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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각층의 인권감수성 키워낼 것”

국가인권위 김칠준 사무총장

‘인권’. 보편적이지만 생경하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지만 실상은 이랬다. 그러나 점차 ‘인권’ 의식이 바뀌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나타나는 변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심축에 있다. 인권위는 이미 공무원 응시원서에 학교명을 없애거나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를 법률로 명시하라고 권고하는 등 상당한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경기신문은 지난 1월부터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칠준 사무총장을 23일 집무실에서 만나 국가인권위의 앞으로의 계획과 고충 등을 들었다.

‘선생’으로 호칭통일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 만들어
집행력 갖추면 스스로 위축 국민적 압력 끌어내야
실제 조사인력 10명 불과… 인력난에 야근 밥먹듯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지 2달이 됐다. 처음 사무총장으로 임명됐을 당시의 소감과 현재의 마음가짐은.

▲처음 사무총장으로 임명됐을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은 매우 다르다. 처음에는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일이 매우 중요한데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국가인권위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사명감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도 국가인권위가 항상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주시와 견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국가인권위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었다.

 

 그러나 정작 2달 가까이 일을 해 오면서 이런 불안감이 사라지고 일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다. 우선 국가인권위가 그 어떤 정치적인 배경과도 상관없이 인권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작은 생활문제에서부터 국가적인 이슈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결정을 해나가는 모습과 국가인권위의 권고가 대부분 반영되고 있는 과정에서 오는 자신감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한다면 어떤 정치적 변화에도 상관없이 국민들 속에 굳건하게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사무총장의 임기는 어떻게 되나.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은 별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임기가 따로 없다. 스스로 사임하기 전까지 계속 사무총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단지 위원장이 바뀌면 새 위원장이 편하게 조직을 이끌 수 있도록 사임할 수 있다. 위원장의 임기가 3년이기 때문에 일단 3년은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국가인권위의 활동계획과 목표는.

▲사무총장의 영역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국가기구로서의 조직관리, 둘째 각종 인권현안에 대한 관리, 셋째 국가인권위의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을 세우는 것 등 3가지이다.

우선 조직관리는 모든 직원의 직책, 직급과 상관없이 민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국가인권위 내에서 사무관 이상은 직급이 있지만 주사 등 사무관 이하는 모두 선생으로 호칭을 통일했다. 이는 서로를 존중하고 토론하며 소통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함이다. 국가인권위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조직 내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조직관리를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국가인권위에는 201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부산과 광주에 각각 지역사무소가 있다. 올 7월에는 대구에도 지역사무소가 생길 계획이다.

인권현안에 대한 관리는 현재 국가인권위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인권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행동계획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행동계획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실천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인권의 파수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권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여수화재참사사건 때 직원을 바로 파견해 기초조사를 벌이고, 이를 토대로 직권조사를 하고 있다. 화재 발생과 경과,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근원적으로 보호시설의 구금행태 등 전반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각종 집회시 인권지킴이단을 구성해 집회 전체를 감독하는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 이처럼 인권침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인권의 파수꾼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국가인권위의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인권위의 다양한 활동을 대외적으로 크게 알려 국내 인권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또 국민들의 인권침해, 침해구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과제들을 생산해 내고 학생, 공무원, 각종 기업 등 국민 각 계 각층의 인권감수성을 키워내는 인권교육의 중추적 기구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20년 가까이 인권변호사로 활약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고시공부를 할 때 목표가 가난한 변호사였다. 돈을 목표로 삼지않는 변호사가 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1990년 수원으로 바로 내려온 이유는 경기남부지역에 노동인권을 다루는 변호사가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개업 초기에는 80%가 노동사건이었지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여성인권, 환경, 소비자, 농민 등 관심의 영역이 다양해졌고 인권에 관련된 경기지역의 거의 모든 민원을 처리했다. 처음에는 혼자 일을 시작했지만 뜻을 함께한 변호사들이 모여 다산합동법률사무소를 차리고 법무법인 다산을 설립하게 됐다.

