료고속도로로 운영되는 통행료 문제, 영동고속도로와 중복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