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인류학자 타이거와 폭스(Tiger & Fox, 1971)는 ‘보은(報恩)의 망(web of indebtedness)’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타인에게 은혜를 받으면 그것을 되갚는 사회적 태도를 말한다. 이 원칙이 노동을 분화시키고 재화와 서비스의 상호 교환을 가능케 함으로써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거다. 사냥으로 생존을 유지하던 구석기 시대가 대표적 사례다. 발 달린 사냥감이 필요한 시기에 딱 맞춰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먹거리 획득이 부정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잡은 짐승 고기를 자기와 가족만이 독식한다 치자. 그 같은 습관을 반복하면 나중에 자신이 굶을 때 주위에서 도움을 주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봐서 무리 속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되는 거다. 주어진 호의와 선물을 되갚는 후성유전학적 DNA가 호모사피엔스에게서 우세를 점한 이유다. 이런 행동이 인종을 초월한 모든 문화권에서 미덕으로 전승되는 것이 그 때문이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준 제비나 ‘은혜를 갚은 까치’ 같은 우화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보은은 커녕 은혜를 악으로 갚는 자들도 드물게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런 자를 말종이라 부른다. 2. 이완용을 보자
경기도가 19일 ‘2023 대한민국 일자리 어워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는다고 밝혔다. 높은 평가를 받은 사업 중에는 베이비부머(베이비부머 일자리기회센터 운영, 이음일자리 사업 등) 등을 위한 세대 맞춤형 일자리사업도 있다. 도가 얼마 전 실시한 ‘베이비부머 실태 및 지원정책 요구조사’ 결과 전체 71.7%가 ‘계속 수입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베이비부머들은 아직 일할 수 있는 힘과 의욕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들을 위한 정부정책은 빈약하다. 지난 7월에 열린 베이비부머 프런티어 발대식에서 김동연 지사는 “청년과 노인 대책은 많지만, 베이비부머 대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분들이 경제활동에 얼마나 참여 하는가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손일권 경기도일자리재단 서부사업본부장도 지난 7월 YTN 라디오에 출연해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지원방안은 초기 단계이며 안정적으로 제도화되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진 경험과 경력을 활용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가치창출형 일자리사업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나마 경기도
봄꽃이 필 정도로 포근한 날씨, 이례적으로 더운 겨울이 순식간에 살을 에는 것 같은 추위, 평년보다 강력한 한파로 바뀌었다.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받아 3일간 한랭하고 4일간 온화한 날씨가 된다는 삼한사온 현상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크다. 더구나 반팔을 꺼내입다가 내복을 껴입는 일주일 사이 기록적인 폭우까지 쏟아졌다. 사상 처음으로 호우특보와 대설특보가 동시에 발효되는 일도 일어났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내리락해 적응하기 힘든 날. 경험과 예측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날씨다. 여행에서 날씨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예측 불가의 날씨는 심혈을 기울여 짠 코스를 단숨에 뒤엎어버린다. 고민 끝에 준비한 옷과 소품도 무용지물. 단순히 휴대용 우산을 꺼내지 않을 정도면 괜찮지만 선크림, 선글라스, 민소매의 원피스와 모자, 샌들은 꺼내지도 못하고 창문을 때리는 빗줄기와 회색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준비한 시간이 길고 기대가 컸던 여행일수록 실망도 커진다. 이 여행을 위해 들인 정성과 비용이 아까워 기분이 처지고 짜증만 늘어간다. 하지만 모든 계획과 준비와 꿈과 기대와 희망이 전부 무너진 순간, 반짝여야 할 여행지가 최
