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운동’은 함흥-흥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북한에서 ‘정성운동’은 1961년 흥남에서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소년을 흥남비료공장 의료진과 함흥의대 실습생들이 자신들의 피부를 이식해 살려낸 이야기를 ‘정성운동’으로 호명한 대중운동이다. 160여명의 피부를 이식해 기적적으로 살려낸 방하수 소년의 이야기는 사회주의 인간형상 창조의 원형으로 불려진다. 사회주의 인간형상이란 자신의 피와 살을 남에게 주는 헌신과 희생정신을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성운동’의 발원지인 함흥의학대학은 1990년 정성대학으로 개칭했다. 함흥-흥남은 어떻게 ‘정성운동’의 발원지가 되었을까. 당시 북한은 해방과 함께 전쟁으로 파괴되고 몹시 가난했다. 남북의 체제 대립이 심했던 냉전시기 사회주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무엇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먹고 입는 문제부터 해결해야했다. 화학공업지대로서 천혜의 자연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함흥-흥남에는 숙련된 노동력과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었다. 먹는 문제, 입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함흥의 재건은 최대의 관심사였다. 함흥과 흥남의 중간지점에 건설된 2.8비날론 공장은 전 국민의 관심과 지원으로 세워졌다. 함흥-흥남이 재건되는 과정에 생겨난
우리 주변을 조만 돌아보면 우리는 혼돈과 무질서의 어딘가에서 허우적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는 거대한 질서 속에서 웅장한 생명의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는 중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는 이전에 누구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였고, 또 앞으로도 누군가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몸을 결코 소멸하지 않고, 지구 상의 생명이 계속되는 한 끊임없이 다시 어딘가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의 분자 단위만이 아니라, 내 몸을 꾸려가는 기본 원리도 살아 있는 세상의 모든 나머지와 함께 같은 원리로 돌아가며 함께 호흡한다. 우리는 진정 우주에 속한 존재이며, 이 귀속감을 깨닫는 일은 우리 삶에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그 깊이를 더해준다. (프리초프 카프라) 예수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와 부처가 출현하신 시대, 혹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는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형식에 치우친 종교적 관행이라든가, 지식층인 성직자 계급이 일반 백성들의 종교적 욕구를 악용하고 왜곡시키는 작태는 엇비슷했지요. 부처님과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그 모든 걸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완성시키러’ 오셨고, 광명과 해방의 길이 모든 인간에게 열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를 위한 터널 공사가 완료되었다는 보도이다. 이대로라면 방류가 임박한 상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가 원전 오염수와 관련된 최종보고서에 심각한 문제 제기가 없으면 일본 정부는 방류를 시작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단식 농성을 통해 방류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고, 어민들은 어업에 미칠 영향이 심각할 것이라며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권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의견과 국민적 우려에 대해 ‘광우병 사태’에 빗대어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다. 과학은 무엇인가 많은 어린이들이 장래 희망으로 과학자를 꿈꾼다.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하는 로봇과학자, 누리호 발사 성공을 보면서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어한다. 대체로 물리학의 자연과학과 컴퓨터공학 등 응용과학 분야이다. 그런데 과학은 이러한 분야나 영역으로만 구분되지 않는다. 특정한 분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이 얼마나 과학적이냐는 것으로 과학을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 환경에 대한 탐구 학문을 자연과학, 운동과 스포
