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단양 이씨는 일제의 가혹한 고문으로 철창 안에서 목숨을 버렸다. 17살 소년인 아들은 아비의 의병부대에서 함께 싸우다 아비 앞에서 전사했다. 홍범도는 일지에 적었다. “정평 바맥이에서 500명 일본군과 싸움하여 107명 살상하고 의병은 6명이 죽고 중상자가 8명이 되었다. 그때 양순이는 중대장이었다. 5월18일 12시에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 온 가족을 잃으면서도 평생을 일제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여온 홍범도 장군, 일제마저 “날아다니는 홍범도”라 칭하며 두려워하던 독립운동가는 끝내 해방조국을 보지 못하고 카자흐스탄에서 눈을 감았다. 유해는 78년이 지난 2021년에야 고국땅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육사에 전시된 장군의 흉상을 들어낼 것이란다. 불패의 전사로 빛나던 독립군대장의 흉상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관동군에서 독립군 때려잡던 백선엽의 흉상을 놓을 것이라 한다. 나라가 정녕 미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봉오동, 청산리 대첩 직후 일제 관동군은 간도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참혹한 초토화 작전을 전개한다. 일명 간도 경신참변이다. 박은식은 기록했다. "일본군들은 조선의 민간인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죽였다. 총으로 쏴 죽이고, 칼로 찔러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의 진정성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일까. 지난 8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택시비가 얼마냐는 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천원쯤 되지 않았나요”라고 답변했다. 1000원은 1994년 기본요금이고 지금은 4800원이다. 택시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국무총리라면 적어도 현재 기본적인 생활물가 정보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30일, 정무직·1급 이상 고위공무원·지자체장·광역의회의원·교육감·국립대 총장 등 재산 공개대상자 2,037명의 정기 재산 변동사항을 공개했는데, 신고재산 평균액은 19억4625만 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의 평균 재산이 문재인 정부 때보다 20% 가량 더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76억9천725만원, 한덕수 국무총리는 85억1731만 원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31일 공개한 ‘2023년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신고’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인 국회의원 296명 중 재산이 500억 원 미만인 292명의 평균 신고 재산액은 25억2605만 원이었다. 지난해(23억8254만 원)보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권이 가장 신경 쓰는 명절 중의 하나가 곧 다가오는 것이다. 더구나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추석이기 때문에, 각 정당은 더욱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각 정당들은,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이슈가 여론의 관심을 받기를 바랄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민주당은 여권의 역사 이념 논쟁이 여론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또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도 여론의 지속적 관심사가 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단식도,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바랄 것은 당연하다.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9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와 동일했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7%p나 상승했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하자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영향력은 더 이상 여권 지지율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지만,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야권 지지자들이 결집하는데 한몫했다고 볼 수
사회적 경제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며,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기획재정부), 마을기업(행정안전부), 자활기업(보건복지부), 소셜벤처(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 조직 형태와 주무 부처가 다양하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23~‘27)’을 발표하였다. 정부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고용 유지가 안 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인건비 중심의 직접지원을 줄이고 사회적가치와 성과가 미흡한 기업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 사회적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획일적 육성에서 자생력 제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며, 일률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사회적가치와 경제적성과 등 ‘사회적가치 지표(SVI, Social Value Index)를 활용한 평가를 통해 공공구매,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을 차등화한다. 평가 결과가 우수한 사회적기업은 다양한 방식의 투자유치를 통해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직접지원 축소가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정부가 강조하고 있지만, 위기의 시대를 잘 극복해 가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연대의 가치를 실천함으로써 함께…
북한 핵문제가 대두된 ‘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30여년의 핵 역사를 통찰해 보면 북한 핵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 간 북·미간에는 3차례의 북한 핵 관련 합의가 있었다. 1994년의 제네바 합의, 2005년의 9.19공동성명, 2018년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제네바합의 내용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경수로발전소를 북한에 지어 주며, 완공 시 까지 매년 중유 50만 톤을 지원한다는 내용. 미국이 고농축우라늄 추출 의혹제기로 합의를 파기한 2002년은 공사 완료를 약속한 해 인데, 그 때까지의 공사 진척은 36% 정도였다. 두 번째 합의는 9.19공동성명으로 통칭되는 6자회담의 결과물이다. 내용은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미·북 수교, 경제협력과 대북 에너지 지원, 평화체제 협상 그리고 ‘행동 대 행동 원칙’등을 약속한 것으로, 지금도 합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아주 잘된 합의였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미국 재무부는 마카오의 BDA 은행을 북한 위폐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북한 돈 2400만 불이 지불 정지되는 사태를 발생시켰다. 당연히 북한
