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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 천상병은 어땠을까?

고영직씨 ‘천상병 문학제’ 심포지엄 내용 단행본 발간

“마음의 살이 아픈 자는 시를 쓰고, 마음의 뼈가 아픈 자는 산문을 쓴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러나 산다는 일은 마음의 뼈와 살 모두가 아프고 쓰라린 것이리라.”

-윤대녕, 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中

소설가 윤대녕은 소설을 통해 사는 일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산다는 일은 윤씨가 쓴 소설처럼 매혹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생(生)이 수월하지 않다는 것은 그도 동감하지 않았던가.

윤씨의 말처럼 생을 어렵게 살았던 사람이 있다.

이는 고인이 된 시인 천상병이다. 천상병은 우리에게 ‘귀천’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라는 한 구절. 보통 ‘귀천’을 이야기할 때면 이 구절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이같은 대중적인 사랑에도 불구하고 문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천상병에 대한 논의가 원할하지 못했던 것은 왜 일까?

천상병은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연루되어 고초를 치른 후, 이후 행적은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가슴 아프게 남아있다.

이처럼 그의 생은 수월하지 않았기에 오래오래 아쉬움이 남을 듯하다.

이같은 아쉬움을 대신해 지난해 4월에 경기문화재단 주최로 진행됐던 ‘천상병 문학제 심포지엄 자료가 최근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천상병 평론(고영직 엮음·답게 간)’.

특히 이 책에는 새롭게 발굴된 ‘별’, ‘미광(미광)’, ‘바다로 가는 길’, ‘불’ 등 네 편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과연 천상병이 이즈음의 시기에 호명되는 이유는 뭘까.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비평가로서의 천상병이다.

이 책은 지난해 4월 문학평론가 고영직씨가 지난해 4월 경기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천상병 문학제’의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등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천상병 문학제 심포지엄에서 평론가들이 논의한 ‘젊은 평론가, 천상병을 말하다’를 비롯해 천상병이 쓴 주요 평론 16편, 최근 새롭게 발굴된 천상병의 시 4편과 평론 1편, 편지글 등을 실었다.

특히 이 책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평론가 천상병이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씨와 이경수씨는 천상병의 시 세계를 새롭게 논의하고 있으며, 홍기돈씨는 천상병의 평론과 산문을 중심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평론세계를 살펴보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은 문학평론가 홍기돈씨가 발제한 ‘날개 꺾인 세대의식과 배반당한 혁명’이다. 홍씨는 1953년 ‘문예’ 신춘호를 통해 평론가로 나선 천상병의 평론세계를 논의하고 있다.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천상병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4.19혁명이 가져온 자유였고, 자유의 옹호를 통해 스스로 젊은 세대로서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천상병은 강렬한 사회의식에도 불구하고 4·19혁명 이후 뚜렷하게 변화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

1961년 10월 “자유문학”에 발표한 시 ‘장마’에서 ‘비여/나를 용서해다오’라든가, 1965년 ‘문학’ 7월호에 실은 시 ‘새’의 ‘죄 없는 자의 피는 씻을 수 없다’ 등의 말로 당대의 반성이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점에서 역사의 현장의 달려간 김수영과 다른 부분을 보이고 있다. 천상병은 김수영처럼 밖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시대의 상처를 안으로 끌어안고 고민하려 했다.

하지만 천상병은 4·19혁명 이후 1965년 ‘여상(女償)’ 3월호에 ‘새’를 발표하기까지 ‘자유문학’ 1961년 10월호에 ‘장마’ 단 한편 밖에 선보이지 못한 점을 보면 현실에 대한 시인의 입장 표명이 시의 성취로까지 이어진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김수영이 4·19를 계기로 많은 시를 쏟아낸 반면 천상병은 어려운 점을 산문으로 풀어내는 등의 노력을 보인 점은 높이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평론가 이명원씨는 천상병의 세대의식을 더욱 정밀하게 논의하기 위해선 이른바 ‘전후세대’로 명명되는 천상병이 속한 세대의 집단적 의식/무의식을 검토하는 일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천상병의 시는 ‘가난’이란 주제에서 눈길을 끌지도 모른다.

빈곤이 아닌 청빈의 삶. 비록 생을 어렵게 살다 갔지만 ‘서울과 의정부 시가 맞붙은 곳에/자리잡은 이 집은 가난한 집이다/그래도 뜰은 볼만하다’는 그의 넉넉한 시선은 여러번 그의 작품에 등장한다 .

그의 시와 생을 통틀어 볼때 그를 ‘자발적 가난을 택했던 시인’이라 불러도 될듯하다..

고영직(경기문화재단 예술지원팀 전문위원·문학평론가)씨는 “경기문화재단은 천상병의 문학이 본질은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는 점 등을 아쉽게 여겨, 문화인물 브랜드화 사업의 일환으로 책자발간을 하게 됐다”며 “특히 이 시대에 천상병을 논의할 수 있는 점은 90년대부터 시작된 욕망 담론과 관련, 작가의 청빈한 삶에 주안점을 두는 한편 작가 스스로의 욕망 제어 및 공생의 가치의 재발견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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