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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할일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새해에는 제가 할일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5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2시께.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의 한 허름한 빌라 1층에 자리잡은 '한국빈곤문제연구소'를 찾았다.
15평 남짓한 사무실은 전국의 모든 불우한 이들의 상담을 책임지는 곳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2개의 조그마한 방에는 책상과 컴퓨터, 사회복지와 관련된 서적 및 제안서들로 차득차 있어 움직이기 조차 힘들었다.
이곳에서 만난 '욕쟁이 아줌마' 류미령(43) 실장은 새해 소망을 이같이 밝혔다.
류 실장은 사회복지사와 복지관련 공무원들 사이에서 '욕쟁이 아줌마'로 통한다.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서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탓에 붙여진 별명이다.
류 실장은 "나는 천사도 아니고 천사로 비춰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어려서부터 너무 가난하게 커왔기 때문에 불우한 이웃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며 "집안이 너무 어려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악착같이 돈을 모아 대학을 다녀 어려운 이들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떤 도움을 원하는 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지난 1999년 류 실장은 평소 불우한 이웃을 돕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키우느라 미뤄왔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상담관련 자원봉사를 하던 중 그는 한 여성가장과 만나면서 '여성가장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험난 하구나'라고 느낀 뒤 본격적으로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갔다.
낮에는 불우한 이들과 상담하고 저녁에는 사회복지관련 공부를 틈틈이 해 결국 마흔살 되던 2002년 사회복지사와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차례로 취득했다.
그는 "사회복지는 일회성 상담으로 끝나면 의미가 없다"며 "제대로된 상담을 위해선 그 사람의 주변여건을 살펴보고 지속적, 구체적으로 상담에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실장은 지난해 9월에 받은 한 통의 전화내용을 소개했다.
부모가 빚때문에 이혼한 뒤 어린 동생을 돌보며 실질적으로 소년가장역할을 하던 고3학생이었다.
류 실장은 "그 아이들이 살던 집은 부모와 함께 살았던 집인데 빚으로 경매에 넘어가 새주인이 아이들에게 '이제 나가라'고 하니 아이가 막막해하며 '혹시 방법이 없겠냐'고 울면서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엄마가 살아있어 기초생활수급자도 안돼 고통을 겪고 있었다"며 "결국 아이 아빠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을 근거로 '교통사고 유자녀' 대출 자금을 주택공사로부터 받아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초 빈곤문제연구소에 합류한 류 실장은 이렇다할 사회복지 관련 안내서가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 끝에 우리나라 최초로 '사회복지메뉴얼'을 만들었다.
그는 또 전국의 사회복지사와 복지관련 공무원을 상대로 전국적으로 사회복지교육에 나서 지난 한 해에만 총 34회에 걸쳐 2천여명을 교육했다.
또 그동안 2천여건의 상담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한 의료비, 교육비 등 총 8억여원에 이르는 금액을 정부와 해당 지자체들로부터 받아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빈곤문제연구소는 지난해 12월10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소수자 인권보호단체'로 선정돼 표창을 받았다.
류 실장은 "사회복지 관련 담당자들이 복지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지 못해 너무 답답하다"며 "실질적으로 돈을 내주는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들도 자기 돈을 내주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 말고 어려운 내 형제,내 부모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일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가 해야할 일을 순수민간단체인 빈곤문제연구소가 하고 있어 재원 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조그마한 정성도 어려운 이들에겐 커다란 희망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후원에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사회복지에 관련해 어려움이 있거나 상담이 필요한 이들은 전국 어디서나 국번없이 ☎ 1588-9412로 연락하면 친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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