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속으로 /이성목 하늘을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땅바닥에 나뒹굴며 매달려 간다 몸이 시커멓게 멍든다 고통이 공중을 가득 채운다 훨훨 날아오르는, 새털 같은 생이란 없다 소실점을 향하는 새 그림자가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새는 하늘을 몇 번이나 움켜쥐었다가 놓았을까 발톱이 박힌 곳마다 붉게 핏물이 스며 나온다 피 흘리지 않고는 사라질 수 없는 목숨이 몸 안에서 두근거린다 새가 머리 위를 지나가는 순간인 듯 - 이성목 시집 ‘함박눈이라는 슬픔’ 훨훨 날아오르기만 하는 생이 어디 있겠는가. 노을 속 소실점을 향하여 날아가는 새의 그림자처럼 땅바닥에 나뒹구는 생이 있을 뿐이다. ‘하늘’같은 권력(權力)이나 재력(財力) 혹은 무력(武力)이라도 마침내는 모두 그 그림자마저 닳아 없어질 뿐이다. 우리는 그런 ‘하늘’을 잡아보려고 몇 번이나 핏물을 흘렸던가. 그럼에도 여전히 ‘목숨’은 두근거린다. 그런 삶이 곧 생의 의미라는 듯 ‘목숨’은 풀이 죽지 않는다. 생이 가볍거나 무겁거나, 잘 나거나 못나거나, 잘 살거나 못살거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두근거리는 &l
5년 전 4월 16일,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수학여행 중이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이 규명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추모행사가 열렸다.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나온 안산에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화랑유원지에서 사단법인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대규모 ‘기억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되새긴다”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철저히 이뤄질 것”이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선언하는 공간인 ‘4·16 생명안전공원’도 빠르게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추모의 마음은 여야가 따로 없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가슴 속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계시는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 시작 전 세월호 희생들을 위해…
극악한 ‘묻지마 범죄’가 또 발생했다.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숨진 사람은 12세 여자 어린이 등 5명이며, 남성은 70대 노인 한명 뿐으로, 범인은 약한 사람만 골라 살해했다. 범행은 매우 잔혹했다. 범인은 미리 준비한 흉기 2개를 사용해 여기저기서 대피하는 주민들을 마구 살해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병원에 실려 간 사람 중에 최소 5명은 흉기에 다쳤다. 적어도 10명이 범인의 흉기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더욱 놀랍고 안타까운 점은 범인이 이미 1년 전부터 수차례 난동을 부리고 주민을 위협·폭행했는데도 경찰이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범인의 바로 위층에 살던 최모(18) 양은 평소에도 범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위협을 받아 가족들이 집 앞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지만 이번에 결국 흉기에 찔려 숨졌다. 범인은 이외에도 이웃집에 오물을 투척하고 욕을 하거나 폭행하는 일들이 있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경찰이 적극 대처를 했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가슴통증으로 쓰러진 환자의 가슴에 볼펜을 꽂아 응급처치를 하는 장면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기흉’이란 질환을 모티브한 것으로, 기흉이란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강 내에 여러 원인으로 인해 공기가 차게 되어 호흡곤란이나 흉부 통증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기흉은 어떤 병인가요? 우리 폐는 수많은 매우 작은 풍선들이 모이고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풍선을 만들고 있는 장기라고 할 수 있다. 기흉은 이런 작은 풍선들 중 일부가 터져서 폐안에 있는 공기가 새고, 이로 인해 폐는 짜부라지고, 새어 나온 공기는 가슴 안에 고이는 질환이다. 기흉이 발생하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숨도 차게 되어 대부분 심각해지기 전에 병원에 오지만, 드물게 새어나온 공기의 압력이 갑자기 커져 주변의 심장이나 혈관을 누르게 되는, ‘긴장성 기흉’이라는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흉의 주 원인은 무엇인가요? 기흉은 크게 일차성 기흉과 이차성 기흉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각각 원인이 다르다. 먼저 일차성 기흉은 주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에게서 잘 생기는데, 이런 환자들은 보통 키가 크고 깡마른
파리 센 강의 시테 섬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성당이 서있다. ‘노트르담’이다. ‘우리의’ 라는 뜻 ‘Notre’와 ‘귀부인’ 이라는 ‘Dame’이란 두 단어가 합쳐진 이름으로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시테섬은 파리의 시작이자 중심이다. ‘파리’란 이름도 시테의 켈트족(族) 원주민 ‘파리지(Parisii)’에서 따왔다. 프랑스 왕국이 가톨릭을 국교로 채택한 뒤 로마의 식민지배 때 세워진 시테의 주피터 신전은 무너졌고 1163년 그 자리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세워 졌다. 파리의 주교였던 모리스 드 쉴리에 의해서다. 1320년경에 공사는 끝났으나 건설 도중과 완성 후에도 대성당은 많은 역사적인 사건의 무대가 되었다.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잔다르크의 명예회복 재판(1455년)이 열렸고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때는 비참한 수난을 겪었다. 3개의 성당 출입문 위 일렬로 늘어선 28개의 성경 속 유대 왕 입상(立像)과 종(鐘)이 모조리 끌어내려져 산산조각이 났을 정도다. 그 후 나폴레옹 1세가 미사를 부활시키고 자신의 대관식을 이곳에서 거행하면서 지위를 되찾았다. 노트르담이 세인의 관심을 다시 받은 것은 1831년 출간된 빅토르 위고의 소설…
