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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32>-깨달음의 길

차 한잔의 깨달음을 모르는 원주 - 소설가 이재운

 

태고암 속 태고의 일을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 이것은 오직 지금도 밝고 분명한데 / 백 천의 삼매(三昧)가 가운데 있어 / 만물을 이롭게 하고 인연에 따르니 늘 고요할 뿐이네

이 암자는 나만이 사는 곳이 아니라 / 수많은 불조들이 풍격을 같이하네 / 진정코 말하노니 그대는 의심하지 말라 / 지혜나 지식으로 헤아리기 어렵다네

빛을 돌이켜 비춰보아도 오히려 아득하고 / 당자에 그대로 알았다 해도 자취를 남기며 / 무엇인가 물어도 크게 어긋나거나 / 움직이지 않고 변하지 않기가 바윗돌 같네

모든 걸 놓아버리고 망상을 갖지 말라 / 이게 바로 여래의 큰 깨달음이라네 / 긴 세월 그 어느 때 이 문을 나왔던가 / 잠시 지금의 이 길에 떨어져 머물고 있네

이 암자는 원래 태고라고 하지 않았는데 / 오늘로 해서 태고라고 부르네 / 하나 속의 일체, 일체 속의 하나이나 / 하나라 해도 맞지 않아 항시 분명하여라

모나고 둥글어 / 흐르는 대로 흐르는 곳이 모두 다 그윽하니 / 그대가 산 중의 경치를 묻는다면 / 솔바람 시원하고 달빛이 냇물에 가득하다고 하겠네

도도 닦지 않고 참선도 하지 않고 / 향은 다 타서 향로엔 연기가 없네 / 그저 기세좋게 지내거니 / 무엇하러 구차하게 그 짓을 하랴

뼛속에 사무친 밝음이여 / 뼛속이 사무치게 가난하니 / 살아갈 계책이 위음왕불(威音王佛) 앞에 있네 / 한가할 때 태고가를 부르고 / 철우(鐵牛)를 타고 인천(人天)을 노니네

여기에 약간의 주석을 붙인다.

2연의 소실(少室)은 소림사로, 달마 대사가 9년간 면벽을 하던 곳이다. 5연의 ‘운문 호병’은 화두다.

어떤 스님이 운문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처와 조사를 초월한 말입니까?”

그러자 운문이 대답했다.

“호병이다.”

호병은 깨로 만든 떡이다. 뜰 앞의 잣나무니 하는 유형의 대답임을 알 수 있다. 또 같은 연의 ‘조주의 차’ 역시 화두다.

조주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여기에 와 봤어?”

“예.”

“차 한 잔 마시고 가.”

또 어떤 스님이 또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하자 역시 차나 마시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원주가 그 까닭을 물었다. 원주는 도대체 어떠한 질문에도 무조건 차나 한 잔 마시라는 조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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