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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있는글 싫다 있는 그대로가 좋다

낙서문학 창시자 김종광 작가

‘제2의 이문구’ 불리며 현실 풍자로 독자 유혹
2천년대 탈국경소재 답습 또다른 문학의 위기
소설은 많은 시간이 투자 될수록 좋은 작품


 

“본격낙서계는 문학상 많이 타고 평론가들이 가장 추켜 세우고 하는 낙서인 순위였습지. 그런데 문제는 본격낙서계의 낙서들은 상을 많이 타든 두어 개 타든 하나도 못 타든 수상 후보에도 못 들든, 하나같이 대중들에게 안 읽혔다는 것입지.”(김종광 소설,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율려, 낙서공화국1’)

이는 소설가 김종광(36)씨가 최근 문예지 ‘문학과 사회’ 여름호를 통해 발표한 작품의 일부분이다. 김씨는 ‘경찰서여, 안녕’을 비롯해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화사’ 등 강력한 서사구성과 해학, 풍자의 능란한 변주로 주목받아 온 작가다. 그는 현실에 대한 문제들을 해학과 풍자를 통해 줄기차게 풀어낸다.

김씨는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 독자들이 문학을 외면하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며 낙서문학의 창시자로 나서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첫 창작집 ‘경찰서여, 안녕’을 출간하면서 제2의 이문구라고 불려왔다. 굳이 따지자면, 그의 소설은 김유정과 채만식에서 이문구와 성석제로 이어지는 ‘이야기 소설’의 계보로 볼 수 있다. “첫 책을 낸 후에 언론에서 ‘제2의 이문구’라고 부르는 걸 듣고, 외국시인 바이런처럼 자고 나니 유명해진 것이 놀라웠다. 이문구 선생과 동네가 같다보니 소설에서 닮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김씨는 소설가 고 이문구 선생과 동향인 충남 보령 출신이다. 의뭉스런 그의 소설은 아무래도 충청도 말씨 특유의 느낌을 담은 이문구의 소설과 닮아 있다.

“학창시절에 이문구 소설을 거의 다 읽었다. 특히 영향을 받은 것은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이문구와 김유정의 작품이다. 나중에 이문구 선생처럼 충남 보령을 배경으로, 농촌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

그는 작품집 ‘경찰서여, 안녕’과 ‘모내기 블루스’ 등에서 농촌에 대한 풍자 소설을 써왔다. 그런데 지난해 발간한 ‘낙서문학사’를 보면, 농촌과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안 쓰는 것은 아니다. 4가지 주제를 가지고 쓰는데, 그 중에 하나가 농촌이다. 첫 번째는 농촌에 대한 문제를 성찰하는 소설이고, 두 번째는 문학제도, 세 번째는 소설가로 살아가는 나의 ‘사소설(私小說)’이다. 덧붙여 심각한 현대를 바탕으로 역사 소설로 쓰고 싶기도 하다. 90년대 초반학번, 그들의 역사 말이다.”

김씨는 여러가지 주제를 통해 테마별로 소설집을 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낙서에 대한 장편도 준비중이다.

그가 최근 쓴 소설에 따르자면 낙서문학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227년 전에, 조선 선비 허생이 천민들을 데리고 동중국해로 나아가 세운 섬나라 율려국의 낙서는 ‘즐길 락’ ‘노래 악’ ‘좋아할 요’ 등으로 두루 쓰이는 ‘樂’을 쓰며, 문학의 한 장르를 가리킨다. 아니, 낙서가 유일무이한 문학 장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하겠다.”(소설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율려, 낙서공화국1’ 중)

김씨의 글쓰기는 90년대 초반학번의 동년배 작가들과 다른 글쓰기를 지향하고 있다.

“나는 감수성 있는 글을 싫어한다. 감성이 풍부한 글이 현실을 오도(誤導)하는 경우가 있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의 소설은 비슷한 연배인 김연수를 비롯해 김경욱, 이응준과 다른 길을 찾아가고 있다.

“80년대 문학에서 획일적이고 개성이 없는 작품이 주류였다면, 70년대엔 정형화된 작품들이 많았다. 90년대에는 80년대에 못했던 가능한 모든 것들을 작가들이 실험했던 시기라고 본다. 이는 여성, 개인, 신세대 문학 등을 말한다.”

김씨는 90년대와 2천년대 문학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 한다. 2천년대에 들어서는 탈국경이 작가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2천년대의 탈국경은 새로운 소재이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국내 현실에 대한 대응 회피로 볼 수 있다. 나약한 태도이지만 새로운 것들을 찾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이는 90년대에 해외여행이 쉽지 않아 자주 나가지 못했던 점과 비교해 본다면, 2천년대에는 해외여행이 이전보다 수월해진 점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탈국경 소재와 관련해 문제점을 짚어본다면, 기존 문단의 시각에 맹점이 있다. 평론가들이 이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들과 상관없이 작가들은 기존의 경향을 수렴하는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향을 모색해야 한다.

 

80년대에 대한 반성으로 90년대 문학에서는 개인이라는 존재를 해방시켰다면, 2천년대에는 이것이 오히려 역으로 획일화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흐름이 큰 틀에서 봤을 때 문학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일관성 있는 글쓰기를 지향하고 있다. ‘낙서문학사’를 보면 연작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다. 70년대에는 지면이 나지 않거나, 문학에 대한 억압을 풀어나가기 위해 연작소설의 형태가 진행된 바 있다.

“보편적으로 작품집을 출간할 때, 주제의 통일성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 단편집을 출간하면 그중 한 두 작품 정도만이 독자들에게 관심을 얻을 뿐이다. 작품집에 실린 모든 작품들이 총체적으로 의미를 획득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나에게 연작소설은 이런 의미를 가진다.”

김씨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강의와 병행해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수원시 율전동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학교가 있는 안성과 수원을 오가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소설은 시간과 비례하다고 본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좋은 소설이 나온다고 본다. 밤이나 새벽시간에 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올해엔 장편소설을 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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