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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상처…추억… 소소한 삶이 아름답다

‘소를 웃긴 꽃’ 등 60여편 시 담아
살면서 겪었던 과정 진솔하게 표현
독자가 편하게 읽을수 있도록 노력

‘소를 웃긴 꽃’
윤희상 지음
문학동네 출판/107쪽,6천원

 

“나주 들판에서/정말 소가 웃더라니까/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풀을 뜯는/소의 발 밑에서/마침 꽃이 핀 거야/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그것만이 아니라,/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올린 거야”(‘소를 웃긴 꽃’ 중)

윤희상(46)씨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것들을 소박하고 진솔하게 시로 옮기고 있다.

문학평론가 문혜원씨는 “윤희상의 시는 간결하고 단아하다. 어느 부분에서도 감정의 높낮이가 드러나지 않는 그의 시는 색을 극도로 제한한 그림을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고 보니 윤씨의 시들은 살아오면서 마주쳤던 일들을 한번쯤 다시 생각나게 만든다. 무심히 지나쳤을 만한 것들이지만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일처럼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가 최근 두 번 째 시집 ‘소를 웃긴 꽃’(문학동네)을 펴냈다.

“개인적으로는 수사적이고 장식적인 시들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시는 언어를 가지고 하는 예술이기에 수사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인의 마음이나 풍경, 대상 등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시인의 지나친 수사에 의해 사물뿐만 아니라 시의 주체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9년 문예지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윤씨는 이번 시집에서 표제작인 ‘소를 웃긴 꽃’을 비롯해 60여편의 시를 담았다.

“‘소를 웃긴 꽃’은 ‘소’와 ‘꽃’을 두고 자기 의지를 강요하지 않는 즐거운 관계를 생각하고 썼다. 형태상으로 보면 첫 번째 시집과 차이점은 편하게 읽히는 점들을 주력했다. 이번 시집은 반복에 의한 리듬으로 읽는 재미를 독자들이 느꼈으면 한다”

이 책은 ‘소를 웃긴 꽃’처럼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하는 시가 있는 반면, 생채기 같은 상처를 담담히 드러내기도 한다.

‘광주 조선대학교부속중학교를 함께 다녔다//1962년 12월 5일에 태어나/1980년 5월 21일에 죽었다/고등학교 3학년이었다//이웃집에서 살았다//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중략) //그는 총에 맞았기 때문에 죽었고,/나는 총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살았다’(‘田榮鎭’ 중)

윤씨는 전남 나주 태생으로 광주에서 청소년기를 지냈다. ‘전영진’이라는 시는 그의 중학교 동창의 이름이다. 각별한 친구가 고3때 그를 떠났다. 전영진은 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난 80년 봄에 총을 맞아 세상을 떠났다.

“한동안 시를 쓸 때, 지난 날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나이가 더욱 들어 쓰려고 했는데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려서 쓰게 됐다”

이번 시집에는 광주에 관련된 시가 다섯 편이 실려있다. 80년 광주를 겪은 이라면 누구나 그 시절을 이야기할 수 있을 법이다. 다소 식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는 아픈 기억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광주이야기를 글로써 표현했기에 식상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고장난 레코드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처럼 들리더라도 내가 경험했던 것이기에 식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들을 연속적으로 반복해야할 입장이다. 나는 거기(광주)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광주의 기억은 오늘날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꽃 피는 봄날,/꽃그늘에 들어가 울었다//1980 5월 이후로,/나의 안에서 이십여 년 동안 암약해온 무력 집단”(‘光州 五月團’ 전문)

윤씨의 시들을 읽다보면 살아가는 일들이 더욱 의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시집은 단순히 광주에 관한 글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아픔이 진솔하게 담겨있기에 의미를 둘 수 있다.“고3때 광주민주화항쟁을 겪으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나에게 육화된 것들이고 에너지이기에 끌어안고 가려한다. 나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소박하게 만나는 대상을 진솔하게 시로 옮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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