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소방청 격상’과 올해 4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으로 소방청과 각 지역 소방기관, 그에 속한 소방공무원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곳곳에는 여전히 ‘국가기관’, ‘국가직 공무원’이라기에 미흡한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부터 본보가 수차례 보도한 내용에서도 이 같은 문제와 우려가 드러났다. 이에 본보는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이흥교 소방청 기획조정관'을 만나 소방당국의 현실적인 문제점과 해결 방안, 향후 행보 등에 대해 물어봤다. 아래는 이흥교 소방청 기획조정관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소방청 운영의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나? 2017년 7월 26일에 소방청을 개청했고, 올해 4월 1일부터는 소방공무원 신분이 국가직으로 일원화됐다. 분명 소방발전사에서 역사적인 대전환이었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중앙소방기관이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전문성과 신속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분의 일원화를 통해 소방관들의 정체성이 강화됐다. 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가 열악한 지방재정의 지원을 통해 서비스 격차를 해소함에 따라 지방과의 협력체제가 더욱 굳건해진 것은 모두가 실감하고 있는 효과다.
소방청 자체적인 근무여건이 ‘최악’ 수준으로 드러난 가운데 일선 소방관서의 근무여건도 극한에 이르고 있다. 지역별 재난 발생 추이를 고려하지 못한 채 인원·장비가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효율적인 근무여건 탓에 일선 소방공무원들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등 악재를 겪고 있다. 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9년도 기준 도내 구급 출동 건수는 총 67만 5673건이고, 구급대원 수는 1867명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연 4만 864건의 출동을 하고 있는 부천소방서의 구급대원 수는 81명에 불과하지만, 4만 1286건으로 비슷한 출동 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용인소방서 구급대원 수가 116명에 달한다. 이 밖에도 작년에 7712건의 구급 출동을 한 동두천소방서 구급대원 수가 29명인 반면, 4248건의 출동을 한 연천소방서의 구급대원 수는 37명이다. 비슷한 횟수를 출동하고 있는데도 구급대원 수에서 큰 차이가 존재하고 있거나 평균 구급 출동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에 오히려 구급대원 인원이 더 많이 배치돼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전국적 단위로 봐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작년 한 해 7만 7486건의 구급 출동 건수를 기록한 대전광역시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된 후 소방력 강화·처우 개선 등 상황이 많이 나아졌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형태만 국가직일 뿐 실상은 지방직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국가직 ‘소방공무원’, 소방사무는 ‘지방사무’? 전국의 모든 소방력이 총동원됐던 작년 4월 고성 산불과 올해 대구 코로나 대유행 등 복잡화·대형화되고 있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사무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어 소방사무는 더 이상 지방사무가 아닌 국가사무임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지방자치학회의 ‘국가·지방간 소방사무의 합리적 분담 및 재원 확보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지방사무는 28~40건에 그친 반면, 국가사무는 8건에서 최대 66건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방자치법 제9조’는 지역의 화재 예방·경계·진압·조사 및 구조·구급을 ‘지방소방에 관한 사무’로 규정하고 있어 소방사무를 지방사무로 국한시키고 있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위해 그리고 지역 간 소방서비스 편차를 줄이기 위해 소방사무는 국가사무로 다뤄야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인 것이다. ◇ 소방사무는 지방사무니까…재정권·인사권도 지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