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 지형을 보면, 여전히 선거제도도 확정되지 않고,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내부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 결코 조용하지 않다. 더욱이 이번 총선이 지난 21대 총선과 같이 준연동형으로 진행될 것을 예상해 여러 창당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의민주주의와 양당정치로 규정되는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경험과 비대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시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나 표현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형식적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국민이 직접 정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성숙시킨다. 사회 발전에 의한 변화는 필연적이지만, 사회에는 변하지 않는 가치도 있다. 공정한 사회, 국민 모두가 함께 가는 사회, 그리고 분열과 갈등이 적은 평화로운 사회 등은 시대나 문화를 떠나 늘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이자 정치적 지향점이다. 아쉽게도 혼란스런 정치 상황 속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보면, 국내 정치지형에서 무엇보다 분명한 것이 사회적 가치의 실종과 방향성 상실이다. 여당은 정치검찰의 권력 장악을 위해 기존 정치인에 대한 압박을 더욱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나경원, 이준석 당대표 등에 대한 과거 제재 상황은 물론, 이동규 국민의
영화 '서울의 봄'이 대흥행이다. 이 영화에서 배우 정해인은 짧은 배역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해인이 연기한 특전사 소령 오진호의 실제 인물은 김오랑 소령이다. 경남 김해 출신인 김오랑 소령은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를 한 해 늦게 졸업했지만, 김해농고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당시 수재들이 모이던 부산대 공대에 합격하고도 학비가 없어 들어가지 못했다. 학비가 무료인 육사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해 제2보병사단 수색대 소대장으로 근무한 그는 맹호부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귀국 후 육군 특수전사령부 제3공수특전여단 중대장을 시작으로 특전사령부 작전장교와 정보장교를 지냈다. 군의 엘리트 코스인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제5공수특전여단 중대장을 거쳐 1979년 정병주 특전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되었다. 1979년 12월 13일 00시15분, 전두환을 수괴로 한 반란군에 가담한 제3공수특전여단 최세창 준장 일당이 급습한 특수전사령관실을 끝까지 지킨 군인이 김오랑 소령이었다. 정병주 특전사사령관을 지키던 다른 장교들은 반란군의 회유와 협박에 모두 넘어갔지만 김오랑 소령은 반란 가담을 거부하고 자신의 사령관을 사수했다. 가진 무기라고는 권총 1정에 불과했던 그는
어릴 적 김치를 참 싫어했다. 맛도 없었고 영양가도 없는 풀떼기를 먹는 어른들이 이해가 안 갔다. 반면 고기를 좋아했고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을 정도였다. 커서 카투사로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니 미군식당은 천국과 같았다. 스테이크와 같은 다양한 고기 요리를 마음껏 원없이 먹었다. 인근 부대에서 근무하던 한동현 사촌형이 면회 와서 카투사 스낵바에서 한턱 쏘려고 했다. 나는 왜 맛없는 한식을 먹느냐며 미군식당을 고집했다. 부대 내에 불량스러운 흑인 병사들이 있었다. 신병인 나에게 김치는 변 냄새가 난다며 놀렸지만 아무런 대꾸도 못했다. 엄청난 모욕감에도 거대한 체구의 흑인에게 주눅이 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간혹 김치를 즐기는 미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미군들은 강렬한 냄새 때문에 혐오했다. 그들은 라면도 면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의 일본 제품을 좋아했다. 한국 라면은 면도 거칠고 너무 매워 대부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워낙 고기를 좋아해서 소련과 러시아에서 10년 유학 중에도 먹는 거에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포유류 중 유독 인간만이 온갖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은 직립 보행의 치명적인 부작용 때문이다. 인간만의 특징인 직립 보행으로 과호흡, 과식, 수
경기도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달 중순까지 주민투표안 처리를 결정해 달라는 경기도의 요구를 행정안전부가 결국 묵묵부답으로 거절했다. 갖가지 불리한 여건으로 발전이 가로막힌 북부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경기도 분도’ 여망이 또다시 여야 정치 셈법의 희생물로 전락해가는 양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생하는 경기도민의 민생이 걸린 이 절박한 문제를 정쟁의 제물로 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주민투표실시 및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78대78 여야 동수로 구성된 경기도 의회에서 96%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채택됐다. 40년 묵은 화두인 경기도 분도론(分道論)은 이제 경기도민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가야만 할 길로 인식돼가는 추세다. 경기도 분도론은 정치권에서 지난 1987년 대통령선거 때 노태우 후보가 처음 제기했다. 그 후 주요 선거 때마다 등장했고 지방선거에서는 단골 메뉴처럼 빠진 적이 없는 이슈였다. 2002년 경기도 인구가 1000만 명을 넘기면서 분도론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파주·고양·양주·연천·동두천·의정부·포천·남양주·가평·구리가 대상이다. 경기도가 지난…
