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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소녀의 세상 엿보기

열세살, 수아

‘공감(共感)’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타인의 사고(思考)나 감정을 자기의 내부로 옮겨, 타인의 체험과 동질(同質)의 심리적 과정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영화 ‘열세살, 수아(감독 김희정 · 제작 수필름)’는 ‘공감’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열세살. 많은 사람들에게 열세살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모든 것들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하는 나이일 것이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열세살 소녀 ‘수아’의 성장통을 다루고 있다.

 

사춘기 혼란스런 정체성 다뤄 관객 공감대 형성
서정성·내면묘사 등 자전적인 스토리 14일 개봉


 

아버지를 일찍 여읜 수아는 초등학교 졸업과 중학교 입학을 앞에 두고 있다. 이 무렵에 그녀는 부쩍 말수가 줄어든다. 그건 수아가 그 나이에 혼자 감당하기 힘든 커다란 비밀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수아의 진짜 엄마가 TV에 나오는 유명한 가수 윤설영이라는 것.

수아의 비밀은 사춘기 소녀가 한번쯤 해봤을 공상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막연한 공상이 사실이기에 그녀에게는 고민이 된다.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소녀가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서울행 기차에 오르는 일. 아주 오래 전에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만화영화 ‘엄마 찾아 삼만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같은 내용의 이야기는 멀고 먼, 프랑스 파리의 어느 아파트에서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더욱 관심을 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수아 역’을 맡은 주인공 이세영이 살아있는 연기를 해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억척스런 엄마역을 맡은 추상미의 힘이 가세했다. 장사를 하며 혼자 살림을 꾸려 나가느라 딸의 졸업식조차 가지 못하는 엄마. 하지만 딸에 대한 사랑은 누구보다도 애틋하다.

추상미는 시나리오에서 ‘수아’의 이미지에 끌려 이 영화에 출연했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는 아이지만 그녀는 여러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수아는 내 자궁의 일부’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추씨가 아버지를 일찍 여의는 등 수아와 경험이 흡사해 영화를 찍는 동안 그녀의 안에 있는 ‘열세 살 수아’를 봤다고 전한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영화 ‘그때 그사람들’을 통해 영화배우로 나섰던 록밴드 ‘자우림’의 김윤아가 인기가수이자 수아의 친엄마인 ‘설윤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전의 한국영화에서는 어린 소녀의 혼란스런 정체성을 다룬 작품이 없었다. 대신에 스무살 즈음의 청춘에 관한 영화는 많았다. 방황하는 나이. 모든 것들이 낯설어 어디론가 자꾸 떠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그랬다.

하지만 ‘열세살, 수아’도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춘기 소녀의 가출 이야기다.

기존의 청춘영화들과 같은 점은 여러 사람들이 공감하는 점이 많은 것. ‘아무도 나를 몰라준다.’ 수아는 그런 것들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녀는 어디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아이다. 그렇지만 수아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아마도 작가의 경험을 드러낸 자전적인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03년 봄, 김희정 감독은 아버지의 죽음을 맞게 되면서 이 영화에 대한 모티브를 얻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의 이런 생각은 아버지를 잃은 열세살 소녀를 탄생시키게 됐다.

‘열세살, 수아’는 칸에서 신예감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혜택으로 파리 몽마르트에서 세계 각국의 감독 지망생들과 반년 가까이 지내고 돌아온 김희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70년 서울 태생인 김 감독은 지난 93년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96년 폴란드 우츠 국립영화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그는 ‘아버지의 초상’, ‘만남’ 등 단편작품들로 시카고영화제를 비롯해 뮌헨영화제 등에서 수상하고, 지난 2001년 ‘언젠가’로 부산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분’을 수상하는 등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김 감독은 폴란드 우츠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한 후에 칸 영화제 신인감독 육성프로그램인 ‘레지당스 인 파리’에 선발되어 ‘열세살, 수아’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이 작품은 감각적인 서정성, 섬세한 내면묘사가 드러났던 본인의 단편들처럼 자전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수아’의 이야기를 통해 소소하지만 따스한 감정들이 살아있는 면을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영화 초반부에서는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조금 덜 친절하고 이상한 이야기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장치다. 감독은 사건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게 아니라 수아에게만 보이는 환상 등을 밑바탕에 깔고 간다.

이같은 장치는 이사간 날 밤에 진짜 엄마인 윤설영이 수아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장면이라든가, 경찰서에서 수아가 조사를 받으며 우울해 할 때 윤설영이 나타나 화려한 쇼로 위로해주는 장면 등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관객들은 열세살 소녀의 눈에 비친 세상을 엿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프리머스시네마의 전국 대부분 극장과 서울 종로 스폰지하우스에서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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