17세기 중국 명청교체기에 어떻게 100만명에 불과한 만주족(여진족)이 백배가 넘는 1억명의 중원을 정복하고 지배했는지 미스테리다. 물론 다양한 분석이 제시된 바 있는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설명으로 지도자의 식견과 포용력, 그리고 실용주의를 들 수 있겠다. 여진이 여러 부족으로 갈라져 있던 16세기 말 건주여진의 추장이던 누르하치(청태조)가 여진 부족들을 차례로 정복해 통일하고 후금을 세웠다(1616년). 그 후 홍타이지(청태종)에 의해 청나라가 세워지고(1636), 강건성세(康乾盛世)라 불리는 강희제와 건륭제까지의 138년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맏아들이 아니었다. 홍타이지는 8남, 순치제는 9남, 강희제는 3남, 옹정제는 4남, 건륭제는 4남이었다. 순치제의 숙부로 실질적으로 명을 멸망시킨 도르곤은 누루하치의 14남이었다. 홍타이지가 청나라 황제에 오를 때는 친형인 다이산까지 나서서 홍타이지에게 황위에 오를 것을 권하였다. 장남이 황위를 계승하는 명에 비하여 실력이 있는 자에게 황제자리를 맡김으로써 국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홍타이지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명의 장점을 배워 나라를 정비했다. 명나라에 의해 고비사막 이북으로…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을 모두 끄고 흔들리는 파도 따라 함께 흔들리며 뜨거운 햇살 뜨거운 바다 위에서 떠나간 고래를 다시 기다리는 일은 그 긴 골목길 마지막 외등 한 발자국 물러난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 너를 기다렸던 일 그때 나는 얼마나 너를 열망했던가 온몸이 귀가 되어 너의 구둣발 소리 기다렸듯 팽팽한 수평선 걸어 내게로 돌아올 그 소리 다시 기다리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고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부터 푸른 어둠이 내리고 떠나온 점등인의 별로 돌아가며 이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래가 배의 꼬리를 따라올지라도 네가 울며 내 이름 부르며 따라올지라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들으며 정일근 시인의 시를 읽는다. 시인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첨탑과 지붕이 붕괴했고, 내부의 유물도 상당 부분 소실됐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첨탑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비계의 상부 쪽에서 불길이 시작돼 내부 목재 장식 등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문화유산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하루 평균 3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관광명소이다. 성당 내부에는 ‘장미의 창’이라는 이름의 스테인드글라스, 대형 파이프오르간, ‘에마뉘엘’이라는 이름의 종 등 유물이 있고, 성 십자가, 거룩한 못 등 가톨릭 성물이 상당수 보관돼있다. 목재만 해도 가장 오래된 것은 1160년경 벌목됐다. 860년 가까이 버텨온 목재 구조물들이 한순간 화재로 허망하게 사라진 것이다.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지난 2008년 2월 10일 밤에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국민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영욕의 역사를 지켜본 대한민국의 상징 숭례문이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봤다. 이보다 앞서 2005년에는 강원도 양양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식목일인 4월 5일 우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지난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결정문에서 일부 임신 여성들이 “자신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임신·출산·육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만약 자녀가 출생하면 어머니가 될 자신뿐만 아니라 태어날 자녀마저도 불행해질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낙태를 결심하고 실행 한다”면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해준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주장해 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치 않는 임신은 축복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계 등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 온 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그동안 낙태죄 위헌을 주장하며 헌재 앞에서 1인 시위 등을 진행해 온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3개 단체 참여, 이하 공동행동)’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2019년 4월11일은 그동안 여성을 통제 대상으로 삼아 책임을 전가해왔던 역사에 대해 마침표를 찍은 중대한 날” “역사를 바꿀 지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낙태 반대론자들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들어 낙태죄가 유지돼야
수원화성 동남각루의 연혁을 살펴보면, 1796년 7월 정조의 지시에 의해 창건되었고 어느 때인가 소실됐으나 그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 다만, 1917년 수원 지도에서 동남각루는 보이지 않고 치성만 확인되는 것으로 볼 때 소실된 하한선은 구한말과 일제강점 초기로 추정할 수 있다. 동남각루의 복원은 1978년대 수원성 복원정화사업 4단계에서 포함돼 1천682만원이 들었다. 동남각루의 해체보수는 2016년에 있었는데 당시 각루는 복원한지 약 30년이 되어 초석이 내려앉고 기울어진 상태였다. 공사 이전 보수설계 단계에 필자는 운 좋게 참가할 수 있었다. 보수설계의 목적은 현황시설을 그대로 해체복원을 하는 것이지만, 필자는 당시 해체보수를 통해 혹시 잘못된 문제가 있으면 원형을 찾는 기회로 삼고자 하였다. 역사자료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이를 근거로 복원설계도를 작성했다. 그 결과 여러 문제점이 돌출되었는데, 첫째는 용마루의 방향이 남쪽을 향하지 않고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점이다. 둘째는 계단이 있는 후면부에 계단이 중앙에 있고 벽이 흙벽으로 되어 있는 점이다. 셋째는 1층에 있는 군인이 사용하는 온돌방의 위치가 성벽 쪽에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 복원에서는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