짜장면 배달비보다 500원 적은 KBS수신료가 몇달간 몰매 맞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과 보도태도가 맘에 안들어 여론을 몰아가는것으로 보인다. 지금 중요한건 수신료 징수방식이 아니라 OTT로 말미암아 빅뱅이 일어난 방송생태계 속에서 방송이 어떠한 역할을 할건지 방송산업의 균형적 발전방안을 만드는건데. 공영방송을 운영하는 나라는 예외 없이 수신료를 징수한다. 이 재원조달 방식이 정권,광고주의 압력으로부터 공정한 방송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2021년 KBS의 수신료 수입은 약 6863억원이다. 공영방송이 있는 영국은 5.9조, 독일은 10.8조, 일본은 7조의 수신료를 국민이 부담했다. 전기요금에 수신료를 합산시킨 국가도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등 많다. 징수에 따른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위해서다. 현행의 수신료 합산징수제도는 국민의힘의 전신이자 여당인 민자당 정권이 1994년 최초로 시행한거다. 과거 KBS 수신료 논쟁을 정권별로 보자. DJ정부 때 헌법재판소는 “수신료의 법적 성격은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을 위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 규정했다. 노무현 정부 때 야당인 한나라당은 과거 자신의 전신인…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는 불철주야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의 다섯 가지 감정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자연 속의 좋은 집과 좋은 부모님, 절친과 하키팀 동료들에 둘러싸여 부족한 것 없는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라일리는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도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오면서 모든 상황이 달라지며 뜻대로 안 되게 된다.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서 어느 때보다 바쁘게 감정들이 신호를 보내지만 우연한 실수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이탈하게 되고 되돌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본부로 돌아오고 라일리는 회복되는데 다섯 가지 감정들은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각자의 위치에서 라일리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라일리처럼 감정은 인생의 순간들과 함께한다. 슬픔과 절망감을 견디며 한 노력이 쌓여 기쁨과 환희의 순간으로 변한다.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의 기쁨은 시간이 지나 실망과 권태 혹은 날카로운 증오로 바뀌기도 한다. 감정은 환경에 반응하여 발생하는 느낌과 기분을 말한다. 감정을 통해서 인간은 태어난 후 외부환경에 접촉하고 교류하면서 ‘나는 어
내가 태어난 곳은 강원도 태백의 금대산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태백산맥의 작은 물줄기가 합류되면서 잔잔하게 흐르기 시작하는 충청도의 소도시이다. 남한강은 강원도의 높은 산지를 흐를때는 급류 형태로 흐르지만 충청북도 제천과 단양을 지나면서 물길의 흐름이 느려지고 경기도 여주를 지나 양평에 이르면 흐르지 않는 듯 크게 흐른다. 강원도의 남한강은 날카로우며 급하고 경기도의 남한강은 깊고 느리다. 반면에 충청도의 남한강은 적당한 깊이와 무시해도 될 만큼의 유속[流速]을 가진다. 그러다보니 지역 주민들은 물줄기의 낮은 곳에서 다슬기를 잡아 식탁에 올렸고 지금은 어엿한 향토음식이 되었다. 표준어는 다슬기라고 하지만 지역마다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경상도에서는 고디,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충청도에서는 올갱이라고 부른다. 충청도 방언인 올갱이를 어릴 적 우리들은 ‘올뱅이’라고 불렀다. 올뱅이국은 된장을 풀고 얼갈이배추나 아욱을 넣은 후 몇 가지 양념을 첨가하여 끓여 먹는 게 일반적인 요리법이다. 올뱅이는 오장육부 중에서 특히 간에 좋다고 하여 해장국으로도 인기가 많다. 이를 요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감을 해서 모래나 불순물을 제거한 후, 삶아서 하나하나 손으로 알맹이를 빼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매량이 증가한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공급자들이 매일같이 겪는 사정이다. 이 제품과 서비스에 소비자들의 98%가 만족해하면, 꽤 우수한 생산물이다. 불만을 표출하는 2%의 소비자. 2% 중 1%는 막무가내, 1%는 그래도 이유 있는 불평을 제기한다면, 공급자들은 이 2% 부족분을 채워나간다. 그럼으로써 조직은 발전해 나간다. 자본주의 이치다. 경제생활만이 아니다. 정치 분과에서도 소비자인 국민의 상당수가 통치와 행정행위에 만족해하면, 그 정권은 괜찮은 정부다. 그런데 1%나 2%가 아닌 20%, 30%, 혹은 6~70%의 국민이 정부정책에 만족해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무능한 정부, 혹은 소통이 안 되는 정부인 것이다. 그렇다면… 위험하다. 기업의 영역에선 1%, 2%의 소비자 불만족을 만족 향상으로 전환하기 위해 시스템을 점검한다. 초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이런 관점서 보면 공급자로서의 정부는 자본주의 체제에선 용납이 안 되는 조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다양한 국민 개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국가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요즘 정부의 행동을 보면, 참 불편하고 낯설다.