 

인권현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직체로서 법무법인 다산 내에 다산인권센터를 만들었고, 변호사 사무실 내에 있는게 조직성격상 맞지 않아 따로 독립해서 운영하게 됐다. 경기복지시민연대를 만든 것도 이때 쯤이다. 18년간의 인권변호사 시절동안 정말 무수히 많은 인권관련 사건들을 다뤘다. 여수화재사건과 비슷한 경기도여자기술학원 방화사건, 오산 수청동 철거민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 등을 맡았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 SDI 핸드폰 불법 복제를 통한 근로자 위치추적으로 노동인권과 정보인권이 침해한 사건을 맡았었다.

-국가인권위의 결정이 권고에 그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돼고 있는데.

▲권고결정의 실효성을 어떻게 높이느냐는 국가인권위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그런데 국가인권위가 왜 집행력 있는 시정명령이 아닌 권고결정을 하는 기관으로 설계했느냐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가 필요하다. 권고결정을 하게 될 경우 우리가 가진 다양한 지향성, 즉 우리 사회가 인권세상을 향해 나아갈 다양한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권고할 수 있다. 법적구속력을 갖게 되면 여러가지 면에서 스스로 위축된다. 스스로 자기검열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현행법 체제를 존중하지만 국가인권위는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권고들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집행력을 갖제 되면 현행법 체제 내에서 결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는 자유로운 결정을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권고는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에 대한 인권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컨설팅이 되야하고, 그 힘은 법적 구속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갖고 있는 논리적 타당성, 국민적인 신뢰, 그 속에 내재된 인권에 대한 정당성 등에서 나오는 것이 되야 할 것이다.

현재 많은 권고결정 가운데 80% 정도가 수용되고 있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거부, 사형제와 같은 것들은 국가인권위의 권고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 사회생활에 일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안들은 많이 수용되고 있고, 그 힘은 권고결정의 정당성과 국민들의 신뢰에 의해 나오는 것이다.

 

수용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권고결정했는데도 수용하지 않았을 때에는 해당기관으로부터 수용거부 이유서를 받고, 이에대한 토론을 거쳐 국민적인 압력으로 권고결정이 수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북한인권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인권에 소극적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정치적 성향 때문에 북한인권에 대해 일부러 외면하느냐는 오해도 받고 있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 올해 중점과제중 하나도 북한인권이다. 지난 연말에도 북한인권에 관한 의결을 한 번 한 적 있다. 현행 법체계 해석상 북한주민에 대해서 국가인권위가 다룰 법적 근거가 없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새터민과 같은 탈북주민들의 인권문제, 제3국을 떠돌고 있는 탈북난민들의 인권문제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국가인권위의 의견을 피력할 계획이다. 북한당국에 의해서 북한주민들이 피해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 권고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국제사회의 인권기구나 인권단체들과 연계해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모니터링과 같은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의 활동은.

▲국가인권위의 판단을 요청하는 민원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들어온다.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2만9천981건에 이르며 접수건수는 2만2천580건에 이른다. 2001년 당시에는 접수건수가 803건에 불과했지만, 2002년 2천790건, 2003년 3천815건, 2004년 5천368건, 2005년 5천617건, 2006년 4천187건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상당수 사건이 각하되거나 기각돼 실제 인용건수는 많지 않지만 국민 누구라도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국가인권위 침해구제 1팀이 전국의 경찰, 검찰관련 민원을 다 담당하지만 실제 조사인력은 10명도 되지 않는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경찰옴부즈맨과 비교해서도 훨씬 적은 수다. 당초 국가인권위가 만들어질 당시 근무인원이 400명으로 예상됐었지만 대폭 줄어 실제 근무인원은 200명뿐이다. 인원증원요청을 하겠지만 현재는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의 많은 사람들이 늦게까지 야근을 한다. 나같은 경우도 사무총장 사무실에 침대를 갖다놓고 늦게까지 야근을 하면 사무실에서 잠을 청한다. 처음 사무총장이 된다고 했을때 공무원되니깐 변호사 때보다 책도 보고, 가족과 시간도 함께 보내는 등 훨씬 여유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변호사 때보다 더 바빠졌다. 큰 애가 고3인데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인권을 향상시킨다는 자부심과 열정으로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김칠준 사무총장은?
국가인권위원회 제3대 사무총장으로 지난 1월 임명된 김칠준(47) 변호사는 경기지역에서 20년 가까이 인권향상을 위해 일해 온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다.
김 사무총장은 1981년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31회 행정고시와 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0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법무법인 다산 대표변호사,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장, 경기복지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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