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사거리 쯤이었다. 바쁘게 걷고 있던 나를 웬 노인이 불러 세웠다. “이보우, 말 좀 물읍시다. 원천저수지로 가자면 어찌 해야하우?” 남루한 행색의 노인은 붙잡아 세워 미안하다는 얼굴로 길을 물어왔다. “원천저수지요?”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내 그곳이 원천유원지임을 깨달았다. 원천유원지라는 지명이 귀에 익었던 탓에 원천저수지란 말이 생경하게 들린 것이다. 머릿속으로 저수지와 유원지의 시간적, 공감각적 차이를 짚어보며 나는 소상하게 원천유원지로 가는 길을 설명했다. 노인은 내가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길게 뻗은 도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막막한 눈빛이 되어 고개를 돌렸다. “옛날에 한번 와봤는데 도무지 길이 낯설어서…” 노인은 무렴한 낯빛으로 말끝을 흐렸다. 돌아서 멀어져가는 노인의 괴춤에서 점심도시락인 듯한 까만 비닐봉지가 햇살을 까부르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도 돌아섰다. 내처 길을 걸으며 나는 노인이 목적지를 찾을 수 있을까 적잖이 걱정됐다. 노인이 찾는 저수지는 이제 유원지가 돼 있다. 예전의 기억을 되짚어 나들이를 나선 노인은 방죽 물이 미풍에 잔잔한 파문을 그
누누이 말했지만 한미 FTA는 (농축산물)시장을 더 개방(開放)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우리나라 상품시장은 이미 99.3%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걸치고 있던 관세ㆍ비관세의 누더기를 벗겨버리자는 것이 한미 FTA 이다. 즉 한미 FTA는 ①상품과 서비스 시장의 예외 없는 무(無)관세화 협정이다. ②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국산영화상영 일수의 50% 축소와 미국 의약품 가격의 보장, 식품안전성을 해치는 위생 및 검역조건의 완화와 유전자 변형식품의 원활한 도입 등 협상의제도 아닌 비관세 사항마저 대폭 양보하는 협정이었다. ③ 우리나라의 각종 공공제도와 법률 및 정책을 미국의 요구대로 미 국익에 맞게 고치겠다는 경제통합 내지 동조화(同調化)에 관한 협정인 것이다. 그냥 시장개방을 더 늘려 100% 채우란다면야 죽자사자 반대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앞장서 “개방을 택할 것이냐, 아니면 100여 년 전의 쇄국정책을 택할 것이냐” 윽박지르고 광개토대왕과 장보고까지 동원하여 수출해 먹고 사는 나라에서 개방은 필수요 대세라는 광고를 해대는 바람에 상당수 국민들은 꼬박 믿고 넘어갔다
최근 전국에 성업중인 편의점이 1만여 점포나 되고, 24시간 영업을 하고 현금을 취급하는 업체 특성과 야간에는 혼자 근무하기 때문에 편의점이 강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실제로 근무를 하다보면 새벽 시간때에 술취한 손님들이 혼자 있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시비를 하고 행패를 부려 신고가 종종 들어오기도 한다. 더구나 편의점내에 설치된 CCTV 작동상태를 점검해 보면 아예 전원을 꺼 놓은 곳도 있고 야간 시간 때에만 작동하는 곳도 있다. 심지어 무인 경비 시설 업체와 연결된 비상벨의 위치조차 모르는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하는 편의점도 있다. 낮에는 손님이 많아 2인 이상이 근무 하지만 야간 시간 때에는 손님이 없어 대부분의 편의점에서는 아르바이트생 혼자 근무를 하고 있으다. 또한 아르바이트생도 자주 바뀌기 때문에 직업의식과 대처능력이 부족하여 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대신 방범용 CCTV를 설치하거나 경비업체에 가입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사후약방문’ 에 그치고 있다. 편의점 방범시설은 CCTV와 무인경비시스템이 전부인데 이것 또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아날로그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매장 내 사각지
“5월이 시작되면 걱정이 앞서…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야.”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되면 서민들은 아우성치기 시작한다. 회사에서도 술자리에서도, 동창모임이나 잠자리에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그도 그럴것이 5월 한달동안 챙겨야 할 기념일은 줄잡아 서너개. 한 집안의 가장에 딸린 식솔까지 있다면 푸념의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가장에게 잔인한 달로 인식되는 5월의 기념일들을 짚어보자. 먼저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안겨줘야 그동안 잃었던 아빠의 존재감을 확인시킬수 있다. 3일이 지나면 어버이날이 가장의 어깨를 누른다. “부모님들에게 용돈이라도 드려야 되는데…”라는 생각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고 얇은 주머니 사정으로 감춰뒀던 비자금을 쓰기도 한다. 또 5일이 지나면 스승의 날이 찾아온다. 학교에 다는 아이들의 선생님도 챙겨야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봄을 맞아 백년가약을 맺은 지인들의 청첩장이 주인을 찾아오면 답답한 마음은 더욱 커지기 마련
보통 시민은 송사(訟事)에 휘말리면 전쟁을 하는 군인들처럼 사활을 걸고 대결하고, 변호사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시민은 국선 변호인의 처분만 기다리며 초조한 심정으로 재판에 임한다. 그리하여 재판에서 이긴 사람은 환호하고 진 사람은 불편한 마음으로 불이익을 감수하거나 항소한다. 병법(兵法)의 대가 손자(孫子)가 “이기고 지는 것은 싸우는 사람에게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보통 시민은 송사를 한가한 게임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삶의 근저까지 흔드는 위험한 싸움으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에서 지고도 재판장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낸 시민이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즉 얼마 전 채무관계로 소송을 당해 패소한 이모(65)씨가 재판을 담당한 부산지방법원 민사8부에 보낸 편지에서 “인생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가정사 문제(대여금)로 피소되어…돈을 갚아주란 주문에 억울함이 있지만…저희 같은 서민들은 한없이 든든하며 정말 존경스럽습니다”라고 썼다. 이씨의 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그는 “원고 부인과 피고 부인 간에 발생한 금전관계로 제가 차용증을 대신 써준 것이 엄청난 변화를 자초했습니다”라고 사건의 발생 경위를 설명한 후 “그동안 많은 서면자료와…
