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기분장애’로도 불리는 조울증은 기분 변화를 조절하는 뇌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비정상적으로 기분이 들뜨는 상태인 ‘조증’과 우울하고 슬픈 상태인 ‘울증’이 불규칙하게 나타난다. 역사적 인물 가운데 조울증이나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켈란젤로, 고흐, 베토벤, 톨스토이, 헤르만 헤세, 마크 트웨인, 헤밍웨이, 뉴턴, 링컨, 처칠 등이 그들이다. 높은 목표가 성공의 견인차가 되기도 하지만 사는 내내 심한 감정 기복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조울증을 방치하면 정상적인 대인관계가 어렵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우울증보다 높다. 국내 학계에서는 조울증이 인구 100명당 3~7명에게 발생하고,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1%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의 관심은 낮다. 조기진단이 어려워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도 많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2005년부터 매년 5월 하순을 ‘조울병의 날’ 주간으로 정하고 무료 선별검사 등을 통해 조울병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들어 더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조울증 치료 환자는 2013년 7만1천687명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 앞 유리에 뭔가가 부딪혔다. 순간 가슴이 턱 멎는 듯 놀랐다. 앞 유리에 내리 꽂힌 것은 비둘기였다. 차를 갓길에 세우고 벌떡이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비둘기는 얼마나 세게 부딪혔는지 고꾸라졌고 그 위를 차들이 덮쳤다. 이내 비둘기는 납작해지면서 형체가 지워지기 시작했다. 운전자의 잘못은 아니지만 새에게도 미안할 뿐더러 마음이 불편했다. 새는 반사된 나무를 실제로 착각하고 날아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루에 2만여 마리 정도가 그렇게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하루에 2만 마리면 1년이면 800만 마리는 죽는다는 얘기다. 실로 엄청난 숫자의 조류가 희생을 당하는 것이다. 건물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 그리고 이런저런 인공구조물에 비친 나뭇가지를 보고 날아들다가 죽는다는 것이다. 간혹 투명 방음벽에 날아가는 독수리나 매 스티커를 붙여놓는 것을 본다. 이 버드세이버는 나무를 보고 날아드는 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새들은 고정돼있는 조형물에는 위협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둘 수는 없다고 한다. 어느 학자의 말에 따르면 새는 앞에 나무가 있다고 꼭대기를 넘는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 사이를 날기 때…
Q : A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설립된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다. A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지난 2018년 10월 경쟁입찰을 실시했고, 입찰에 참가한 B, C, D, E 중 한 업체를 시공자로 선정하기 위해 조합원 총회(이하 ‘1차 총회’라고 한다)를 개최했다. 그런데 1차 총회에서 다수의 서면결의서가 중복 제출됨으로써 1차 총회는 무산됐다. 그로부터 약 1개월 후 A는 다시 경쟁입찰을 실시했고, 이 때는 B, C가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가했으며, 시공자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이하 ‘2차 총회’라고 한다)에서 위 컨소시엄이 시공자로 선정됐다. 그 후 A는 위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한 결의(이하 ‘1차 결의’라고 한다)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조합원 총회를 열어 1차 결의를 추인하는 결의(이하 ‘2차 결의’라고 한다)를 했다. 한편 B의 직원들은 1차 총회 직전에 B가 시공자로 선정되도록 A의 조합원들에게 1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주거나 향응을 제공했고, 이를 이유로 위 직원들은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A의 조합원들이 A를 상대로 1차 결의와 2차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
가을의 장례 /박홍점 아끼던 붉은 색을 입었다 마주하는 얼굴이 환하다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빛나는 당신 현을 고르던 집중을 멈추고 자판을 두드리던 손끝을 접어두고 모두들 왔다 더듬어 보면 벽난로 속 타오르는 불길처럼 뜨겁지 않은 나무는 없다 - 시집 ‘피스타치오의 표정’ 사람과 자연은 서로 모방하며 사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연하게 반짝이며 귀엽게, 젊어서는 단 내 나도록 힘껏 무성하게, 가을 단풍을 보고 뜨겁게 불타오르지 못한 생애를 반성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우리들 각자의 생은 뜨거웠던 것, 어디 큰 나무 뿐이랴 작은 나무도 땅속에서 끊임없이 물길을 찾아 뿌리를 벋는다. 뒷모습이 초라하다고 행적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장례식장 흰 국화꽃에 둘러쌓인 당신, 살아 어느 순간보다 환히 빛난다. 단풍은 제몸을 태워 행락객들을 불러들이고 인간은 임종으로 전 생애의 인연을 불러들인다./최기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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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 노래들을 듣고 지난날 회상에 빠진 적이 한번은 있을 것이다. ‘목련 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박목월의 시에 김순애가 곡을 붙인 ‘4월의 노래’다. 김순애가 6·25 전쟁이 끝나갈 무렵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하기 위해 만든 이래 국민 가곡화 됐다. 지금도 이 무렵이면 어김없이 전파를 탄다. ‘그대처럼 우아하게 그대처럼 향기롭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 제2절 가사가 이렇게 끝나는 국민 가곡, 조영식 작사, 김동진 작곡의 ‘목련화’도 역시 마찬가지다.. 양희은의 노래도 그렇다. ‘하얀 목련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날/ 우리 따스한 기억도/ 언제까지나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이렇게 시작하는 시를 그가 쓴 때는 지병 악화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수술을 위해 입원해 있던 1982년 봄이었다. 병실 창 밖으로 봄 햇살 속에 하얀 꽃을 피운 목련이 자신의 삶에 대한 은유로 비
