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멈출 것 같았던 코로나 판데믹은 각국의 다각적인 노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끈질기게 인간을 괴롭히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사고 체계의 변화를 강요하는데서 나아가 국가 경제나 세계 경제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안팎의 괴로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는 인간의 염원은 백신개발 경쟁으로 이어져 27개가 임상실험을 할 정도로 강대국 간의 자존심을 건 ‘전장’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중국은 폐쇄된 휴스턴 총영사관을 ‘백신 개발정보를 빼내기 위한 스파이활동 거점’으로 삼아 ‘모래알스파이 전략’을 전개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으며, 선거를 코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개발을 열세인 선거판을 뒤집을 수 있는 회심의 카드로 인식하고 백신개발 업체가 상당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영원한 짜르를 꿈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 최초로 백신 개발 성공” 발표를 기화로 자신의 통치기반을 다지려 하고 있다. 가히 ‘백신개발의 정치성’이 만개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는 군사적 충돌 양상도 바꿔놓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은 히말라야 분쟁 지역에서 인도군과 충돌하면서 기습의 시기를 “인도가 코로나로 고역을 치루고 있는 상황”을 악용했다. 인도가 코로나에 대처하느라…
평소에 일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문득 생각이 반짝 떠오를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은 스치는 바람과 같아서 잡아 두지 않으면 사라지고 만다.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바람처럼 생각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게 마련이다. 나중에 다시 떠올리려고 해봐도 그 분명했던 생각이 쉽게 되살아나지 않는다. 아무리 총명한 두뇌를 가진 사람도 기억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나 스쳐 가는 영감을 붙잡아 두기가 어렵다. ‘동트기 전에 일어나라. 기록하기를 좋아하라. 쉬지 말고 기록해라.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기록하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이것은 바로 메모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다산 선생의 말씀이다. 이처럼 다산 선생은 메모하는 습관을 바탕으로 500 여권의 저서를 남기게 되었다. 다산을 설명해 주는 말이 ‘둔필승총(鈍筆勝聰)’이다. 이 말 뜻은 “둔필의 기록이 총명한 머리보다 낫다”다. 둔할지라도, 기록이 읽기보다 낫다는 말로 결국 ‘손이 뇌를 이긴다’라는 뜻이다. 조선 시대 최고의 독서가였던 정약용은 책을 읽으며 중요한 것은 베껴 쓰고 이때 자기 생각을 덧붙여 메모했다. 글을 베껴 쓰면 영원히 기억으로 남는다. 기억은 유한하고…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지난 13일 하루 집단 휴진에 들어간데 이어 21일부터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이들 전공의들은 앞으로 병원 사직서 제출에 이어 전문의시험 거부 등에 나설 계획이어서 향후 일반 중증 및 응급환자들의 치료환경 악화는 물론 자칫 의료 시스템 전반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설상가상격으로 대한의사협회도 오는 26~28일에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예고함으로써 신종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국민 안전을 돌봐야 하는 정부, 그리고 환자의 생명을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하는 의료계 모두 사회적 책임과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현재 3058명인 의과대학 정원을 2022년부터 10년 동안 한 해 최대 400명씩을 늘려가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의사 단체들은 자신들과 아무런 협의없이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 대비 병상 수와 입원 환자 수, 입원 기간 등은 평균치보다 두 배 이상 많고 길지만 정작 이들을 진료하고…
진료시간이 끝날때가 다 될 즈음 얼굴에 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창백한 안색으로 만난 그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어느 수요일 오늘도 하루가 끝났다고 한숨 돌리고 있었던 나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금방 쓰러질 듯한 표정과 힘없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내뱉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였다. 다른 한의원에서 보약도 먹고 있고 동시에 타 양방내과의원에서 4개월전 심해진 두통 때문에 향정신성약과 진통제를 그 병원에서 줄수 있는 최대로 복용하면서 하루하루 넘기고 있었다고 한다. 며칠전부터는 더 이상 양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게 되어 힘들어 하였는데 친구가 자신이 치료를 받고 두통이 좋아졌다며 가보라고 소개를 해 주어 오게 되었다 했다. 그녀는 둘째아이 출산후부터 발생한 10년이 넘은 두통 외에도 많은 증상을 호소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붓고 무겁고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되는 상태가 오래되어 식사는 간단한 분식류가 다반사다. 대변은 스트레스 받으면 설사와 시원치 않은 상태가 공존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양상을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럽기도 했다. 손발이 차고 다리가 저리고 쥐나는 것도 꽤 오래다. 게다가 등에는 어제부터 대상포진으로 의심되는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다 여의치않아 다시 상승하는 동작을 복행(GA:go around)이라고 한다. 이럴 때 기장은 추력레버(thrust lever)를 최고 상태(TO/GA)로 끌어올린다. 내려가던 흐름을 반대로 바꾸려면 그 비행기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집권 4년차를 맞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최근 국정지지율이 40%대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70~80% 수준에 이르던 임기 초와 비교되면서 보는 입장에 따라 여권에 대한 경고등이라는 시각부터 레임덕 징후라는 얘기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4년여만에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와 정가를 술렁이게 했다. 물론 그 뒤에 나온 결과는 다른 수치를 보여주는 등 짧은 단위로 민심의 추이를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하는 임기 초와 4년차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특히 우리처럼 대통령 5년 단임제 아래서 집권 4년차의 무게는 정말 간단치 않다. 5년안에 A(과거청산)~제도개혁~Z(경제성장·복지)까지 할 일이 너무 많고 잘못 건드리면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과
