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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순리대로 끌어 안고 싶어요"

 

"겁도 없이 두 권을 묶어 세상에 선보이고 나니 부끄럽고 허전하네요. 앞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빚이 되지 않도록 정진하겠습니다"
허말임(49·사진) 작가는 지난달 내놓은 시집 '따라오는 먼 그림자'와 에세이집 '달팽이집 같은 業을 지고'의 출간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자신보다 먼저 문학을 했고 또 빨리 세상을 등진 오빠의 영향을 받아 펜을 든 그는 이제 '허말임'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는 소망을 이루게 됐다고 아이처럼 기뻐한다.
그의 글은 불교 색채가 짙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원히 머물 수 없는 삶을 순리대로 좀 더 편하게 끌어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것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어려운 이들을 사랑과 자비로 바라보는 것.
부처의 자비가 그의 가치관이자 글의 중심인 셈이다.
그러나 두 권의 책이 모두 같은 빛깔은 아니다.
에세이집의 경우 이러한 종교적 색채가 진하지만, 시집에선 조금 옅다.
에세이집에선 기차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얻은 '느림의 미학'이 담겨있고, 스님과의 문답에서 깨달은 삶의 진리를 녹여냈다.
특히 편안하고 쉽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저자의 자상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그의 시집은 짧은 단어속에 의미를 담는 시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소재를 절제된 시어로 그려내고 있다.
수원 화성, 평촌의 한 백화점, 대포항 등 그가 살고 있는 안양 지역의 작은 건물부터 인근의 모든 사물과 사람이 그의 시속에서 살아 숨쉰다.
장터에서 나물을 내어놓고 파는 할머니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만나 이제는 많이 늙은 옛 친구들까지 모두 그의 시 속에서 생생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안양여성 문학회원으로 활동해 오다 두 권의 책을 통해 그의 삶이 송두리째 내보여진 것이다.
두 권의 책은 그의 열정과 순수함으로 빛이 난다.
그러나 종교적 색채를 좀 더 자연스럽게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에대해 그는 "불교적인 글들로만 한 권의 시집을 내고 한 단계 높은 색다른 시집을 내는 것이 계획이자 목표예요"라고 말한다.
허말임 시인이 삶의 매 단계를 글 속에 녹여내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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