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아저씨등 기상천외 경주마 이름 다양
서울경마공원에 기상천외한 경주마 이름이 등장해 관중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보편적으로 사람의 호칭인 ‘아줌마’와 ‘아저씨’부터 ‘도시처녀’, ‘럭셔리’까지 예전 고전적인 이름을 과감하게 타파하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출전하는 경주에서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배꼽을 잡는다. “선두 4번마 아줌마! 아줌마! 약 2마신 차이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만 1번마 가속대타가 직선 주로 들어 아줌마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럼 경주마의 이름은 누가 지을까.
경주마는 사람처럼 작명소나 부모가 지어 줄 수 없으므로 소유자인 마주가 결정한다. 또 KRA 말 혈통 등록 사이트(www.studbook.co.kr)에서 말 이름을 공모해 채택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울경마공원 마방에 기거하는 약 1천400여두는 혈통의 우수성과 좋은 성적에 대한 기대, 마필의 외모, 생산지역 등이 이름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가문영광’, ‘명문가문’ 등은 혈통의 우수성을, ‘럭키세븐’, ‘금고’, ‘황금물결’, ‘골든벨’ 등은 알찬 수익을 기대하는 마필 관계자들의 소망이 담겨있다.
외모에서 기인한 이름은 ‘백광’, ‘갈샘’, ‘갈색무적’ 등이 있다.
생산지나 마주의 고향 등을 나타내는 이름으로는 ‘남도사랑’, ‘남해금산’, ‘삼다한라’ 등이 있다. 그러나 이름도 경우에 따라선 제한을 받는다.
기본적으론 마주의 의견을 반영하지만 간혹 마필을 구분하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뜻이 불분명한 경우는 불가판정을 내린다. 예를 들면 ‘홍길동’이 있다면 추후 등록하는 마필은 ‘홍길동II’로 구분하는 식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보호를 받는 ’국제보호 마필 명’은 마치 메이저리그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름처럼 어떤 경우에도 등록이 불가하다.
얼마 전 미국의 경마 관련 잡지에 씨암말 Pardon(용서)의 자마 이름이 No robbery(절도는 안돼)이고, No robbery의 자마 이름은 No crime(범죄는 안돼)이라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서양보다 미풍양속을 중요시하는 우리 문화상 이처럼 다소 파격적이고 노골적인 이름의 등장은 어려우나 더 기발한 이름이 경주로를 질주, 경마팬에게 더 큰 웃음을 주는 것도 또 하나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