장마가 삶을 할퀴고 갔다. 세상이 격변하는 물결들로 적응하며 사는게 어렵다. 해남 백련재는 강풍이 다녀가더니 밤새 기와 위로 솔가지가 흩어져 누워 잠을 잔다. 새벽바람은 거셌고 창문소리는 컸다. 땅끝순례문학관 산책길을 걸으면서 문득 사람으로 산다는 사념(思念)에 잠긴다. 가깝게는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작은형님 댁이, 얼마전 어머님 기일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움이, 애경사 초청장을 받고도 답례를 못하고 사는 일이, 나이 듦 탓일까 지인들의 애경사에 주말이면 정숙한 미안함으로 심사가 불편하다. 더욱이 경사 보다는 애사에 어쩌다 조문을 하지 못하면 한주 내내 마음이 무겁다. 오래전부터 경사는 참석 않는 원칙을 정했지만, 애사는 꼭 조문한다. 어머님께서는 집안이 어렵거나, 상가집 방문에는 반드시 밥을 두 그릇 이상 권면한 탓에 가끔 부고가 두 세건 겹치는 날에는 배가 남산만 하게 불러 나오기 일쑤다. 산을 보고 들녘에서 일하는 시골사람들을 본다. 자연스럽게 산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넘어질 때는 큰 산이 아니다. 작은 뿌리에 걸려 넘어진다. 겸손하게 사는 일도 어려운 법이다. 살아가는 일이 현장이 다르고 정서가 달라서 만족하게 또는 충족하게 주변을 챙기며 산다는 일은…
입춘이 나에게 하는 말 노 현 숙 나는 오늘도 입춘의 맨살을 만지지만 입춘은 나와 반대로 가고 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이 거친 바람의 살결 속으로 나는 돌아 눕는다 노현숙 경북 의성 출생. 1994년 ‘자유문학’ 및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바람은 없다’, ‘겨울나무 황혼에 서다’, ‘적막이라는 놀이터’ 등이 있음.
‘어쩌다 공무원’을 의미하는 어공이란 단어가 있다. 지방자치시대 민선 단체장을 보좌하는 별정직, 계약직 공무원과 공직의 직위는 없지만 행정을 자문하는 그룹의 일원으로 사실상 공공업무에 영향을 끼치고 도움을 주는 공무원을 ‘어공’이라 칭한다. 어공은 단체장과 임기를 함께하면서 다양한 방법과 방식으로 업무에 힘을 보탠다. 반면, 언론사 편집부, 보도부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를 거쳐서 데스크를 지키고 다시 현장에 나가면서 경력을 쌓아올린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언론사에는 기자가 있고 행정지원팀이 있는데 이분들도 호완성이 있으므로 기자가 경영을 하기도 하고 경영책임자가 편집책임자가 되기도 한다. 공직의 어공이 등장하던 초기에는 제한된 부서에만 배치됐다. 그래서 자신이 어공임을 알리고 업무를 의논하려해도 ‘늘공’(늘 공무원)들이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늘공끼리 긴 세월을 유지해온 행정기관 내부의 관행과 전통 때문이다. 이제는 늘공과 어공이 상호 활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두 직위가 서로 역할을 분담해서 윈윈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어공은 기관장의 비서실에 많다. 비서실이란 늘공이 근무하던 1990년 중반 이전에도 주변과 외부의 비판을 받았다. 기관장의 지시라고 하니 진위
직업에는 귀함과 천함이 따로 없다고 했다. 거짓말이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할 뿐이라는 말도,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노동을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치부하는 자들이 눈가림용으로 만들어낸 삿된 꿈이다. 그 삿된 꿈에 취해,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을 참아내게 하려는 마약성분의 처방전일 뿐이다. 돈이 주인인 세상에서 가난은 죄악이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가난한 자의 눈에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 역시 헛소리다. 용은 개천에서 나오지 않고 강남에서 나온다. 노동자가 평생 벌어도 모을 수 없는 돈을 강남에서는 집 한 채 사고 팔면 뚝딱 벌어들인다. 성공의 조건은 노력(努力)에 있지 않고 재력(財力)에 있다. 당연히 인격보다 돈이 대접받는다. 2010년,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린 그룹 총수가 254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룹 총수는 벌금 낼 돈이 없다고 배를 내밀었고, 판사는 벌금 대신 일당 5억 원짜리 노역을 허락했다. 벌을 받기는커녕, 그룹 총수는 하루에 5억 원씩 벌금을 털어내는 수단으로 교도소를 이용했다. 황제노역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문제의 사건과 판결이었다. 돈이 서고 사람이 추락하는 세상
전통이란 자기 자신이다. 문화재에 담긴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값진 일이다. 코로나19로 답답함을 달래줄 국보급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이 공동으로 펼친 특별기획 ‘신국보보물전(新國寶寶物展)’이다. 방역수칙에 따라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된 시간에 관람을 했다. 일생에 꼭 봐야 할 전시다. ‘새 보물 납시었네’ 슬로건처럼 사상 최대 규모로 국보와 보물을 선보였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을 비롯한 유물 대여 기관만 34곳이다. 외부로 처음 공개된 국보와 유물이 눈길을 끈다. 간송이 소장한 22점, 이화여대가 보유한 청자 순화 4년명 항아리 등이 바깥에 나와 눈길을 끈다. 청자가 푸른빛이 아닌 녹갈색을 띠고 있다. 굽 안쪽에 제작 시기, 사용처, 장인의 이름이 새겨져 역사적 가치가 높다. 특히 두루마리 그림으로 희소성이 높은 조선의 대표적 풍경화는 특별전의 압권이다. 8m가 넘는 심사정(1707~1769)의 마지막 작품 촉잔도권(蜀棧圖圈⦁818*58cm)과 이인문(1745~1821)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856*43.9cm)를 한자리에 배치했다. 심사정은 조선 최고의 실력을 갖춘 화가였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