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라이브러리 저널이 2020년 세계최고의 책을 발표했다. 라이브러리 저널은 매년 12월에 분야별 세계 최고의 책을 선정해왔다. 라이브러리 저널은 올해 문학분야 세계최고의 책으로 한국어 소설 ‘벗’을 선정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어 소설로는 최초로 세계최고의 문학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 소식이 국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미국의 저널이 한국어 소설을 최고의 문학으로 선정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벗’을 쓴 주인공이 남한이 아닌 북한의 작가 백남룡이었기 때문이다. 백남룡은 1949년 함흥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0년간 기계공장에서 일한 뒤 김일성종합대학에 들어가 문학을 공부하고 작가의 길에 들어선 예사롭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1979년 《조선문학》에 단편 ‘복무자들’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백남룡은 장편소설 ‘벗’과 ‘60년 후’를 발표하며 북한의 대표작가로 발돋움했다. 한때 북한을 악의 축으로까지 규정했던 미국에서 세계최고의 문학으로 선정된 ‘벗’에 대한 궁금증이 국제적인 관심을 더욱 키웠다. 라이브러리 저널은 ‘벗’이 ‘북한 정부의 승인을 받은 작품으로 자주 미묘한 프로파간다를 보여주기도 한다’면서도 ‘집단주의 체제의 일상
삼일절, 광복절, 제헌절 등 국경일 아침 일찍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게양한다. 아파트에 살면 베란다에 태극기를 내건다. 한옥에 살 때에는 대문에 태극기를 걸었다. 태극기를 걸면서 왜 아래로 늘어지게 다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가로막대에 국기를 달아서 바람이 불지 않아도 잘 보이도록 하고 있다. 깃발은 전장에서 앞으로 내달리면서 군인들에게 힘을 북돋우는 도구였을 것이다. 프랑스군의 맨 앞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잔다르크는 희고 긴 깃발을 들고 있다. 아마도 군대의 깃발은 지휘부가 앞으로 내달리니 병사들이여 따르라는 의미다. 평시에 깃발은 아래로 내려져 있다가 전투가 시작되면 용감하게 앞으로 내달리는 힘에 의해 펄럭인다. 우리는 늘 태극기가 잘 보이도록 게양하는 방법으로 규정을 바꿨으면 한다. 경기도는 국경일 전후 수일간 건물 벽면에 대형 태극기를 게양하므로 그 앞에서 애국심을 느낀다. 이처럼 바람이 불지 않아도 태극기 전체가 보이도록 게양방법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태극기에 철심을 넣어 옆으로 달면 게양대위에서 4각의 전체면이 보이게 된다. 솔바람이 불어오면 그 태극기가 방패연처럼 움직이면서 우리의 가슴속에 더 큰 애국심을 심어줄 것이다. 초등학교때…
온 세상이 가라앉았다. 연말인데도 영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교회는 더하다. 반백 년이 넘게 다녔지만, 이렇게 썰렁한 크리스마스는 처음이다. 지금쯤이면 성탄절 준비로 시끌벅적할 예배당이 텅 비었다. 거리에서 간간이 울려 퍼지는 캐럴이 차라리 장송곡처럼 들린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들과 관련된 전설이다. 성경에는 그 숫자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데, 어째서 내 기억에는 으레 세 명으로 박혀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어릴 적 성탄절 연극을 할 때도 동방박사는 무조건 세 명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세 명이 아니라 네 명이다. 페르시아의 현자 알타반과 그의 세 친구인 멜키올, 카스팔, 발타산이 그 주인공들이다. 조로아스터교 신자로서 점성술에 조예가 깊던 그들은 기이한 빛을 내뿜는 초신성을 발견하고는 메시아를 찾아 경배하기로 약속한다. 멜키올은 왕권을 상징하는 황금을, 카스팔은 세상 죄를 씻길 유향을, 발타산은 죽음을 예비할 몰약을 준비해 갔는데, 부유한 의사였던 알타반은 전 재산을 팔아 진귀한 보물을 마련하니, 사파이어와 루비와 진주였다. 사정상 친구들이 먼저 떠나고, 알타반은 뒤늦게 길을 나섰다. 도중에 병들어 죽어가
