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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국회, 잠자는 통상절차법 처리해야

한-EU FTA 졸속협상 안돼 통상시스템 구축 절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지 한달여가 지난 5월 6일 한국과 유럽연합(EU)이 ‘한-EU FTA’ 협상 시작을 선언하였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의 FTA 협상이 마무리되어서 그런 것일까, 언론 보도를 봐도 ‘상대적으로 편한 협상’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협상 상대국인 EU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세계 최대인 EU는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 교역상대국이기도 한 거대 시장이다.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한 검증과 평가도 아직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거침없이 EU와의 협상에 돌입한 정부의 모습은 사뭇 자신만만해보인다. 경실련이 한-EU FTA 협상이 졸속 협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시작부터가 대통령의 결단에서 비롯된 한미 FTA 협상은 단추부터가 잘못 꿰어져 있었다. 오랜 기간동안 FTA와 관련된 연구기관에서 축적된 자료를 참고하여 시작된 것도 아니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시작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협상 개시 선언후부터다. 협상 전 이른바 4대 선결조건에 대해서도 합의해놓고도 안했다고 일관하고 공청회는 무시되고 국책연구원이 발표한 FTA 타결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나오자 마자 수치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FTA가 타결이 되면 어느 산업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지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해도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대신 공개된 것은 광개토대왕까지 동원된 막대한 물량의 일방적인 홍보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작 한미 FTA로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될 국민들의 목소리는 전할 길이 없었다. 피해를 입게 될 농민, 중소기업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개진할 변변찮은 자리조차 마련되지 못했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협상 추진에 제동을 걸어야 할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불행하게도 무능력 그 자체였다. 정부가 협상 개시를 선언한지 5개월이나 지난 지난해 7월 부랴부랴 특별위원회를 만들었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건 유출 사건’ 말고는 무슨 활동이 있었는지 잘 모를 지경이다. 결국 입법부도 통제가 불가능하고, 이해집단을 비롯한 각계 각층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는 장치가 전혀 없는 ‘통상 독재’가 우리나라 통상시스템의 현주소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렇다면 FTA 협상 상대국인 미국과 EU의 통상시스템은 어떠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양자 모두 ‘행정부의 통상 협상에 대한 의회의 통제’와 ‘민간부문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 보장’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시스템은 ‘의회는 관세를 부과하고 징수하는 권한 및 외국과의 무역을 규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한 헌법 규정에 의거하여 의회가 통상정책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나서서 협상을 총괄하는 것 같지만 이는 원활한 협상 진행을 위해 무역촉진권한(TPA)을 통해 의회가 행정부에게 권한의 일부를 위임한 것에 불과하다. 이번에 협상을 시작하게 된 EU의 경우도 회원국으로 구성된 통합체라는 특성상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미국과 마찬가지이다.

행정부의 일방적인 통상 교섭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협상에 반영하는 절차를 제도화하는 통상시스템의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2월 권영길 의원의 발의로 ‘통상 협정의 체결 절차에 관한 법안’(통상절차법)이 제출되어 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이상경, 송영길의원의 법안도 제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미 FTA 협상과 마찬가지로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꼼꼼한 분석도 없고 국민들의 공론을 모으는 과정도 없이 시작되는 한-EU FTA협상은 또다시 졸속 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정부는 이후에도 세계 각국과 동시다발적으로 FTA 협상을 벌인다고 천명하고 있다. 국회는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통상절차법을 제정하여 입법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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