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는 분명 정상적으로 가고 있지 않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갈등과 분열이 증폭되고 있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혹자는 윤 대통령이 너무 극우적 유튜브를 많이 시청하기에 모든 것을 정의로운 일반인과 불법적인 범죄자로 구분한다고 한다. 실제로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정 운영보다는 오히려 극한 대립을 야기하는 이상한 통치방식을 행한다. 진정 윤 대통령은 정치를 모르는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윤 정부 들어서 한국판 극우를 상징하는 뉴라이트 사관에 경도된 인물들이 지배층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정치권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찬양하는 인물이 국회의원에 당선될 정도이고, 정의의 보루라는 사법기관에도 이런 인물들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부 내에도 통일부 장관과 실세 중의 실세라는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물이고, 최근에 좌파 언론 척결이라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KBS와 YTN의 사장들도 그렇고. 심지어는 과거 억울한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위원장도 뉴라이트 출신이다. 한발 더 나아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갈등 격화·불충분한 책임성 등을 시정하기 위하여 4년 중임 대통령제(결선투표제) 등을 제시하였다. 개헌이 번번이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개헌 내용보다는 개헌 시기 및 방법에 대한 여·야의 정략과 대통령과 여당, 여당 내 의견 차이에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종반 개헌 시안(2007)은 여·야가 제18대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제의는 야당의 반대와 여당 내의 의견 차이로,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의는 임기 후반 탄핵사태에서 야당의 반대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제안(2018)은 여·야와 여당 내 의견 차이로 투표 불성립·폐기되었다. 지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개헌을 실현시키려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보장하여 안정감을 주고 개헌의 책임감과 신뢰성을 제고해야만 한다.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국회 내 각 정당이 제출한 개헌안을 심의한다. 각 정당의 입장이 사전에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효율적인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렵게 된다.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복적으로 약속했던 개헌의 실현을 위
1박 2일 야영은 오래간만이었다. 중학교 때 반장, 부반장들을 대상으로 야영을 떠났던 게 마지막이니 까마득한 옛날이다. 가서 뭘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얼기설기 설치된 그물을 타고, 산 타고, 높은 곳에 있는 평행봉을 걷기도 하고, 뭘 자꾸 탔었던 잔상들만 남아있다. 평행봉에서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던 장면처럼 고소공포증과 관련된 기억들만 남아있는 걸 보니 야영 자체가 썩 재밌진 않았던 것 같다. 이후에는 야영을 간 적이 없다. 야영은 다른 숙박형 활동보다 안전사고 확률이 높고, 1일형 체험학습들도 없어지는 상황이라, 직접 밥을 해 먹고 잠자리도 불편한 야영이 살아남을 리 만무했다. 중, 고등학교면 모를까 주변에 야영하러 갔다는 초등학교를 찾는 게 흔치는 않았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와중에 숙박형 야영이 들어왔다. 부모님과 놀러 다닐 때 주로 호텔과 펜션을 다니는 어린이들이 경험하기에 야영장은 너무 힘든 환경일 것 같았다. 산 주변이라 벌레가 많고, 샤워장과 화장실이 불편하고, 다닥다닥 붙어서 단체로 잠을 자야 한다. 수학여행 다녀와서도 숙소와 교통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세대인데 애초에 고생이 목적인 야영
X세대 이상의 기성세대에게 흔히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참 당돌하고, 예의가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젊은 세대에게 기성세대에 대해 질문하면 소통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기원전 1700년경 만들어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적혀있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은 버릇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하니, 세대 간 갈등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빚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커리어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천236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세대 차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9%가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이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인 M세대와 Z세대 역시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하니 세대 간 자연스러운 소통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MZ세대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세대로, 아날로그가 기본이었던 기성세대와는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과 삶의 형식이라도 삶의 흐름과 경험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젊은 세대를 상담하면서 느낀 바로는 삶을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는 X세대인 내가 그 나이에 겪었던 상황과 그리
북한이 다시 국제사회의 관심을 한반도로 돌리고 있다. 6월 19일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였다. 다음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조약 전문 4조에는 1961년 7월 소련과 맺은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에 준하는 자동 군사 지원 내용이 포함되었다.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는 경우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2000년 2월 체결한 친선·협력 조약에서 수준이 ‘퀀텀 점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푸틴이 조약 전문의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 점쳤던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해온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정점으로 하여, 푸틴의 이번 답방을 통해 두둑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국제사회의 군사적, 경제적 대북제재의 수정을 주장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의 조약이었다. 물론 양국 형편상 파격적인 수준의 경제협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군사 행위에 대한 담보는 조약에 불과할지 모른다. 불과 4년전 러시아판 나토(NATO) 즉, 구소련국 군사안보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IS 6개국)의 가입
