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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득솔 소리꾼’ 의 흥에 겨운 희망가

파주 ‘작은 거인’ 박공숙 씨 - 경기민요 전수·한지공예 봉사

 

“초가를 얻어 일을 마치고 돌아온 농부들에게 장구를 치며 민요를 가르치는 게 꿈이었어요”

이 사람, 꿈은 참 소박했다. 그는 6살 때 미끄럼틀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척추를 다쳐 상반신이 자라지 않는 장애를 얻었다.

이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가져온 화를 다스리기 위해 한지 공예를 배웠고 틈틈이 어머니에게 부탁해 구한 민요 레코드를 들으며 자란 박씨는 자연스럽게 우리 소리의 멋에 빠져들었다.

소박한 꿈의 주인공은 바로 박공숙(59·사진·여·지체장애5급)씨다.

그는 파주시에서 10여년간 경기 민요 전수와 한지 공예 교습 등의 봉사활동을 펼쳐 ‘작은 거인’으로 불리고 있다.

한복을 태깔 곱게 차려입고 중요무형문화재 57호인 이은주 명창에게서 사사한 태평가를 부를 때 날개를 활짝 펴는 느낌을 받는다는 박씨.

그가 민요에 눈 뜨게 된 것은 장애로 인해 집안에만 있게 되면서 소박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시골에 초가를 얻어 일을 마치고 돌아온 농부들에게 장구를 치며 민요를 가르치는 게 꿈이었지요”라고 그 때를 회상했다.

부모님과 함께 부산에서 살던 박씨는 수차례에 걸친 자신의 장애 재활수술로 가계가 기울자 28살 때 서울 종로에 거주하는 두 남동생의 뒷바라지를 자청하면서 독립하게 된다.

종로에서 경기민요 소리학원을 같이 다녔던 선배의 소개로 이은주 명창을 만나면서 레코드에서만 듣던 우리 가락을 배웠지만 배우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떤 이는 민요를 부르려면 한복을 입어야 하는 데 저는 키가 작아서 안된다고도 그랬지요. 소리를 배우면서 한복을 처음 입었는데 자주 입다 보니 한복도 태깔이 나고 더불어 소리에도 자신감이 붙었어요”키가 작아 소리꾼들 사이에서 ‘보득솔(키가 작고 가지가 많은 어린 소나무)’이란 별명을 얻은 그는 결혼하면서 파주에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경기민요 동아리를 꾸렸다.

생업을 위해 한지공예방도 같이 차린 박씨는 이 때부터 매월 1-2차례씩 요양원과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우리 가락과 한지공예 교습으로 어르신과 소외된 장애우 등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박씨는 우리 소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2004년에는 세종대 국악지도자과정을 수료하고 2005년에는 경기소리보존회 파주지회를 창립, 주부 대상으로 민요 교습소도 운영하고 있다.

한지공예로도 수차례 공예 전시회에서 상을 받은 박씨는 1996년 장애인의 날 때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또 보건복지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람들이 ‘작은 거인’이라고 하니까 내 키가 작은가보다 하지, 키와 나이는 잊은 지 오랩니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니까 다 되더라고요“면서 박씨는 다른 장애인들에게 장애를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이 잘 사는 법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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