2023년의 8월, 새벽부터 세차게 내리는 비 소리가 잠을 깨워 곤히 자고 있는 마누라를 뒤로 하고 거실로 향했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보고는 멍해졌다. ’이00 본인상‘이란 알림장이 카톡으로 날아와 있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 동명이인으로 착각했지만, 이내 고위급 탈북자였던 이00임을 알았다. 어!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1년 전에 만나고 매월 초면 이모티콘으로 나마 안부를 주고받았기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생각으로 살았다. ”한 번 연락해야지“ 하는 찰나에 부고장이 마지막 소식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고인과 필자 간에 ‘마음의 접촉지대’가 만들어진 계기는 모대학원 박사과정이었다. 군 출신답게 직선적이고 소탈한 편이어서 북한 현안에 관해 물어보면 성실하게 대답해준다. 실감 있게 북한 상황과 특질을 이해하게 해준 사람이다. 그러기에 경제적으로 도움 주지 못하더라도 정신적으로 나마 남한 생활 중 겪는 고민의 일단이라도 해결해주려 노력했다. 부산지역에 특강 같은 것을 가는 것을 좋아했다. 재북 시절, 인민군이 부산까지 완전히 점령하지 못한 이유가 몹시 궁금했었단다. ”어떻게 생긴 도시인데 우리 인민군이 점령하지 못 했을까?“는 재북시절 풀지 못한 화두였다
남양주시 하수처리과에서 본지 8월 31일 자 보도(남양주시, 백억 대 하수처리 위탁 “문제없나?”)와 관련, “정확한 사실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지난 5일 자로 배포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그동안 취재 과정에 가졌던 의문이 있는 부분이 있어 묻고자 한다. 시는 “2023년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 추진 당시 남양주도시공사(이하 공사)는 민간사업자 운영이 끝나는 별내·가운·지금 공공하수처리시설에 이전 배치할 수 있는 운영인력조차 구성돼 있지 않아 관리대행을 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난해 4월 28일 당시 시 상하수도관리센터 소장이 시의회에서 “화도 현대화사업 이후 기존 공사 직원들은 현재 E사에서 관리대행 중인 진접 등 하수처리장 운영이 종료되는 시점에 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분명히 밝힌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시 상하수도관리센터 소장이 시의회에서 이같이 공언할 때 공사의 운영인력 구성 등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의회에 보고를 했다면, 대행을 맡긴 공사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시의회에 보고했다는 지적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반면, 시에서 시의회에 보고한 대로 공사에 맡길 뜻이 있었다면 공사와 협의
한국의 저출산 및 육아 문제는 심각한 수준의 사회이슈가 된 지 오래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경제적 지원,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인식개선, 사회적 처우 개선, 가족친화적 정책, 공동육아 시설 확대, 커뮤니티 지원, 신혼부부 주택 특례대출 및 지역 벤처금융 활성화로 저성장·저출산 해소 등 많은 대응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기업 또한 육아 지원을 위해 육아 휴직, 출산지원금, 직장 어린이집 운영 등을 시행하고 있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도록 업무시간을 조정하거나 육아 관련 행사를 지원하는 등 가족친화적인 기업 문화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한 명의 아이가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와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저출산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해서 건강지원, 근무환경 개선, 정신건강 지원 등 기업 문화 개선 노력뿐만 아니라 지속적·체계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23년 3월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중요한 국가 의제(議題)로 삼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한국의 젊은 부모들 가운데 많은 수가 육아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
이쪽은 노무현 때고, 저쪽은 고이즈미 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일본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과하게 하여 모든 언론이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그 어느 날, "고이즈미에게 편지나 한 통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장은 없었다. 최근 한일관계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80%다. 이는 정부여당에 대한 심정적 탄핵을 뜻한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가 결정타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군사협력 관계 등 핵심사안들이 상식과 여망을 지나치게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독도에 대해서도 그간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단호함과 당연함'이 변질될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의 친일 저자세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지난 편지 한통을 꺼내 읽으면서, 등장인물들만 바뀌었을 뿐, 한일간의 정치외교는 단 1센티미터도 발전이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곱절로 악화되고 퇴보하였다. 고이즈미 총리께! 저는 한국의 서울에 사는 40대 중반의 가장입니다. 제가 선생께 편지를 쓰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물론 금지된 일도 아닙니다. 이는
우리 아파트 단지 앞에 또 카페가 들어선다. 크고 작은 게 여러 개 있는데도 몇 평 되지 않는 작은 카페가 들어서니 의아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는 카페 천국이다. 휴일 날 이 카페 저 카페 앞을 지나치다보면 깜짝 놀란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동네만의 특징은 아니다. 우리나라 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건물마다 카페가 하나씩 있고, 그 카페마다 사람들로 꽉 차 있는 모습은 진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카페 공화국인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농촌 공동체 사회가 붕괴되고 급격하게 산업화·도시화 되면서 삶 자체가 파편화·원자화한 게 큰 이유일 것이다. 이를 테면 상실한 공동체 사회의 서사에 대한 희구가 카페 천국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한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스스로 서사적 존재임을 새삼 확인하고 안심할 것이다. 공동체 일원으로서 균형 감각을 찾아 이를 삶의 가늠자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는 인문학적으로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사회화하는 존재인 인간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카페 천국의 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