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은 볼가강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 긴 강이다. 길이 2천858㎞. 유역 넓이만 81만6951㎢. 독일 알프스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유고 불가리아를 적신 뒤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의 황금삼각주를 껴안으며 흑해로 흘러든다. 이름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도나우로 불리지만 나라별로 이름이 제각각이다. 체코어로 두나이, 헝가리어로 두나, 세르비아어·불가리아어로 두나브, 루마니아어로 두너레아…. 모두 라틴어 두나비우스에서 유래했다. 국제적으론 영어 이름 다뉴브로 통칭된다. 이런 다뉴브강은 오랫동안 동서 유럽을 잇는 문화의 젖줄이자 교역의 대동맥이었다. 그런가 하면 훈족과 이슬람, 몽골, 오스만 튀르크의 침략으로 ‘붉은 강’이 된 때도 있었다. 세계 1, 2차 대전의 참상과 공산화의 격랑, 발칸반도의 비극까지 지켜봤다. 하지만 이 강은 ‘왈츠의 왕’을 낳은 ‘아름답고 푸른’ 강으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나, 괴로움에 허덕이는 그대를 보았노라/ 나, 젊고도 향기로운 그대를 보았노라/ 마치 광맥에서 빛을 발하는 황금과도 같이/ 거기에 진실은 자란다. 도나우 강가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가에” 라는 시에 매료돼 요한 슈트라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막다른 길. 산을 하나 뭉갠 자리에 흙길이 두세 개 갈라져 있다. 내비게이션에게 이 사태를 추궁한다. 어쩐지 편도 1차선 도로만 고집부리더니 사람도 없고 건물도 없이 공사 터만 닦아놓은 곳이라니. 정신을 차려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간다. 기타리스트 하타 슈지의 시디를 틀어도 가라앉은 기분이 다시 올라오지 않는다. 경쾌한 음률인데 이런 곳에서 들으니 식은 커피처럼 씁쓸하다. 한적한 시골길. 낯선 곳에서 맞닥뜨리는 혼자라는 막막함이 나를 집어삼킨다. 결국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핸들에 머리를 묻는다. 내비게이션은 가끔 이렇게 뒤통수를 쳤다. 빠른 길을 알려준다면서 주행거리를 늘려놓기도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도착지도 빙빙 돌게 했다. ‘이건 아니지’하다가 ‘믿지 말아야 했는데’로 끝나곤 했다. 신뢰도 그런 식으로 깨어졌다. ‘설마’하는 사이, 가까운 관계부터 금이 갔다. 그럴 리 없다고 믿은 사람이 마음은 가장 먼 곳에 있었다.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할퀴고 간 자리는 더디게 아물고 흉도 졌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안내가 느려지거나 새로 뚫린 길…
자치(自治)는 자신이나 자신들에 관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들어 부쩍 ‘자치’에 대한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학교자치’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 전국 최초로 전북교육청은 학교자치 조례를 통과시켜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치기구를 설치했다. 민주적인 학교의 학생들이 행복하고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의 토대는 학교자치가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재도 널리 쓰이는 용어로 ‘학급자치회’, ‘학생자치회’, ‘자치공동체’ 등의 용어가 사용되며, 학생자치의 범주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학교민주주의 완성을 위해 학교자치는 어디서부터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천해야할 것인가? 바로 교육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청, 지역사회에서 생각하는 고민의 지점이 반영돼야 한다. 학생자치는 학생 스스로 자발성에 기초해 학생 자신의 삶의 문제에 적용 가능하도록 핵심역량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지금까지 학급자치회, 학생자치회 범위에서 벗…
협탁이 있는 트윈 베드룸 /남궁선 휴게소에 가면 비우는 것이 있지 널 이해하고 싶은 편견 한낮 텅 빈 여행지의 숙소를 사랑해 영문판 불경과 성경이 협탁 위에 상처받았다고 믿는 습관은 위와 폐에 나쁘고 미의식이 결여된 제복이라지 비어있는 가구와 서랍 서랍을 열어보는 사람 서랍을 열어보지 않는 사람 서랍이란 말이 쓸쓸한 사람 너와 나 사이에 협탁 이란 말 - ‘당신의 정거장은 내가 손을 흔드는 세계’ 중에서 ‘널 이해하고 싶은 편견’을 버린다는 것은 너를 이해하기 위해 편견을 가져야만 했다는 말이다. ‘나’의 견해를 버리고 편견을 가져야만 ‘너’를 이해할 수 있다니,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떠오르게 한다. 사실, 서랍을 열어보는 ‘나’와 서랍을 열어보지 않는 ‘너’처럼 사소한 행위의 근거조차 해명되지 않는 게 사람살이의 관계인데, 어찌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너와 나 사이에 놓인 협탁을 편견으로 치우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보면 어떨까. 불경도 성경도 모두 성스러운 경전으로 통(通)하고 있듯이. /김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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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 총 1270개 IT·CT기업 80.5% 차지…총 매출액 79.3조 넥슨 등 국내 게임기업의 43% 밀집 e스포츠 전용 경기장 공모사업 유치 박차 올해 연말 준공 예정인 제2판교테크노밸리 2023년 제3판교테크노밸리까지 완료되면 167만㎡ 규모 매머드 첨단산업클러스터 형성 ‘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가 달라진다 이미 입주 완료한 판교테크노밸리, 2019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제2판교테크노밸리와 함께 제3판교테크노밸리가 완료되는 2023년이면 판교는 총면적 167만㎡ 규모 부지에 2천500여 개의 첨단기업이 입주하고 13만 명이 근무하는 초대형 경제 생태계로 거듭나게 된다.