눈을 감습니다. 보다가 맙니다. 말았어도 본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본 것은 눈 바깥의 일이지만, 못 본 척 하는 것은 눈 안쪽의 일입니다. 눈 바깥이 세상이라면 눈 안쪽은 사람의 영역입니다. 사람의 영역에서는 생각이 으뜸입니다. 으뜸은 사람마다 서로 달라서, 보는 것에 대한 반응 또한 서로 다릅니다. 보이는 것은 하나인데, 보고 싶다거나 보기 싫다거나 못 본 척 시치미를 떼기도 합니다. 늙음 때문일까요. 아니면 낡음 때문일까요. 나는 자꾸 고개를 돌리고 맙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귀를 닫습니다. 겁먹은 하루가 안으로 돌아앉습니다. 안으로 돌아앉는다고 바깥의 일부가 아닐 순 없습니다. 시간은 안팎 어디서도 고르게 흐릅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시간 말입니다. 시간은 그 무엇보다 공평합니다. 사람이든 사람 아닌 것이든 시간 앞에 영원할 수 없습니다. 영원은, 이 세상과 이 세상 사람들이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수 없이 많은 신화(神話)가 만들어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상상으로 빚어낸 신화의 뿌리에는 사람의 욕망이 있습니다. 신화를 먹고 자라난 온갖 신(神)들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있을 수 없는 영원처럼, 신화 속의 신(神)들 역시 우리가
아이가 어릴 적에 어른이 묻는 공통의 질문이 있는데, 이런 것도 있다. 너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할래?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다. 첫째, 실제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대통령부터 과학자, 선생님, 축구선수 그리고 유튜버가 되겠다는 답변처럼 미래의 모습을 설계해 보고 함께 상상해 보자는 취지다. 첫 번째 답변은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해야 하는 불가피성에 초점을 맞춘다. 두 번째 답변은 일할 의지를 강조한다.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기 때문에 노력을 해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더 많이 공부하고 훈련하지 않으면 커서 원하는 수익을 벌 만한 직업을 못 가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게 한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렵게 되는 것은 미리 준비하지 않았거나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효과가 있다. 두 가지 답변 모두 의도가 무엇이었건 간에 일해야 먹고산다는 명제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일은 삶의 여러 활동 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바쳐야 하는 것이 일이요, 노동이다. 그런데 일에 대한,
잊지 못할 여행의 순간을 떠올려보자. 끝없이 펼쳐진 화려한 꽃밭에서 원피스를 팔랑이며 뛰어가는 모습. 감성적인 숙소 풀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장면. 시원한 폭포 앞에서 함께한 이들과 잡은 포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 장면은 1인칭일까, 3인칭일까? 이 시대의 기억은 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스마트폰에게, 사진에게, 영상에게, 그리고 sns에게. 기억은 짧지만 기록은 영원히 남고, 기억은 혼자 돌아볼 수밖에 없지만 공유한 기록은 타인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 기록이 기억의 대체를 넘어 세상을 장악하는 동안 사람들은 순식간에 시선을 잡아챌 수 있는 기록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되었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혹은 누구와 함께였는지보다 중요한 건 여행에서 남긴 한 장의, 혹은 몇 분의 기록이다. 이왕이면 눈부시고 찬란하게, 순식간에 타인의 부러움과 감탄을 끌어낼 수 있게. 그러나 일부러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가슴 깊이 남아 불쑥불쑥 떠오르는 여행의 순간은 기록과 다른 방식으로 저장된다. 그 순간은 꽃밭을 걸을 때 귀 옆을 스치던 바람 한 자락일 수도, 비를 피해 들어간 처마 밑에서 맞잡은 손의 따스함일 수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