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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적인 일상] 포기하면 안 편해

 

어느덧 여름이 시작됐다. 느닷없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선선한 바람과 적당한 햇살을 즐기며 하루를 보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고 햇빛은 얼굴을 따갑게도 때린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해가 지고 나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 1년 중 며칠 안 되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여름밤 날씨를 즐기고 있는 나날들이다.

 

이런 밤 날씨엔 조금은 비루해 보이는 플라스틱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는 동네 작은 술집에서 동네 친구와 맥주 한잔하면 좋겠지만 그런 소소한 바람조차 요즘엔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바쁜 일상 속에서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오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 있다. 그저 씻고 눕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체력이 모두 소진된 느낌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시작되는 일정에 맞춰 몸을 일으킨다.

 

그래도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좋은 날’이 오겠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지금은 아쉬움을 참아야 할 때이고, 즐길 여유는 나중에 만들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 기약 없는 어떤 좋은 날을 기다리며 오늘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도, 사람이 늘 강할 수만은 없다.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이유 없이 지치고 축 처지는 날이 있다.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감정적으로 힘든 일도 없는데, 그냥 모든 게 버겁고 기운이 빠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땐 눈앞에 놓인 일조차 감당하기 어렵게 느껴지고, 다가올 일정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면 마음속에서 ‘어쩔 수 없어’, ‘난 할 만큼 했어’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으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왔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잠깐쯤은 내려놓아도 되지 않나 싶은 마음이 든다. 어쩌면 그건 몸이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좀 쉬어야 해.’라고. 하지만 그 순간의 선택이 진짜 쉼인지, 아니면 포기인지 고민해야 한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대체로 ‘해도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실패가 싫고, 부족해 보이기 싫고,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까 봐 차라리 중간에 멈춰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포기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합리화로 포장된 회피일 수 있다. 실패의 고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발휘된 것이다. 그렇게 놓아버리면, 어느 정도는 마음이 가벼워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편안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내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함이 찾아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걸 다 해본다면, 그 결과가 비록 실패라 하더라도 후회는 남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실패는 나를 성장시키는 ‘경험’이 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쌓이는 것이 성장이다. 결국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내 앞에 놓인 일을 마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잠깐 멈추고 싶은 유혹이 밀려와도, 진짜 쉬어야 할 때와 그냥 피하고 싶은 때를 구분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언젠가 맞이하게 될 ‘좋은 날’을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 힘들고 지칠 때 막연하더라도 할 수 있다고 다짐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기 전에 포기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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