‘국제시장’ 영화는 천사백만명 관객이 관람한 영화로서 첫 배경은 6.25전쟁 흥남 철수작전 부터이다. 이는 장진호 전투에서 철수하는 미군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미10군단 통역관 현봉학박사가 제발 난민들을 구해달라고 애원한 것을 미10군단장 알몬드 소장이 승인하여 무기를 버리고 난민을 태우는 과감한 결단으로 시작된다. ‘장진호 전투’는 6.25전쟁 당시 서부전선의 미 제8군과 합류하기 위해 험준한 낭림산맥을 넘어 진격한 미 해병 제1사단이 1950년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저수지인 ‘장진호’에서 있었던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 미 해병 1사단 1만3천명이 중공군 제9병단 12만명에게 포위되어 포위망을 공세적으로 돌파해 함흥으로 철수한 작전이다. 이 무렵 기온은 주간에도 영하 20도까지 내려갔으며, 야간에는 영하 28도에서 45도까지 떨어지고, 적설량은 성인 남성의 무릎 위 높이인 60㎝에 육박한 악조건 하에서 미 해병들은 병력대비 10배의 중공군과의 전투와 매서운 취위 사투인 이중고를 견뎌야만 했다. 이 전투는 미 해병 제1사단은 중공군 8개 사단의 포위망을 돌파하면서 중공군 2만 5천명을 사살하는 타격을 가해 중공군 제
요즘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면 사람이 아닌 로봇이 서빙을 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음식물이나 그릇을 나르다 사람이 있으면 “비껴주세요”라고 말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식당 직원보다 ‘서빙 로봇’이 오히려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 효율성이나 궂은 일 자체는 논외로 하더라도, 가족 사이에서도 거리두기를 의식해야 할 만큼 코로나 세태가 심각하니 말이다. 특히 서울 같은 고층 건물에서는 로봇이 편의점에서 주문한 물품을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문자에게 전달한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피자가 로봇으로 배달된다. 로봇 대여료가 내려가면서 로봇이 일상 곳곳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코로나의 비대면 흐름에다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로봇 수요는 가파라질 게 분명하다. 안타깝지만 사람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그런데 머지 않은 장래에 로봇은 상가나 거리는 물론이고 우리 안방까지 깊숙이 들어올 것 같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결합되면서 ‘사람처럼 감성을 갖고 생각하고 배우면서 성장하고 행동하는’ 이른바 ‘소셜로봇’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탑재돼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변화를 감지해가며 말을 건네는 ‘페퍼’는 지난해 2만5천대 이상 팔
노래를 듣다 가사가 쏜 살에 심장에 명중돼 숨 못 쉬는 체험을 한 적이 있는지. 월드뮤직 중에 노랫말이 기가 막힌 곡이 적지 않다. 오늘 소개할 아르헨티나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그라시스 아 라 비다(Grasias A la Vida)’ 도 그 중 하나다. 월드뮤직과 친해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언어다. 월드뮤직은 지구상 200개 넘는 나라의 7천개가 넘는다는 언어와 만나는 일이기도 해서 가사해석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월드뮤직과의 첫 만남의 호불호는 음률, 가수의 목소리, 노래 분위기같은 것에서 비롯된다. 그건 가수와 음률이 마음에 안들면 바로 내쳐진다(?)는 얘기기도 하다. 월드뮤직에 빠지기 시작한 20여년 전 내 모습이기도 하고 그 초자의 거름망에 걸려 빠져나갈 뻔했던 위대한 곡이 있었으니 바로 앞에 언급한 소사의 노래다. 귀에 익은 듯한 음률도 살짝 씩씩한 목소리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패스. 그런데 나보다 앞서 월드뮤직에 빠져 전문가가 된 분들의 책을 보니 그녀의 노래에 대한 상찬이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찾아 듣게 됐고 가사도 알게 됐다. 기억난다. 청춘을 막차에 태워 보내고 사랑도 일도 다 실패
철지난 바인더를 뒤지다 발견한 글을 재활용하자 한다. 20년 전에 적어둔 글인데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자는 내용이다. 글을 읽으며 살아오면서 남을 위해 무엇이라도 행하였나 반성해 보게 된다. 그 글의 일부를 소개한다. “올 가을에는 먼저 온 겨울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나무들이 푸른 잎을 회색 보도위에 뿌리며 아주 짧은 생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행나무는 그 잎새들과 약속도 안한 것 같은데 순서도 없는 것 같은데 겨울날 눈 내리는 모습을 미리 배워왔는지 차례차례 내려와 차곡차곡 쌓입니다.” 이어서 날씨가 추워지는데 가로의 은행잎보다 복지시설 울타리 나뭇잎은 더 빨리 떨어지고 그 안에 사는 이들은 이 겨울이 더 추울 것이라는 걱정을 한다. “여름은 가난한 자의 계절이요 겨울은 부자들이 기다리는 절기라고 했던가요. 날씨가 추워지면 빈자들은 여름보다 비싼 겨울옷 값이며 연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빙판길을 헤치며 돈벌이를 해야 하는 고통을 걱정하기 때문이겠지요. 고아원, 양노원 주변의 나무들은 도심의 은행나무보다 일찍 낙엽을 떨구니 울타리속 우리의 이웃들은 더더욱 추울 것입니다.” 당시에 어느 도시의 환경미화원들은 떨어진 은행잎을 자루에 담아 제약회사에 팔아서 받은…
