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1 (목)

  • 맑음동두천 26.6℃
  • 맑음강릉 31.2℃
  • 맑음서울 28.3℃
  • 맑음대전 28.4℃
  • 맑음대구 29.7℃
  • 맑음울산 28.5℃
  • 맑음광주 27.7℃
  • 맑음부산 28.3℃
  • 맑음고창 26.9℃
  • 맑음제주 29.3℃
  • 맑음강화 26.6℃
  • 맑음보은 26.5℃
  • 맑음금산 27.2℃
  • 맑음강진군 26.5℃
  • 맑음경주시 28.0℃
  • 맑음거제 27.1℃
기상청 제공

에이즈, 죽음보다 무서운 ‘편견’…가슴으로 품어야

감염인 자살 일반인의 10배 잘못된 선입견 피해 부추겨
당뇨같은 만성질환에 불과 교육·홍보통해 인식 바꿔야

최근 지상파에서 방영한 ‘고맙습니다’란 드라마는 에이즈의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데 적잖은 공헌을 했다. 드라마는 수혈로 에이즈에 걸린 ‘봄이’란 아이와 그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 수혈을 했던 의사와 그 연인이 등장해 잘못된 에이즈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데 일조하면서 국민적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 드라마 메시지는 바로 HIV감염인/AIDS환자에 대한 편견이 총보다 칼보다 더 무서운 폭력이라는 것이었다. 감염인을 죽이는 것은 질병이 아니라 그 주위 사람들의 편견으로 감염인들은 ‘외로워’ 죽어간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한국에서 에이즈를 유난히 두려워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의 고착 때문이다. 에이즈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이 유지 가능한 만성질환에 불과한 것이다.


- 국내 HIV감염인 수 4천755명

2007년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약 4천만 정도가 HIV에 감염된 것으로 UN은 보고 있다.

한국 역시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올 1/4분기 동안 175명의 신규 HIV감염인이 발견돼 총 누적 HIV감염인 수는 4천755명으로 집계됐다.

864명은 이미 사망해 현재 3천891명의 HIV감염인이 생존해 있다고 질병관리본부측은 밝혔다. (이중 도내 HIV감염인은 780여명으로 전체 16.4%를 차지하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이 4천323명(90.9%), 여성이 432명(9.1%)으로 성비는 10:1이다.

감염 경로가 밝혀진 4천18명 중 성접촉에 의한 HIV감염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98.7% 3천964명이다.

그러나 감염 사실을 모르는 사람까지 추산할 땐 이보다 3~10배 정도 많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에이즈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 에이즈에 대한 인식은 20년전 그대로

국내에 에이즈가 알려진 것은 지난 1985년, 올해로써 21년 째 이다. 그간 HIV감염인/AIDS환자는 급증했다.

이와 비례해 에이즈와 관련한 의학적 지식과 기술도 괄목할만한 비약적 발전을 이뤄 감염인의 평균 수명이 24년 이상 보장되고 있으며 향후 치료제의 지속적인 개발을 감안할 때 자신의 수명만큼 살 수 있으리라는것이 의료진들의 예측이다.

그러나 에이즈에 대한 인식은 1980년대 초반의 과도한 공포 분위기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이 고착된 편견과 차별이 병리학적 침해보다 더 극심한 사회적 정신적 심리적 피해를 불러 HIV감염인들의 자살사망률율 일반 국민의 10배 이상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 언론의 진지한 보도로 국민의식 전환해야

에이즈에 대한 국민의식 전환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 과제는 HIV감염인의 인권 증진과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면서 HIV 감염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기 때문이다.

‘나와는 상관없고’ ‘나와는 연관돼서도 안되는’ 일부 특수한 사람들의 끔찍한 병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에이즈에 대한 고정관념과 무관심이 병에 대한 공포를 낳기 때문에 국민들의 건강한 생활과 HIV감염인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차별 의식을 없애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에이즈 예방을 위해선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언론 보도는 우리 사회의 HIV감염인과 AIDS환자에 대한 인권의식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어 일반 국민과 보건의료인의 HIV감염인에 대한 인식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언론은 국제적 인권운동의 관점에서 사회적 소수자를 위해 에이즈 관련 기사를 자극적이기 보단 진지하고 바람직한 관점으로 보도해 HIV감염인/AIDS환자들의 사회적 편견 과 차별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 보도는 그렇치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에이즈에 대한 표면적 접근으로 되레 ‘낙인과 차별’을 부추기고 사회적 문제 제기에는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아직도 HIV/AIDS 발생과 관련한 단순 사실 보도와 에이즈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조장할 수 있는 기사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분석 대상 1천600건 가운데 5.4%인 86건만이 HIV감염인의 인권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 통제와 감시에서 예방과 교육중심 정책으로

국가인권위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감염인들은 의료기관에서 진료 차별, 보건소 감염인 관리에서의 인권침해, 본인의 동의없이 행해지는 HIV 검사와 부주의한 결과 통보로 인한 인권침해, 사회의 냉대와 편견으로 인한 인권침해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제 감염인의 숫자는 등록돼 관리를 받고 있는 감염인해 비해 3~10배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예방과 치료를 통해 HIV/AIDS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염인의 자발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통제 중심의 공중 보건 정책은 감염인의 사생활 침해와 사회적 차별, 낙인을 조장하고 되레 감염인의 공중 보건체계에서 벗어나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대다수의 국가는 감염인 인권보장과 지원, 예방을 위한 교육 홍보 중심의 정책을 실시하는 추세이며 이제 우리도 편견과 공포, 통제와 감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감염인에 대한 지원, 예방과 교육이 중심이 되는 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 적극적인 공익광고로 편견 해소해야

바로 이런 사항을 골자로 한 ‘AIDS예방법 개정법률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주내용은 HIV 감염 여부 검사의 익명성 보장을 하고, 근로자 건강진단과 관련해 HIV/AIDS의 경우, 사업주에게 통보하지 않고 근로자 개인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 법은 전향적으로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HIV감염인 실명(추적) 관리는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제도이나 자발적 HIV 검사의 활성화를 방해하고 실제로는 HIV감염 확산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우리나라 HIV/AIDS 관련 대중 홍보는 비감염의 감염 예방을 위한 ‘콘돔’ 사용 캠페인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처럼 ‘에이즈 환자를 겁내지 마세요’,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깹시다’ 라는 보다 적극적인 공익 광고를 통해 편견과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