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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review]연극 - 밥을 먹다

밥보다 술이 많아 의미 퇴색
산만하고 어수선연기는 짜증

“삼촌, 밥 먹자. 원래 식구는 같이 밥 먹고 그러는 거야.”

“그냥 라면이나 먹자.”

“가족과 함께 먹는 밥이 최고의 보약이래. 된장찌개 끓여 줄까?”

“그 놈의 밥, 밥, 밥. 넌 밥 한 끼 안 먹었다고 죽냐?”

10일 오후 7시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막이 오른 연극 ‘밥을 먹다’(작·연출 문선주)는 함께 밥을 먹는 ‘식구(食口)’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극은 아이러니하게도 ‘밥을 먹는’ 장면보다 ‘술을 먹는’ 장면을 더 많이 보인다.

막이 오르면서 부모를 여의고 10년째 홀로 생활하고 있는 외로운 강주 앞에 감옥에서 출소한 삼촌인 복서가 나타난다. 갈 곳이 없는 복서는 강주와 함께 살게 되고, 이들은 가족이라는 즐거운 울타리 안에서 꿀맛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권투로 인해 감옥살이를 했던 복서는 다시 권투를 시작하려하고 이를 말리려는 강주와 극심한 갈등을 겪는다. 결국 복서는 홧김에 집을 나가고 강주는 다시 혼자가 된다.

이렇듯 강주가 혼자인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몸부림치는 사이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사실 극은 지극히 일상적인 ‘밥’이라는 소재처럼 단순하기 그지없다.

함께 밥을 먹는 복서(삼촌)를 바라보며 행복에 겨워하는 강주의 모습과 ‘가족과 함께 먹는 밥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대사로 극의 주제는 함축될 수 있다.

그러나 극은 이런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때때로 몰입을 방해하는 배우들의 합의 없는 리액션이 극을 산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데 극의 무대가 되는 강주의 집에는 현관과 화장실이라는 두 개의 문이 등장하는데 배우들은 이를 마임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이 어설픈 마임연기는 오히려 안 한 만 못했다. 하다 말다 하는 마임은 오히려 어수선한 혼란만 가중시켰다.

불을 켜고 끄는 스위치를 표현한 모습도 배우들마다 제각각이었다. 강주는 손바닥으로 벽면을 ‘탁’ 소리가 나게 친 반면 복서는 스위치를 잡아 손으로 올리는 섬세한 마임으로 표현했다.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녀가 삼촌과 조카를 연기한 것도 사실감을 떨어뜨렸다. 오히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이 장난을 치며 이불 위에서 뒹구는 모습은 ‘식구’라기보다 사랑하는 연인쯤으로 보였다. 굳이 2시간 남짓한 공연이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10년을 홀로 생활했다는 강주에게서 외로움의 흔적이 묻어나지 않은 점도 의아했다. 오히려 삼촌의 등장을 조금 뒤로 미루고 강주의 외로움을 좀 더 관객에게 어필했으면 어땠을까.

이번 작품은 이달 말까지 대학로 헤화동 1번지 무대에도 오른다. 보다 충실하고 섬세한 연기로 관객과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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