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홍예가 가장 많이 설치된 시설은 수원화성의 남수문(南水門)으로 홍예가 무려 9개인데 북수문 보다 2개가 많다. 전쟁을 위한 성곽시설로 보면 참호시설인 포사(鋪舍)가 있는 남수문이 유희시설 건물인 누각의 북수문 보다는 훨씬 더 실용적이다. 남수문은 수원화성의 첫 번째 공사로 선정돼 1794년 2월 28일 장안문, 팔달문, 화홍문과 같이 착공한다. 그러나 남수문은 수원천 정비가 선행돼야 하므로 착공과 동시에 중단되고 실질적인 공사는 1년 9개월 뒤에 시작된다. 공사재개는 1795년 11월이고 홍예준공은 다음 해 1월 16일이며 3월 25일에 포사와 여장(女墻) 등이 완성되어 전체 준공이 된다. 남수문도 북수문과 같이 홍수로 두 번의 유실이 있었다. 첫 번째 유실은 1846년으로 이때는 두 수문뿐 아니라 남암문까지 피해를 본 큰 홍수였다. 당시 성곽은 중요 시설이었기에 바로 복구 됐다. 옛 제도에 따라 복원되지만, 하부구조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 앞뒤에만 있던 홍예를 볼트(vault, 전체가 홍예) 형식으로 변경했다. 두 번째 유실은 1922년 일제강점기로 당시에는 조선 문화재의 인지도가 낮았고 화성(華城)은 재래식 무기를 막는 성곽시설로 중요하게 생
화제를 몰고 온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우리사회에 제기한 부모의 ‘외눈박이 사랑’에 대해곱씹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3대째 서울의대 집안이라는 찬사를 받기위해 오로지 공부만 외쳐대는 부모가 어디 드라마 속에만 일어나는 일이겠는가. 자식이 서울대에 합격만 하면 그들만의 캐슬이 더욱 공고해 지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타인을 경쟁자이거나 내 성공을 방해하는 훼방꾼 정도로 인식한다. 정말로 우리는 어떻게 타인을 인지하는가? 타인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 인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만약 나와 꼭 같은 인격체로 인지한다면 갑질을 하거나 모멸감을 주거나 혹은 폭행을 일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인격적인 언사는 어린이가 부모나 학교,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체득한 것이기 때문에 이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타인이 나와 같은 인격체임을 가르쳐야만 하겠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필자는 타인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능력, 이 능력은 21세기형 인간이 갖추어야만 하는 역량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간존재란 제 아무리 잘났다한들 그리고 독립적으로 완전하다고 주장 한들 인간을 둘러싼 외부적인 환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미세먼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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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윤리적·종교적·법적·의학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오랫동안 논란이 계속되어왔다. 그래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 한 나라는 몇 안 된다. 죽음의 여행지라 불리는 스위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정도다. 미국은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40개 주에서는 인공호흡기 제거 등의 소극적 형태로 허용하고 있다. 그 외 많은 나라에선 안락사를 도운 의사를 살인죄로 처벌한다. ‘죽을 권리’보다는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1997년 보호자의 뜻에 따라 연명 치료를 중단했던 의료진이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은 바 있다.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이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2018년, 이른바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사실 이 법률 시행 전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환자 본인과 가족들이 고통을 겪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많이 변했다. 우선 연명 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가 꾸준히 늘어 3만5천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연명 치료는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
골프 볼은 처음에는 페더 볼이 사용됐다. 동물 가죽을 봉합하고 그 속에 깃털을 채워 넣은 페더 볼은 날아가는 방향이 날씨 등의 조건에 좌우되기 쉽고 볼이 젖으면 건조할 때보다 평균 30야드나 샷 거리가 덜 나간다. 요행으로 바람을 잘 이용하면 350야드 이상도 날아갈 수 있다. 1844년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의 교수 패터슨 박사의 아들이자 골프광인 로버트에 의해 커터 퍼처볼이라고 하는 안정된 샷 거리를 얻을 수 있는 볼이 발명됐다. 동남아 산 거터 퍼처라는 나무 수액을 응고시켜 만든 것으로 페더 볼에 비해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딤플이 없이 표면이 매끈한 볼이 쓰였으나, 신품보다 상처가 난 오래된 것이 샷 거리가 멀리 간다고 하는 현상에 주목해 삼각형, 사각형, 도랑 형태의 것 등 여러 종류의 딤플이 고안됐다. 현재 딤플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실증됐고, 표면에 많이 붙어 있는 둥글게 움푹 패인 것은 골프 볼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세계 1차 대전 이후 무게나 크기에 논란도 많았지만 1968년에 어떤 나라의 PGA에서나 미국 표준인 지격이 1.68인치 볼만 사용하여야 한다는 최종 결정을 하게 됐다. 엄청난 샷 거리를 낸다는…
