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7.3℃
  • 구름조금강릉 31.5℃
  • 흐림서울 28.2℃
  • 구름조금대전 27.4℃
  • 구름조금대구 27.9℃
  • 맑음울산 26.9℃
  • 맑음광주 27.2℃
  • 맑음부산 27.5℃
  • 맑음고창 27.1℃
  • 구름많음제주 28.0℃
  • 구름많음강화 26.9℃
  • 맑음보은 25.9℃
  • 맑음금산 26.0℃
  • 구름조금강진군 26.2℃
  • 맑음경주시 26.1℃
  • 구름조금거제 27.4℃
기상청 제공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26>-열반의 길

‘스승에게 팔을 잘라 바친’ 혜가-소설가 이재운

혜가의 오도 장면은 달마 편에서 이미 나왔다.

혜가가 달마를 친견하기 전, 즉 향산사에 있을 때에 유불선등의 경전을 공부하고 8년 동안 좌선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다음에도 유불선이란 말이 자주 나오게 되는데 유교의 주역과 도가의 도덕경을 통달하지 않고는 감히 이 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 반면에 불교는 교종의 경전만을 탐독한 정도이면 이 말 속에 끼게 된다. 즉 불교의 경우 유불선이란 말에는 선종이란 의미는 전혀 없는데 이것은 유교와 도가에 대한 불교의 우월성을 나타낸 단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유불선을 두루 공부한 스님이란 문장이 나올 경우 선에는 아직 초심자인 스님으로 이해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혹 유교와 도가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이런 문장에 꽤 기분이 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용어 자체에 유교의 심오한 이치인 태극이나 무극의 이치, 그리고 도가의 유위와 무위의 법칙이 포함된 것은 아니므로 다만 문자에 얽매인 학자라는 뜻으로 앞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또한 혜가가 달마를 만나기 전에 좌선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때의 좌선은 단지 조용한 데 앉아서 생각하는 정도였을 것이며 더 구체적인 선은 달마 이후에 나타난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성급한 결론일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게 좋을 것 같다.

한편 혜가가 달마의 인가를 받은 사실을 두고 전하는 말들이 있어 적어본다. 주굉(株宏)은 혜가가 달마의 제자가 되기 위해 팔을 잘라바친 사실을 두고 이렇게 경계했다.

“인연이 익어 이루어졌을 뿐 팔을 잘라바쳤다고 제자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부풀어진 풍선에 바늘끝을 갖다댄 것일 뿐이니 뒷날에 어리석은 사람들이 몸을 태우고 손가락을 끊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선가에서는 손가락을 태우거나 끊어대는 소신 공양을 그리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는다. 어떤 스님이 성욕을 없앤다고 성기를 잘랐다가 공부는 전혀 못하고 평생 변소만 왔다갔다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