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후보자들 사이에 오가는 공방이 뜨거워지면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터져 나오고 여론조사기관과 조사행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심상치 않게 제출되고 있다. 최근 불거지는 여론조사관련 문제 중 하나는 조사기관의 ‘공익’적 역할에 관한 문제이다. 조사기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에도 기업윤리가 있듯이 조사윤리가 있다. 2000년 3월 (사)한국조사연구학회에서 제정한 ‘한국조사윤리강령’에는 '조사 수행시 준수하여야 할 원칙'과 '조사결과 발표시 준수하여야 할 원칙', '조사관련자들의 책임' 등이 분명하게 밝혀져 있다. 이에 따르면 조사자는 조사결과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모든 합리적 단계를 밟으면서 조사결과를 왜곡하는 기법과 분석방법을 선택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과정의 투명성 확보는 조사기관의 ‘공익’적 역할의 일부일 뿐 이다. 특히 대선과정에서 후보자와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가 갖는 막대한 영향력을 생각해 본다면 여론조사 기관은 그 어떤 공공기관보다도 엄격한 윤리기준과 ‘공익’에 대한 책임성을 높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가족안전체험행사에서 소방 굴절차 사고로 학부모 2명이 사망한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더구나 어린이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그들이 받은 충격과 후유증은 짐작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이번 사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봐야 한다. 첫째는 학부모에 대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반강제식 동원이다. 학부모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교육청과 학교의 학부모 동원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동원하는 일은 전국 거의 모든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슷한 실정이다. 학교행사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행사에도 학부모와 학생이 동원되고 있다. 학습차원의 자발적 참여를 제외하고는 머릿수 채우기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 동원은 사라져야할 전근대적인 유물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로, 더 중요한 문제는 소방당국의 직무태만이다. 5월을 맞아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안전 체험캠프를 운영하면서 정작 프로그램 자체의 안전은 소홀히 한 소방당국의 허술함과 나태함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소방방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지 한달여가 지난 5월 6일 한국과 유럽연합(EU)이 ‘한-EU FTA’ 협상 시작을 선언하였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의 FTA 협상이 마무리되어서 그런 것일까, 언론 보도를 봐도 ‘상대적으로 편한 협상’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협상 상대국인 EU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세계 최대인 EU는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 교역상대국이기도 한 거대 시장이다.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한 검증과 평가도 아직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거침없이 EU와의 협상에 돌입한 정부의 모습은 사뭇 자신만만해보인다. 경실련이 한-EU FTA 협상이 졸속 협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시작부터가 대통령의 결단에서 비롯된 한미 FTA 협상은 단추부터가 잘못 꿰어져 있었다. 오랜 기간동안 FTA와 관련된 연구기관에서 축적된 자료를 참고하여 시작된 것도 아니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시작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협상 개시 선언후부터다. 협상 전 이른바 4대 선결조건에 대해서도 합의해놓고도 안했다고 일관하고 공청회는 무시되고 국책연구원
5·18광주민주화운동 27주년 학술대회가 '5·18과 민주주의 그리고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로 5월 16~18일 사흘간 전남대에서 열렸다. 학술대회의 마지막 날엔 한·미·일 석학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 가운데는 ‘한국 전쟁의 기원’이란 책으로 유명한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 대 교수의 얼굴도 보였다. 그는 올해부터 실시되는 김대중 학술상 제1회 수상자이다. 커밍스 교수는 지난 17일 광주에서 '오마이뉴스'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부시는 정권을 잡자마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화해의 길로 가고 있을 때, 그 길을 ‘대결의 길’로 되돌리고 있었다”면서 “이것 때문에 한미관계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의 인터뷰는 대충 다섯 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다. 첫째가 미국의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이다. 그는 ‘4자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 가운데 남북정상이
