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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29>-깨달음의 길

태고 의심 풀고 깨달음의 길 정진 - 소설가 이재운

태고는 그 후 1700가지 공안을 차례로 들여다보았는데 암두(岩頭)의 밀계 덕산화(密啓德山話)에서 그만 막히었다.

그러나 그 뒤 다시 정진을 계속하여 마침내 의심을 풀어버렸다. 그 때의 상쾌한 기분과 냉소가 섞인 시 한 편이 있다.

- 암두가 비록 쏘기는 잘 쏘았으나 이슬에 옷 젖는 줄은 몰랐네.

공안의 내용은 이러하다.

어느 날 암두가 문턱에 걸터서서 덕산에게 물었다.

“이게 평범한 것이오, 성스러운 것이오?”

덕산은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자 암두가 절을 했다.

동산(洞山)이 나중에 이 일을 듣고 말했다.

“만일 암두가 아니었다면 알아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뒤에 다시 동산의 평을 전해들은 암두는 이를 부인했다.

“동산 노인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모르면서 실언을 했다. 난 그때 한 손은 흔들고 한 손은 쥐고 있었다.”

그 뒤로 태고는 소요산 백운암에 머물면서 깨달음의 빛을 더욱 밝혀나갔다.

태고의 나이 서른여섯 살 때의 일이었다.

때마침 중국에서 무극(無極)이란 스님이 찾아왔다.

태고 스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만나러 온 무극은 태고와 몇 마디 시험적인 선문답을 나눴다. 범상하지 않음을 느낀 무극은 태고에게 중국으로 가라고 권유했다.

“고려에 화상같은 대덕이 계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임제(臨濟)의 정맥이 아직 끊어지지 않고 석옥 화상에게 내려와 있으니 빨리 가셔서 인가를 받도록 하십시오.”

태고가 깨달음을 이루어나가던 고려 말기에는 태고의 스승이 될 만한 고승 대덕이 없었다.

그래서 태고도 자신의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인지 따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인가받지 않은 깨달음은 신도들까지도 인정하지 않는 선가의 관례가 있었기 때문에 태고는 그때까지도 보통 스님이었다.

그래서 태고도 석옥을 찾아가 시험을 받고 싶었지만 중국으로 가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삼각산 중흥사에서 그 유명한 태고암가를 부르며 5년을 지냈다.

태고는 나이 마흔여섯 살이 되어서야 겨우 중국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북경의 대관사(大觀寺)를 찾아갔는데 태고의 명성이 날로 높아져 원나라 황제의 청으로 궁중에서 설법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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