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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교사 침묵하고 학생은 말하라는 모순

 

대선을 앞두고 교사 친구들과 선거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정당의 후보가 교육 관련 정책이 좋은지, 교사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대화를 나눴다. 가볍게 시작된 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달아올랐다. 이야기의 결론은 교사는 투표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투표라도 잘하자는 거였다. 한참을 듣고 있다가 문득, 교사의 ‘정치적 권리’란 무엇인가 생각이 들었다.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투표할 권리, 피선거권,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은 민주주의의 핵심이자 시민의 권리다. 교사는 그 권리의 상당 부분에서 배제되어 있다. 공무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은 교사의 정치적 표현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선거에 출마하거나 정치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법 위반이 된다.

 

문제는, 교사가 왜 그런 제약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는 명확한 설명을 듣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중립성이 곧 침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교사는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만 받고, 동시에 교육정책의 주요 수혜자이자 실행자인 교사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정치적 권리란 단지 정당 활동이나 선거 출마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삶과 직결된 정책에 대해 발언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지금 교사들은 학교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 교권, 성과급제, 학급당 학생 수 조정 같은 교육정책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러나 공적인 채널로 의견을 밝히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교사들은 ‘조용히 따르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교사는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길러야 한다고 배워왔다.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시민의 권리, 자유,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있지만, 자치회 활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실행에 옮겨보기도 한다. 정작 교사 본인은 그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은 침묵하고, 배우는 사람은 말하라는 건 모순 그 자체이다.

 

물론 교사의 정치 활동이 무제한 허용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교실 안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이 분명히 지켜져야 하며, 아이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발언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하지만 교실 밖에서까지 교사의 의견 표명이나 정책 참여가 제한된다면, 이는 단순한 공무원 윤리를 넘어서는 과도한 제약일 수 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단지 교사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이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침묵은 때로는 교육 현장의 왜곡을 방치하게 만든다. 교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여야 아이들에게도 목소리를 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정책이 논의되는 요즘, 교사도 ‘정책의 객체’가 아니라 ‘시민 교사’로 설 수 있기를 바란다. 조용히 가르치는 교사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앞장서서 말하는 교사도 필요하다. 더 이상 교사가 학교 안에서 죽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권리 위에서 서 있는 교사를 인정해 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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