제5대 부천시의회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부천시의회는 지난 18일 제135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었으나 시 집행부의 부천추모공원관련 용역비와 동남우회도로 육교설치비 예산 상정안을 놓고 여·야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결국 오명근 부천시의회 의장(한나라)이 본회의를 정회하고 오전 10시30분쯤 오의장이 의장실로 들어가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과 협상을 벌이다 의장실에서 나오지 못한채 자정을 넘기면서 본회의가 자동 산회됐다. 이날 본회의는 집행부가 상정한 예산안이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됨에 따라 다시 상정키로 했었다. 그러나 오의장은 예결위에서 결정된 사항을 관련회의에서 다시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의회를 정회했고 의장실에 우리당 소속의원들과 들어간채 협상을 이유로 자정이 넘어서야 우리당 7-8명의원들과 의장실을 빠져나왔다. 이 과정이 이번 본회의에서 가장 주목할 문제이다. 오의장은 우리당 소속 의원들과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본 기자와 오전11시 전화통화에서 오 의장은 당시 직무실에서 감금된채 있을 수 밖에 없었으며 이로 인한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오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위기를 초래하는 가장 큰 변수는 이혼이다. 이혼은 상대방의 부정, 성격 차이, 폭력, 경제난 등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채 오늘도 진행되고 있다. 10년 전에 한 재미교포 여성이 “서울의 강남에 사는 부유층 부인들이 젊은 애인이 없으면 장애인이란 말이 미국에까지 들리던데 사실인가?”라고 물었을 때 필자는 실소한 적이 있다. 결혼한 남녀의 불륜을 부추기는 것으로는 부부간의 애정 부족, 성 개방 풍조, 화상채팅 등으로 꼽히고 있다. 경기가 침체됐던 2003년에 협의 이혼한 부부 16만 7천여 쌍 중 경제문제를 이유로 든 사람은 16.4%나 됐다. 국회는 가정의 기반인 부부간의 사랑을 증진하고 이를 통해 사회와 인류를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2003년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이듬해부터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명명하고 이날을 법정 기념일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직장인 1천574명을 대상으로 '부부의 날을 알고 있는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 '그렇다
국민건강진흥법의 하나로 시행 4개월째를 맞은 금연시설에 대한 관련법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청소년과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으므로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흡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PC방, 게임방 등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시설을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으로 완전 구분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 진흥법’ 시행규칙을 지난해 7월 개정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금연구역에 대한 명확한 시설규정이 없는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PC방과 만화방은 영업장 내부 중 2분의 1 이상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영업장 내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경우 담배연기가 금연구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완전히 분리하는 칸막이 또는 차단벽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실제로 해당업소들은 절반 정도만 칸막이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추가시설과 칸막이 재질까지 준수한 업소는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시설인 칸막이는 높이나 길이 제한이 없고, 시설면적 대비 환풍기 개수조차 정해져 있지 않다. 이는 해당업소 업주들이 돈이 많이 든다는 핑계로 시설설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며, 또한 관계기관의 제
* 칼라파타르에 서서- 산이 망각을 만든다. 살갗에 닿는 냉기가 섬뜩하다. 아무래도 어제 먹은 알약(고산병에 좋다던 약) 때문인지 손발이 저리고, 거의 감각이 없다. 동상이란 생각도 들고 추위도 앞서 느끼던 것과는 달리 발끝에서 뼛속까지 스민다. 칼라파타르(5천550m)가 만만한 게 아니네. 고도 400미터를 더 올라간다는 게 이렇게 힘들 수 있을까. 바닥에 주저앉아 두 팔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왜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걸까. 인정머리라곤 찾을 수 없는 퍽퍽한 땅을 걸음마다 쉬어가며 올랐다. 걷다가 멈추고 기다가 멈추었다. 버텨야지, 몸이 자꾸 땅을 향해 처진다. 무릎을 짚고 다시 일어나 차오르는 숨을 골랐다.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다. 왜 이렇게 먼 걸까. 발이 땅에서 떨어지질 않아 질질 끌다가 고개를 들고 돌아 섰다. 사방으로 펼쳐진 설산, 빙하 너머 하얀 설벽 뒤에 선 검은 봉우리가 에베레스트다. 8천 미터급 고봉들이 나를 향해 둥글게 섰다. 저 아래 군데군데 청록의 빙하호가 아니라면 흑백사진 속이다.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선 봉우리를 보면서 뼛속이 시린 추위도 잠시 잊는다. 여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