얼마 전에 상속세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돌아가신 분은 교수로 정년퇴직한 후, 오랫동안 은퇴생활을 했는데 강남에 위치한 시가 40억 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를 유산으로 남겨 놓았다. 재산 분배비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배우자·아들·딸 3인이 상속 할 때 상속세만 7~10억 원으로 계산됐다. 남은 가족들은 상속세 낼 돈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많고, 돌아가신 분은 고가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동자산이 부족하여 풍족하게 살아보지 못한 점이 안타깝게 생각됐다.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부분적으로라도 사전 증여하였더라면, 상속재산을 줄여서 상속세도 줄이고, 성년자녀들의 보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지원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경제 고도 성장기에 활발한 경제활동을 해 재산을 축적한 베이비부머 및 그 이전 세대의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60세 이상 노년층 재산의 90%이상이 부동산 비중으로 조사되고 있다. 부동산 재산은 처분이 쉽지 않고, 세금부담도 많으며, 투자용도로도 활용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이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보다 작은 집으로 옮기고 재산을 금융자산화 해 유연하…
요즘 청년들은 우리나라를 ‘헬(hell)조선’이라고들 한다. 직역하자면 ‘지옥 같은 조선’이다. 그런데 조선은 어디인가? 일제 강점기 이전의 우리나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정식 명칭인 북한? 그럴 리가 없다. 우리는 이 말이 우리 사회현실을 비꼬는 말임을 잘 알고 있다. 그나마 ‘헬코리아’나 ‘헬한국’이 아니라 다행이다. 외국 친구에게 적당히 둘러댈 여지가 있으니 말이다. 왜 우리나라를 지옥 같다고 느낄까? 입시지옥을 뚫고 보니 취업지옥이 기다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왜냐고 묻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 청년실업자가 41만 명, 청년실업률이 9.5%라는 것은 통계일 뿐 실제로 대부분의 청년이 취업을 걱정한다. 더구나 취업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 비정규직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현실은 ‘88만원세대’라는 말도 만들어냈다. 내 집 마련에 서울은 15년, 경기도는 8년이 걸린다는데, 월급을 한 푼도 안 쓸 때 얘기다. 현실적으로는 30년이 걸린다. 청년들은 이때쯤 이미 정년을 걱정할 나이가 되어 있다. 그러니 ‘88만원세대’는 연애&middo…
나는 춤추는 중 /허수경 기쁨은 흐릿하게 오고 슬픔은 명랑하게 온다 바람의 혀가 투명한 빛 속에 산다, 산다, 산다, 할 때 나 혼자 노는 날 나의 머리칼과 숨이 온 담장을 허물면서 세계에 다가왔다 나는 춤추는 중 얼굴을 어느 낯선 들판의 어깨에 기대고 낯선 별에 유괴당한 것처럼 - 허수경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시인은 지난 해 10월 3일 54세를 일기로 독일에서 타계했다. 이국에서 쉬지 않고 모국어로 시를 발표했지만 그곳에서 느낀 시인의 외로움과 허무와 두려움이 이 시에서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시집 맨 마지막에 수록된 이 시에서 ‘어느 낯선 들판’과 ‘낯선 별’에 유괴당한 것처럼 시인은 철저히 혼자 놀면서 혼자 춤추면서 고국의 흙냄새를 공기와 햇살을 그리워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땅, 이 풍경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살지만 이 땅, 이 풍경을 떠나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수구초심(여우가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은 아니어도 시인이 얼마나 이 땅과 이곳의 사람들을 그리워했는지 느껴져…
우리 경제가 갈수록 어려움에 빠지고 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2% 감소한 471억1천만 달러에 그쳤다.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산업부는 반도체가격 하락, 중국경기 둔화, 조업일 하루 감소,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3월 수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산업 활동 지표도 안 좋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월 전체 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9% 떨어졌다. 이 하락 폭은 2013년 3월(-2.1%) 이후 5년 11개월 만에 최대라고 한다. 소매판매액은 전월보다 1.1% 줄었고 설비투자는 10.4%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등 지표가 동반 하락한 것이다.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11개월째, 앞으로의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9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렸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9개월 이상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동행지수가 6개월 연속 내려오면 경기하강 신호라고 하는데, 이미 우리 경제가 하강국면에 깊숙이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이런 현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