내가 몸 담고 있는 화성시에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화성시의 서쪽에 위치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2명이 생을 달리했다. 먼저, 고인들과 유가족에게 절절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20명에 달하는 대다수의 희생자가 외국국적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이주를 감행한 이주노동자는 당장 죽음을 애도 할 가족도 곁에 없다.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 관련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 십년 동안 한국사회의 주변부 이슈로 상존해 있었다. 이주노동자는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 할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 정부에서는 이민청을 설립하여 체계적인 이주민 정책을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나 단기 미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미래지향적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주지하듯이, 우리사회는 이미 인구절벽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출산율은 오르지 않고 국민의 평균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 살아서 생산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부정 할 수 없다. 혹자는 이주민들이 한국인과의 임금경쟁을 통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한다. 또는 아무런
태백 장성광업소가 오는 7월 1일부로 폐광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장성광업소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부터 가동된 우리나라 최대 탄광이다. 개광 이래 87년간 석탄 9천400만 톤을 생산하며 서민들의 연료인 연탄 수급을 안정적으로 이루어왔다. 약 5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대부분 가정의 난방 연료는 연탄이었다. 연탄을 때워 아랫목 구들장이 뜨뜻해지면 깔아놓은 이불을 나눠 덮고 그렇게 한겨울을 보냈다. 아직 연탄을 때는 가구들이 꽤 있지만 머지않아 연탄을 비롯한 석탄 사용량은 현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며,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탈석탄 정책으로 2036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총 59기 중 절반가량을 줄일 것이라고 한다. 태백시는 폐광으로 인한 대량 실업과 경기 침체에 미리 대비해왔다. 장성광업소 부지에 청정 수소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수립,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그리하여 지난 해 3월 16일에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심의위원회와 4월 11일 개최된 국무총리 주재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차례로 통과하여 태백시는 최종 ‘청정수소 규제자유특구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첫경험의 순간들이 있다. 한의사를 업으로 택한 숙명인지 나는 어려워보이는 병들이 좋아지는걸 목격할 때 온몸의 전율이 흐른다. 특히 꼬꼬마한의사시절에 잘 안낫는 질환의 환자들이 놀라웁게 호전되는 광경을 목격한 순간들의 경이감들은 그 이후의 수많은 치료경험이 쌓여도 퇴색되지 않고 생생하다. 한 파킨슨 병 환자의 경우도 그렇다. 한방병원의 내과전문의과정 2년차 레지턴트였던 때 입원병동에 파킨슨 병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한 환자분이 중풍으로 입원하였다. 70대중반의 뇌경색환자였다. 침대에서 절대안정을 취해야 하는 급성기가 지나가고 회복과 재활훈련이 시작되자 종종걸음, 느린동작, 지팡이를 잡는 손의 떨림 뻣뻣한 일상동작까지 파킨슨 병의 증상이 또렷이 보였다. 그녀는 변비가 심했다. 중풍자체로도 오는 증상이지만 발병전에도 무척 배변이 힘들어서 다양한 변비약을 처방받아서 복용했다고 하였다. 그녀는 일제강점기와 6. 25 한국사회의 고도성장기에 여성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온 삶의 궤적 속에서 화병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낯선, 그저 참고 인내한 세월이었다. 변비와 우울, REM수면행동장애, 후각소실 기립성 저혈압
드라마 '전원일기'는 1980년 10월 21일에 시작하여 2002년 12월 29일까지, 22년이 넘게 방송된 국내 최장수 주간 드라마이다. 나이 든 세대에게 드라마 '전원일기'는 너무도 친숙하다. 젊었던 시절 자신의 시대를 향한 향수를 담고 있는 고향 같은 드라마이기도 하다. 김포 양촌리라는 농촌 마을을 드라마의 공간으로 삼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던 시대 배경을 맥락으로 거느리며, 농촌의 일상사를 다룬 드라마이다. 그 일상사에서 묻어나는 마을 사람들의 인정을 인간적 시선으로 다가가,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드라마이다. 그런데, 드라마 '전원일기'가 방송을 중단해야 할 위기는 진작에 찾아왔었다. 20년 넘게 그저 빤하기만 한 농촌 마을, 그것도 몇 가구의 이야기로만 계속 드라마를 이어가기로는 궁색한 구석이 많았다. 말하자면 소재 고갈에 직면한 것이다. 그런 문제가 제기되자 이 드라마의 주역 주연인 배우 김혜자 씨가 획기적 제안을 했다. 그것은 이 드라마에서 자신을 죽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김혜자 씨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인 김 회장(최불암 역)의 부인으로서, 드라마상의 역할 비중이 크다. 그녀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그녀가 드라마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게 싸움 구경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피해자가 아닐 때 이야기다.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쿠팡 간 싸움이 본격화되었다. 공정위와 쿠팡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를 지켜보자니 여간 껄끄럽지 않다. 그도 그럴 게 국내 유통업계 1위 사업자로 올라선 쿠팡은 이미 3천만 명 이상의 국내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지 않은가. 공정위와 쿠팡의 오랜 다툼의 역사는 다시 한번, 역대급의 과징금과 함께 불이 붙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에 잠정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유통업체에 부과한 역대 과징금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상품을 상단에 고정 노출하고, 임직원을 동원하여 구매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해왔다고 보았다. 쿠팡에 입점한 일반 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후생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제재 결정을 발표하는 44쪽에 걸친 보도자료는 공정위가 고려한 근거들, 즉 쿠팡의 내부 자료와 소비자들의 구매 후기, 입점 사업자의 문의와 쿠팡의 답변 등을 정리하여 보여준다. 일례로, 쿠팡은 그간 임직원으로 구성된 ‘체험단’을 동원하여 자사 상품에 우호적인 구매 후기를 남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