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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에 빠진 독일을 조롱하다

2차 세계대전 전 유럽을 파국으로 몰고간
악마에게 영혼을 판 천재음악가의 비극적인 삶

‘파우스트박사’

토마스 만 지음·필맥 출판

1권420쪽·2권392쪽 각 권 1만원

20세기 독일 소설가이자 유럽의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전통을 계승한 작가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가 최근 출간됐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악마와 계약을 맺은 예술가가 천재적이고 놀라운 작품들을 창작하다가 결국에는 정신적 파멸에 이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토마스 만이 이 책을 쓰기 시작한 해인 1943년은 나치 독일의 패전이 임박한 시기였다.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전 유럽을 파국으로 몰고 간 파시즘에 관한 글과 강연을 통해 공공연히 독일을 비판해온 작가는 파시즘을 낳을 수 밖에 없었던 독일의 정서와 정신적 배경을 ‘파우스트 박사’의 주인공 아드리안 레버퀸으로 의인화했다.

이 소설은 파우스트처럼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판 천재 음악가의 이야기이다.

창작의 위기 앞에 선 자만심 가득하고 고독한 천재 작곡가는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지만, 그는 영혼을 악마에게 맡긴 채 정신적 파멸에 이르게 된다.

파우스트 테마의 20세기 버전으로 볼 수 있는 이 소설에서 토마스 만은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악마와의 계약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작가는 악마와의 계약을 어떻게 드러낼까.

토마스 만은 주인공 ‘레버퀸’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한 사창자에서 만난 매춘부로부터 성병을 얻는 것으로 악마와의 계약을 암시한다.

이후 병으로 인한 혼수상태에서 악마를 만나게 된 레버퀸은 그에게서 이미 계약이 성립됐음을 확인 받는다.

레버퀸은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판 대가로 24년 동안 위대한 곡을 작곡해낼 능력을 부여 받는다.

24년의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아드리안’은 지인들 앞에서 행한 고백을 통해 그와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모든 불행이 그 계약으로 인한 결과임을 밝히게 된다.

주인공 레버퀸의 모델은 토마스 만이 깊은 관심을 보였던 ‘니체’다.

이 작품에서 니체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니체의 일생과 그가 겪은 비극은 레버퀸의 삶과 많은 점에서 유사성을 지닌다.

레버퀸이 겪은 사창가의 경험과 그 때문에 병에 걸리게 된 점, 55세까지 살다가 8월25일에 죽었다는 점, 사망 전 10년 동안 정신이상자가 되어 어머니의 간호를 받은 점 등이다.

하지만 토마스 만은 이 작품에서 니체의 삶을 조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만 소설적 모티브를 니체의 삶에서 찾은 것 뿐이다.

이는 창작의 벽에 부딪쳐 겪는 절망적 상태를 표현하고, 그 돌파구를 찾다가 잘못된 길에 이르는 과정을 니체의 삶을 모델로 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토마스 만은 한 개인의 전기를 넘어 독일국민의 내면성을 1~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의 유혹에 넘어가 파시즘에 열광한 독일 국민의 자기성찰로 발전시킨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소설이 가진 깊이에 매료돼 처음엔 눈치 못했던 상징적 장치들을 점차 느끼게 된다는 묘미를 준다.

독일의 역사와 니체의 문학, 독일의 낭만주의 음악, 파우스트 전설 등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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