마슬로브, 그러니까 우리의 “카추샤”는 살인혐의 재판에서 독살의 죄를 온통 뒤집어 쓴다. 그녀가 일하던 유곽(遊廓)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정작 진범들은 3백루불이나 받은 변호사의 엉터리 변호로 빠져나갔다. 당시 화대(花代)는 3루불에서 많으면 5루불이었다. 이 변호사는 다른 사건에서 자신에게 1만 루불을 지급하기로 한 사업가, 사실은 사기꾼에게 10만 루불의 승소를 이끌어내고 이 자의 사기에 걸려 전 재산을 털린 어느 노부인을 절망의 지경에 빠뜨린 바 있다. 법은 이들에게 “밥그릇”이었다. 유곽이라고 그 정체를 얼버무리게 표현한 창녀촌은 “남성의 행복까지 염려해주는 정부의 허가와 비호 아래” 존재하고 있었다. 톨스토이가 쓴 《부활》은 이렇게 펼쳐진다. 한때 카추샤를 사랑하다 겁간까지 해 죄의식을 가지고 있던 네흘류도프는 이 재판상황을 우연히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진력을 다한다. 법정의 검사는 어땠는가? “타고 나길 좀 둔한 데다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학에서 로마법상의 지역권에 대한 논문으로 우수 논문상까지 받은 것이 오히려 불행을 초래했다. 그 바람에 자부심과 자만이 하늘을 찔렀고 (성공적인 여성 편력도 여기에 일조했다) 그 결과 그는 정말 바보
“말 그대로 믿을 건 국민의 힘 밖에 없다.” 요즘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는 자조섞인 말이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톤) 등으로 저지를 해보려 하지만 174석을 가진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다. 공수처법도 그렇게 통과됐다. 공수처법 지뢰가 터진 포연속에 윤희숙 의원은 12시간47분이라는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위풍당당했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좀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억울하면 출세하라 했던가. 국민의힘은, 좀 멀리는 1990년1년22일 3당 통합으로 공룡이 된 민주자유당(218석)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했다. 2004년 3월12일에는 한나라당 간판으로,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과 함께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경호권으로 묶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갑과 을의 위치만 바뀌지,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현재 여야의 희비는 2017년 대선과 올 총선에서 갈렸다. 만약 국민의힘이 현상을 타파하려면 2022년 대선이나 다음 총선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다. 시련에 대응하는 요령은 두가지다. 첫
시집을 발간한 후배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자 우체국을 들렀다. 창구 여직원이 반기면서 새해 캘린더를 선물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세월이 고개를 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세월은 모든 것 위에 있다. 작가로서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한 해의 삶이 어떠했는지? 자문하게 된다. 누군가는 ‘인간은 덧없는 이슬의 자식’이라고 했다. 나이 숫자가 불어날수록 삶이 두루마리 화장지같이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지는 것 같다. 지금은 살아 있는 자로서 누군가에게 감사드려야 할 때다. 그동안의 12월은 쉼 없이 달리는 고속열차의 뒷모습같이 속도감 속에서 정신없이 보냈다. 문학단체의 행사를 비롯하여 망년회, 향우회, 동창회, 직장 모임 등 술기운 속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2월은 투명한 마음으로 보내야 한다. 정직한 시력으로 사람과 사회를 보면서 지금껏 어떻게 열두 달을 살아왔는지 성찰하며 참회하는 마음이어야겠다. 먼저 코로나 19라는 역병으로 생명을 잃은 영혼과 가족들을 생각할 일이다. 뒤이어 코로나라는 뿔 달린 바이러스의 침해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수고한 방역 당국과 정부에 감사할 일이다. 또한 한국의 의료 수준을 세계에 알려 거의 존경에 가깝도록 우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