바다가 그려 낸 푸른 감성 어느 나라나 예술문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교적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마다의 독특한 지방색이나 환경적인 특성 등에 애착을 갖고 지방에서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몇몇 있다. 어느 나라나 예술문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교적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마다의 독특한 지방색이나 환경적인 특성 등에 애착을 갖고 지방에서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몇몇 있다. 어느 나라나 예술문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교적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마다의 독특한 지방색이나 환경적인 특성 등에 애착을 갖고 지방에서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몇몇 있다. 젊은 작가 임만혁은 작가가 그리 많지 않은 고향 주문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며칠 전 일요일 오후에 그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로 향했다. 때가 꽃 피는 봄인지라 상춘객들의 행렬이 많을 것이란 예상대로 강원도로 가는 길은
광명시가 정문앞을 비롯 시내 주요 도로변에서 거의 매일이다시피한 집회 및 시위로 인해 시민이나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이 몸살을 앓고 있으나 마땅한 대응이나 제재를 가할 해법을 못찾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를 향한 공권력 자체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위해 주변 사람들 한테 불이익을 초래 한다면 어느누가 행동을 같이 할 수 있을까. 또한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 역시 만만치 않아 귀중한 시민의 혈세가 공권력 확보를 위해 소요되고 있는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거리의 교통질서를 문란케 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소음으로 인한 공해 역시 크다. 여기에 광명시를 지나는 외부차량들은 연일 집회만 하는 도시로 착각, 다시는 이곳으로 지나 다니지 않겠다고 하니 광명 시민들은 이런 점들을 무엇으로 설명 할 것인가? 한편 뜻있는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의 입장을 고려치 않은 님비적 자기 주장들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루빨리 봉안당 건립이나 철거민들과의 모든 일이 종식 되기를 바라며 시내 주요 도로변을 점거하고 있는 노점상이나 집회 및 시위 행위를 자제하여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광명시의 면모를 보여주기를 바랄뿐이다. 특히 광명시는 지난 1970년대…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중국 송나라의 여대균이 향리인 산시성의 남전에서 실시한 자치규약을 <주자증손여씨향약>이란 책에 집약했다. 조선시대 김안국은 이 책을 이두로 토를 달고 한글로 풀이한 <여씨향약언해(呂氏鄕約諺解)>란 책을 1518년에 간행했다. 그 주된 내용은 덕업상권, 과실상규, 예속상교, 환난상휼 등의 덕목을 해설한 것이다. 이 가운데 환난상휼은 이웃이 어려움을 당하면 불쌍하게 생각하고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친척이나 이웃이 결혼하면 웬만한 다른 일을 제쳐놓고 결혼식장으로 달려가서 축의금을 내고, 다른 사람이 작고하거나 재난 등으로 슬픈 일을 당하면 빈소로 가서 유족들을 위로하며 조의금을 낸다. 가정에 축의금 봉투와 조의금 봉투를 따로 준비해놓은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의 경사에는 못가더라도 조사에는 반드시 가서 빈소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는 경조사 때 격려나 위로의 말 또는 돈으로 그 뜻을 표시한다. 자본주의가 성숙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마음으로 격려하고 위로함은 물론이고 다소의 돈으로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은 미덕에 속한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가계수지통계를 보면 지난해 가구원 2
유재진 <인터넷 독자> 최근 젊은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고휘도 방전 전조등(HID 램프)으로 바꾸는 차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동차 전조등을 HID램프로 불법 개조한 차량들이 도로를 질주하며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운전 중 시야를 방해하는 ‘공포의 눈’으로 불리는 HID램프 차량에 대한 시민 불편신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까지 단속은 커녕 이런 불법 전조등을 부착하고 다니는 차량의 정확한 통계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용품업체를 찿는 운전자들 10명 중 2명 정도는 이런 HID램으로 교체하고 있으며 일부러 더 밝게 하기 위해 램프 각도를 올려 달라는 운전자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불법 HID전조등 때문에 마주 오는 운전자들이 운이 부셔 사고를 낼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도 그런 경험을 겪은 적이 있다. 특히 비오는 날 도로를 주행하다보면 고휘도 램프를 장착한 차량이 맞은편에서 운행하여 오면 제대로 앞을 보지 못해 서행을 하곤 한다. HID 램프는 너무 밝은 것이 흠이 아닌 흠이다. 이 때문에 HID 램프를 달려면 다른 운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도로 상황에 맞게 빛의 각도를 조절해주는 자동 광측 조절장치를 장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