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약 7년 전의 일인데, 그로부터 요즈음까지 정치권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비정상의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이번 “우산 사태”를 봐도 그렇다. 기자의 요청 때문이라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지만,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 든 젊은 공무원의 모습을 보면, 이유가 무엇이든 “이해의 한계”를 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코미디 같은 일은 그 이후 벌어지고 있다. 요즘 대선 후보들이나 당 대표는 너도나도 스스로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잠시라도 우산을 받쳐 주려고 하면 손을 뿌리치거나, 우산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팔에 힘을 주는 모습을 TV 뉴스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정말 “애 많이 쓴다”고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외국의 국가 원수들은 상당수가 자신이 직접 우산을 쓴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그냥 비를 맞는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메르켈 수상은 업무가 끝나면, 혼자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직장인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이 모습은 더 이상 독일 국민들에게 신선한 모습이 아니다. 독일인들은 그냥 보통사람으로 돌아간 “수상의 일상”이라고 받아들이기
이성은 우리들에게 우리가 인생의 법칙을 배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배반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그것을 편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그 익숙한 생활을 방해하려는 이성의 목소리를 압살하려고 애쓴다. 사람은 자신의 생활이 양심에 합치되지 않으면 양심이 마비되어 생활에 장단을 맞춘다. 사격을 받고 있는 엄폐물 뒤에서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는 병사들은, 위험한 순간을 더 쉽게 견딜 수 있도록 애써 일거리를 찾는다. 사람들도 때때로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은 명예욕으로, 어떤 사람은 오락으로, 어떤 사람은 법률 문서를 씀으로써, 어떤 사람은 향락으로, 어떤 사람은 정치활동으로 그것을 견디고 있다. 폭풍이 나무를 뽑고 바위를 굴리지만 하루를 못 갑니다. 정말 크고 강한 것은 소리 없이 흐르는 맑은 시내입니다. 살진 들을 적셔 천하를 기르는 것도 그것이요, 모든 비, 바람, 구름, 물결을 일으키면서도 자기는 억만 년 노함도 흔들림도 없는 대양의 가슴을 채워주는 것도 그것입니다. 그리고 시내는 억억만만의 물방울이 음악 속에 하나 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시내보다도 더 무한히 큰 것은 역사의 흐름이요 그 흐름을 이루는 것은 씨ᄋᆞᆯ입니다
친구들과 체육관에서 복싱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었다. 기초 체력 향상을 위해 시작한 운동인데 몇 달째 하다 보니 다들 진심이 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좋은 점은 진심을 소비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이 장비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와서는 운동할 때 도움이 되는 이런저런 보조 기구를 사게 되었다. 그때 구입한 물건 중 하나가 운동 내역을 기록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였다. 스마트 워치는 운동하면서 칼로리를 얼마나 소비했는지, 현재 심박수가 어떤지, 야외에서 운동하면 GPS로 경로를 기록해주는 똑똑한 친구다. 보통 운동을 마치고 오늘은 몇 칼로리를 소비했는지 보면서 뿌듯해했는데 어느 날 한참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으며 헉헉거리던 도중에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시계의 화면에는 여러 가지 숫자들이 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하트 모양 옆의 숫자가 165를 찍고 있는 게 보였다. 친구들 모두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있어서 현재 심박수를 물었더니 친구 A는 심박수가 175, 친구 B는 110대라고 했다. 겉으로는 다들 비슷하게 열심히 운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는 건 A였다. B는 자신의 심박수에 머쓱해하며 더 열심히 하겠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대행 이륜차 운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법규 위반·굉음 유발 등 교통사고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며, 신속한 배달로 편리함을 누리는 만큼 이륜차로 인해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그로 인한 고통은 심각한 실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조사 결과 도내 이륜차 교통사고가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법규위반 등 무질서 행위는 약 6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부터인가 안전함보다는 신속함을 더 중요시하게 된 치열한 배달 경쟁 속에서 일부 이륜차 운전자들의 과속, 신호 위반, 심지어 난폭운전 등의 각종 위험 행위들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늘고 있다. 안양만안경찰서는 경기도 운영 공공배달 앱 ‘배달특급’ 활용 안전수칙 홍보는 물론 지자체·한국교통안전공단과의 합동단속과 더불어 캠코더를 활용해 교통법규 위반, 소음기 불법개조(튜닝), 굉음유발 등의 이륜차를 집중 단속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혹시라도 이를 피하기 위해 번호판을 훼손하거나 자물쇠·인형 등으로 가리고 운행할 경우 ‘자동차관리법’으로 입건될 수 있으니 운전자와 소유주는 차량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이륜차의 경우 자동차와 달리 법규위반을 해도 기동성·익명성