지역 상권 활성화의 가장 큰 어려움은 각 지역의 인구감소와 노령화다. 전국의 3일장, 5일장 등 지역의 오래된 시장은 사람이 찾아오지 않아 유명무실해졌거나 어르신들만 왔다 갔다 하는 시장으로 변모했고 주요 소도시 상권들은 쇠퇴해 가고 있다. 개인 점포의 경우 경쟁 심화와 상권쇠퇴로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옆에 동일업종이 있더라도 계속 창업을 함으로써 경쟁이 심화되고 시장이나 상권에 대한 분석 없이 같은 업종을 같은 지역에서 계속 창업하는 식이다. 지역 상권의 회복을 위해서는 개인 차원을 넘어 공동체를 구성해서 대응해야 한다. 지역상권법은 자율상권조합이 지역 상권 활성화를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성경에는“한 사람은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도서 4:12)”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공동체로 뭉치면 능히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수나무, 대학와플 등은 협동조합이 운영한다. 이런 프랜차이즈 점포 이외 상권 개발의 주체도 공동체 형태의 자율상권조합을 통해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상권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유동 인구가 증가해야 한다. 일정하게 인구가 유지되는 지역 상권의 경우에는 협동조합원들
아이들의 언어 정서에 비상이 걸렸다. 비속어와 욕설이 뒤범벅된 청소년들의 언어 습성을 정상화하는 일이 난감한 숙제로 떠오른 가운데, 상당수 경기도 초·중·고 학생들이 언어폭력의 그늘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대로 된 가정교육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시스템 붕괴가 불러온 참사로 해석된다. 아이들의 비뚤어진 언어 정서를 바로잡는 일만 가지고는 안 된다. 언어폭력이 상시로 흘러 다니는 사회·문화적 환경 개선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언어폭력’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교육청이 지난 4월10일부터 한 달간 초4~고3 학생 112만여명(전수)을 대상으로 ‘2023년 1차 학교 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해 88만2000여 명(78.7%)으로부터 답변을 받은 결과다. 조사에서 나타난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36.8%)’이 가장 많았다. 다음이 ‘신체 폭력(17.4%)’, ‘집단따돌림(15.3%)’, ‘강요·강제 심부름(7.6%)’, ‘사이버폭력(7.4%)’ 등의 순이었다. 피해 발생 장소는 대부분 학교 안(66.8%)이었는데, 지난해보다 10.2%포인트나 늘었다.…
오늘은 옛날 세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도 국가라는 조직은 있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재원으로서 세금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을 것이다. 먼저 서양에서의 세금의 역사는 고대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로마 제국의 세금에 대한 문헌들이 더러 남아있고, 그 중에서 로마 제국은 광대한 영토와 방대한 인구를 다루기 위해 세금 제도의 정비와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로마제국의 세금 이야기는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 말씀에 세리가 등장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후 중세에 들어서는 유럽 역사의 암흑기라 불리는 만큼 세금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체계나 제도에 의하지 않고 봉건 영주의 의지와 필요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른 모습으로 운영되었다. 당시 영주와 국왕들의 세금 착취와 이에 맞서는 민중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로빈훗의 모험’이다. 이후 근대 국민국가의 등장과 함께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조세 제도가 형성되는데, 당시에는 국가 간 전쟁, 식민지 확장 및 국가 경제의 발전을 위한 재원 조달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었다. 자 그러면 옛날 이 땅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에게는 세금이 어떤 모습이었을까? 국사 실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