학폭 사안처리로 인해 가·피해자 뿐만아니라 담당교사, 학폭 학부모위원까지 소송에 휩싸이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통상 민사소송은 누구의 말이 옳은지를 판결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지만, 형사소송은 누군가 살인, 강도,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 유죄나 무죄를 가리는 재판을 요청하는 것이다. 최근 학폭관련업무에 시달리는 교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학폭위원으로 활동하는 학부모까지 민사·형사소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형사소송의 경우 고소장은 검찰·경찰에 제출하며, 검사가 기소하면 법원의 판결을 받는 것으로, 검사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기소를 하지 않고 사건이 종결될 수도 있다. 민사소송는 누구나 원고나 피고가 될 수 있지만, 형사에서는 피고인이라고 부르며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변호를 해야 되기에 막대한 소송비용이 든다. 이 모든 것이 학교폭력예방업무를 수행했다는 점만으로 개인이 온전히 감당해야 되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송에 휘말리는 교사나 학부모는 학폭처리 절차상의 하자나 불가피한 누설에 의해 검찰이나 경찰에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 울타리안에서도 서
문신 /조정인 고양이와 할머니가 살았다 고양이를 먼저 보내고 할머니는 5년을 더 살았다 나무식탁 다리 하나에 고양이는 셀 수 없는 발톱자국을 두고 갔다 발톱이 그린 무늬의 중심부는 거칠게 패었다 말해질 수 없는 비문으로 할머니는 그 자리를 오래,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는 했다 하느님은 묵묵히 할머니의 남은 5년을 위해 그곳에 당신의 형상을 새겼던 거다 고독의 다른 이름은 하느님이기에 고양이를 보내고 할머니는 하느님과 살았던 거다 독거, 아니었다 식탁은 제 몸에 새겨진 문신을 늘 고마워했다 식탁은 침묵의 다른 이름이었다 고양이는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먼저 죽고 할머니는 5년을 더 살았다. 고양이는 할머니를 위해 “나무식탁 다리 하나”에 “셀 수 없는 발톱자국”을 남겨 놓았다. 할머니는 그 자국을 쓰다듬으며 살았다. 할머니와 고양이 사이에 남겨진 발톱자국. 작고 사소한 흔적이라도 그렇게 남기고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흔적을 하느님의 형상으로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 몸에 새겨진 문신을 늘 고마워했던 식탁’처럼 그 흔적이 나에게 남게 된 것을 기꺼이 받아들 수 있다면
소규모 기업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경기 침체로 일감이 감소해 공장가동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최저임금이 인상돼 인건비 부담까지 안게 되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규모 기업 경영자들은 자구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푸념하면서 정부가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소규모 기업인들과 소상인, 자영업자들의 절박함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세무조사를 제외·유예하기로 했다. 세무검증에 대한 부담 없이 생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한다. 도소매업 등은 6억 원, 제조업·음식·숙박업 등은 3억 원, 서비스업 등은 1억5천 만 원 미만 등 소규모 자영업자가 대상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조금의 도움은 되겠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임시처방이다. 경기도에서도 소규모 기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소규모 기업환경 개선사업’이다. 도가 시군과 협력해 작업환경과…
설을 앞두고 도내 물가가 또 들썩인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의 오름세가 두드러져 걱정이다. (본보 1월 31일자 1면보도) 전반적인 설 제수용품의 가격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지난 연말 외식비 식료품비 연료비 등 생활 물가가 전방위에 걸쳐 치솟은 게 한 달도 안 된 일이다. 그런데도 설 대목 물가까지 오른다면 서민 살림살이에는 직격탄이다. 소비자의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고 설 대목 실종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실제로 설에 주로 사용되는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달걀·배추·무·사과·배·밤·대추 등의 생활물가지수는 지난 12월 동월 대비 사과는 9.0%가 올랐으며, 배 29.5%, 감 11.5%, 귤 6.6%, 국산·수입 소고기 3.0%이 각각 올라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이 서민들은 오를 대로 오른 물가에 지갑을 닫고 있는 상태인 반면 대대적인 할인전에 나선 유통업계는 계속되는 매출감소에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설 물가 안정 정책에도 소비자나 업계 가릴 것 없이 불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생필품과 서비스 가격은 잇달아 올랐다. 미용실 커트비는 15%, 치약은 최고 20% 상승했다. 일부 커피·피자·빵은 3
현 정부는 선거 공약에서 아동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이름만 바꾼 비슷비슷한 정책을 제시하고 일부 시행해 오고 있다. IMF 사태 이후 ‘방과후공부방’에서 출발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는 지난 2004년 법제화된 후 15년 동안 방과후 아동돌봄을 저예산의 열악한 환경을 무릅쓰고 전방위적으로 감당해왔다.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예산과 1일 한 아동당 1천원꼴의 예산을 받으면서 전국 10만여명의 맞벌이 한가정 저소득 아동을 방과후부터 학부모 귀가시간까지 돌봐왔다. 운영시설장들의 주장에 따르면 “저임금에 시설임대비, 차량운행비, 기타 시설환경충당비는 자부담으로 떠안고 15년을 버텨왔는데 현 정부의 임금정책, 노동시간정책, 아동복지정책의 변화에도 그에 걸맞는 정부 지원은 고사하고 오히려 열악한 복지사가지대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한숨을 쉬는 것을 봤다. 마침내 지난 1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전국지역아동센터 종사자 6,000여명이 모여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 날의 집회 목적은 ‘지역아동센터 정부예산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종사자 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