9월 1일부터 그간 민영제로 운영하던 광역버스 12개 노선이 경기도 공공버스로 전환됐다, 경기도 공공버스로 전환돼 운행을 개시하는 노선은 ▲광명시 1개 ▲용인시 7개 ▲파주시 1개 ▲평택시 1개 ▲화성시 2개 등 총 5개 시군 12개 노선 110대다. 이로써 도내 공공버스는 220개 노선 2070대로 늘어났다. 도내 광역버스의 90%가 경기도 공공버스로 운행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1일부터 직행좌석형 시내버스 70개 노선이 ‘경기도 공공버스’로 전환됐다. 이들 노선은 이전까지 경기도와 경기교통공사가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영구면허로 민간업체가 노선권을 소유하고 있었고 서비스 저하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공공성이 한층 더 강화된 노선 입찰형 준공영제 방식의 경기도 공공버스로 된 것이다. 경기도 공공버스는 공공이 노선을 소유하고 입찰경쟁으로 민간 사업자에게 일정기간 운영권을 위탁하는 ‘노선입찰제’ 방식으로, 도와 시·군이 서비스를 책임진다. 영구면허가 아닌 한정면허제다. 면허기간은 5년이며, 서비스평가 결과에 따라 1회에 한해 4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도는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재정지원 투명성을 강화한 ‘선진국형 모델’
사랑은 뜨거운 게 아니더군 멀리 있는 것이더군 아침에 눈 뜨면 아무도 생각나지 않아 가슴 쥐어 뜯지만 그게 사랑이더군 꽃잎 진 자리가 사랑이더군 향기 사라진 자리가 사랑이더군 사랑은 차가운 게 아니더군 가까이 있는 것이더군 ▶약력 ▶충남 부여 출생. ▶ 한양대 국문과 졸업. ▶장편소설 『세상 끝에 선 여자』(임권택 감독의 영화 ‘창’ 원작). 시집 『호박잎쌈』 .인문학 가이드북 『리더는 리더다』 기획. ▶현재 신문과 잡지에 칼럼과 책 비평 연재.
우리는 늘 바닥이었다. 앞발 두 개가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우리의 신세는 바닥이 되었다. 인간들의 직립은 바닥을 딛는 우리의 운명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곧추 세운 머리의 하중은 몸뚱이의 것이 되지 못하고 우리 것이 되었다. 머리가 강요한 아픔의 깊이를 목도 허리도 다리도 받아내지 않았다. 받아내지 않고 흘려보낸 것들은 뼈와 살과 피를 따라 밑으로 흘러 땅에 고였다. 땅에 고인 것들을 딛고 서는 건 늘 우리 몫이다. 우리는 바닥에 산다. 늘 바닥일 수밖에 없음은 부당한 것이었으나 우리는 받아들였다. 우리의 받아들임으로,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몸뚱이가 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바보 같은 결정이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후회한다고 해서, 후회를 돌이킬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우리에겐 없다. 선택권은 늘 머리 꼭대기에 있고 우리에게 하달되는 건 선택의 결과뿐이다. 결과 또한 매번 부당해서, 인간들이 잠든 순간에도 우리는 발가락을 세우고 보초를 서야 한다. 입이 하는 소리를 우리는 믿지 않는다. 손이 쓰는 말도 거짓임을 우리는 잘 안다.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라”고 말하는 입은 역겹고, “밝음 뒤에는 어두움이 있다”라고 쓰는 손은 뻔뻔하
기도의 보람은, 네가 가장 선한 순간에 도달했을 때, 네 가슴속에 삶의 의의에 대한 최고의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신에게 봉사하는 내적 형식으로서, 신의 은총을 구하는 수단으로 이해되고 있는 ‘기도’란 공허한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원래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인 신에게 언어로 자신의 소망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도에 의해서는 우리는 본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며, 또 신의 계율로서 우리의 마음에 각인된 의무의 하나를 수행한 것도 아니므로, 결국은 실제로 신에게 봉사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행위를 통해 신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으로부터의 소망, 다시 말해 우리의 모든 행위가 바로 신에게 봉사하는 거라는 마음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망 속에는, 우리의 마음에 절대적으로 내재해야 하는 기도의 정신이 들어 있다. 이 소망에 언어와 형식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에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칸트) 이따금 어린아이처럼 누군가에게(신에게) 호소해 도움을 청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것은 좋은 감정일까? 아니다. 좋지 않다. 그것은 나약한 마음이고 믿음이 없는 것이다. 뭔가를 간절히 소망하는 기도
부산대학교는 8월 24일 조민 씨의 2015년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동양대 표창장과 입학서류 기재 경력이 주요 합격 요인이 아니라면서도 “당시 신입생 모집요강 중 지원자 유의사항에 제출 서류의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른 경우 불합격 처리를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렌트(Hannah Arendt)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악의 평범성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상부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임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아이히만은 착하고 도덕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유대인 학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했던 것이다. 교육부의 지시에 순응해 거리낌 없이 행동에 옮긴 부산대 보직교수들은 아이히만과 다를까? 부산대는 당초 대법원 판결 이후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를 소집하려고 했으나 교육부의 압박에 따라 서둘러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하나는 대학이 아무리 교육부에 재정을 의존한다 하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지시에 따라야 하느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서둘러 결정하더라도 사실관계를 떠나 여론에 휘둘리는 논리로 교육부가 주문하는 대로 입학취소 결정을 내려야 했느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