이는 규모면에서 인천 송도국제도시 근로자 수(6만9천명)의 2배에 달하는 매머드 첨단산업지구로 세계적인 첨단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게 된다. 이에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를 재조명해봤다. 젊은 IT도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 판교테크노밸리는 성남시 분당구 판교지구에 들어선 66만1천㎡ 규모의 최첨단 기업단지다. 이곳은 IT(정보기술), BT(생명과학기술), CT(문화기술), NT…
유쾌한 건망증 얘기를 할때 자주 인용되는 유머가 있다. 아인슈타인이 기차 여행 중이었다. 차장이 검표하러 왔는데 표를 찾을 수 없었다. 주머니와 가방까지 다 뒤졌지만 허사였다. 차장이 “모두가 아는 분이니 안 보여줘도 된다”고 했는데도 의자 밑을 더듬으며 허둥댔다. 재차 걱정말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 표를 찾아야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거 아니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잊어버렸다. 왜 안나오느냐고 전화가 왔을 때 “아 참,맞아.미안해!”하면 건망증이다.“나 치매인가 봐” 하고 말하는 사람도 대개는 치매가 아니다. 일시적인 기억장애나 자주 사물을 깜박 잊는 건망증(amnesia)의 자조적 표현일 경우가 많다. ‘업은 아기 3년 찾는다’는 한국 속담처럼 우산이나 자동차 열쇠를 손에 든 채 찾아다니는 일시적 건망증, 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일을 까맣게 잊는 전진성 건망증, 외상이나 머리에 전기충격을 받았을 때 생기는 역행건망증, 어떤 것만 계속 잊는 부분건망증도 있다. 그 원인은 대개 정신적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에 나오는 ‘실착행위’ 중 싫은 사람이 준 만년필을 계속 잃어버리는 증상과 상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자주 잊어버리
우리는 어둠보다는 상대적으로 밝음을 좋아한다. 어둠의 느낌은 우중충하고 나쁜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밝음이 더욱 밝음의 모습을 가지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둠의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각자의 역할과 기능이 있기 때문이며 그 기능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그 의미와 모습들은 더욱 빛난다. 자연의 햇빛이 주는 밝음 속에서 활기차게 에너지를 방출하고 어둠이 주는 휴식을 통해 축적과 성장을 이룬다. 자연으로부터 부여 받은 각각의 역할에 대한 최적의 균형, 합리적인 조화가 최적·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밝음과 어둠이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융합되고 하나가 되었을 때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은 달성될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중용(中庸)의 상태라고 말하면 무리일까? 중용(中庸)을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지나치게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라고 표현하고 있다. 넘침도 부족함도 없는 균형 잡힌 융합의 의미, 편을 가르는 일도 없고 어느 쪽으로 치우침도 없으며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지 않는 조화로운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민법상 규정된 부모의 ‘체벌’ 권한 삭제를 추진한다. 부모가 훈육 목적으로도 자녀를 체벌하지 못하도록 민법 915조에 규정된 부모 등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2천105건에서 2017년 2만2천367건으로 10배 이상이나 늘었다. 더욱 놀라운 통계는 학대 장소는 가정이 전체의 80%이며 학대한 사람은 부모나 대리양육자가 거의 대부분이다. 아동학대를 막으려는 사회적 노력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에서 볼 수 있듯 이제는 국가와 공동체가 아동학대 방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다. 비록 부모라 하더라도 명백한 아동학대의 경우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 등 현행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법의 친권자 징계권 조항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무늬 /최기순 왕물결나방 칙칙한 날개에 화려한 물결무늬 누대에 걸쳐 유전된 몸의 파장 점열무늬 모든 무늬들이 기억하는 상흔 날카로운 무엇에 살을 베여 피 흘린 - 최기순 시집 ‘음표들의 집’ 나에게 새겨져 있는 무늬를 생각해본다. 왕물결나방의 날개에 있는 물결무늬처럼 나의 몸과 마음에도 무늬가 있을 것이다. 누가 내 마음에 새겨진 무늬를 본다면 그것을 화려한 물결무늬라고 부를까, 투박한 점열무늬라고 부를까, 아니면 무엇인가에 베여 피 흘린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험상궂은 상흔 자체로서의 무늬라고 부를까. 상흔과 상흔으로 이어지고 그어진 나의 무늬들이지만, 현재의 지인들과 후대의 아름다운 유전을 위하여, 잘 다독여지고 마무리되어 그저 꼴사납지는 않기를, 눈살 찌푸리게 하지는 않기를./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