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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혁명의 빛과 어둠 중국의 치부 낱낱히 고백

中 대표작가 위화 ‘이광두·송강’ 두형제 통한 자본주의 사회 조롱

‘형제’ (총 3권)

위화 지음

휴머니스트 출판/ 9천800원

모택동 시대를 배경으로 쓴 ‘허삼관 매혈기’로 국내에서 인기를 모은 중국작가 위화가 ‘형제’를 들고 한국의 독자를 찾아왔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 개혁개방 시대의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대의 중국을 배경으로 이야기 펼쳐진다. 특히 관심을 끄는 점은 ‘형제’가 기존의 위화 소설과 다르다는 것이다.

바꿔 이야기하자면 ‘그의 소설관이 바뀌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형제의 1권은 정신적 광기에 사로잡힌 처참한 운명의 시대를, 2·3권은 윤리가 상실된 채 경박한 욕정을 추구하는 만물군상의 시대를 각각 대변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이광두’와 ‘송강’이라는 배다른 형제를 통해 문화대혁명과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중국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이광두라는 인물을 무척 좋아한다. 선악의 기준으로 그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 자체가 복잡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광두의 가장 큰 특징은 악하고 선한 면이 동시에 공존한다는 점이다. 굉장히 선하면서도 굉장히 악한 면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이기에 이광두에 대해서는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이광두라는 인물은 소설을 쓰는 사람조차 재미있게 해주는 캐릭터이다.”(‘위화의 형제 작가노트’ 가운데 인터뷰 일부) 그의 소설은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전(傳)’으로 볼 수 있다. 소설 ‘형제’는 이광두傳이다. 이제까지 위화가 써온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80~90년대에 중·단편을 쓸 때 이런 인물들이 그의 소설에서 존재할 수가 없었다. 위화는 장편소설을 쓰면서 소설 속 인물들이 자기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소설 속의 인물들이 스스로 말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단편은 일과 같아서 먼저 구상을 한 뒤 그것을 써내지만, 장편소설은 생활과 같아서 내년애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 수 없어 흥미롭다”며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틀이 아니라 내부 순간마다의 세부 서술이다. 세부 요소들 사이의 상호 추동 때문에 나는 장편소설을 쓸 때면 매일 새로움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형제’는 ‘허삼관 매혈기’ 등의 전작들과 달리 매우 극단적인 희극과 비극을 시도했다. 소설 속에서 이광두는 남녀 구분도 제대로 되지 않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여자 엉덩이를 훔쳐보곤 했다. 이 시기는 문화대혁명 이전 중국 사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더럽고 촌스러운’ 시기는 곧 연애편지조차 떳떳하게 주고받지 못하던 천진한 사람들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광두의 어머니 ‘이란’ 같은 일편단심 민들레형 여성은 2·3권에서 찾아볼 수 없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송범평’ 같은 인물도 2·3권에는 없다. 특히 ‘송강’처럼 순수하고 여린 인물은 2·3권에 묘사된 문화대혁명 이후의 극도로 통속화된 시대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몰아친 이후, 중국 사회는 그 더러움과 촌스러움조차 사라진 황폐하고 세속화된 모습으로 가득 차게 된다. 문화대혁명 이전과 이후, 1권과 2·3권은 그렇게 나뉘고, 분위기 또한 극단적인 비극과 희극으로 갈라지고 있다.

형제의 이야기는 중국 사회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치부와 치명적인 환부를 드러내고 있다.

그의 소설은 직설에 가까운 쉬운 화법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형제’는 유난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의 불편함은 천천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처럼 보인다. 조금 더 살다보면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다는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을 비벼대는 이야기이니 쉽게 풀리지 않을 숙제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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