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은 스무 살 나던 해 이웃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동네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갑니까?” 하고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답답해진 나옹은 그 길로 경상도 문경군 공덕산에 있는 묘적암으로 가서 요연(了然)이라는 선사를 만났다.
나옹은 이미 입산을 결심한 터였다.
요연이 왜 스님이 되려는지를 묻자 나옹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삼계를 벗어나 중생을 이익되게 하렵니다. 잘 가르쳐 주십시오.”
삼계는 윤회가 거듭되는 중생의 세계를 가리킨다. 욕계, 색계, 무색계가 그 세 가지다.
요연이 또 물었다.
“너를 여기까지 걸어오도록 한 것이 무엇이냐?”
“말도 하며 듣기도 하는 것이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보려 해도 볼 수 없고 찾으려도 찾을 수 없으니 참으로 이상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찾아볼 수 있겠습니까?”
“그건 나도 모른다. 다른 스님을 찾아보아라.”
나옹은 하는 수 없이 경기도 양주에 있는 회암사로 가서 밤낮으로 참선에만 주력하였다.
하루는 회암사에 와 있던 한 일본 스님이 석장을 두드리면서 대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중은 이 소리를 듣는가?”
아무도 대답하는 납자가 없었다. 그때 나옹이 나서서 게송 한 수를 지어보였다.
선불장(選佛場) 가운데 앉아서 / 눈을 붙여 보니
보고 듣는 것이 다른 물건이 아니라 / 원래의 이 옛 주인일세.
선불장은 참선 수행을 하는 곳, 즉 절을 가리킨다.
게송을 듣고난 일본 스님은 나옹의 근기가 뛰어나다며 칭찬했다.
나옹은 회암사에서 4년간 더 좌선에 정진한 끝에 밝은 지혜를 얻고 훌륭한 스승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 시기적으로 태고 스님과 거의 비슷한 때에 중국으로 간 것 같다.
처음엔 법원사에서 서천(西天), 지공(指空) 두 화상을 친견했는데 지공이 먼저 나옹에게 시비를 걸었다.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어디서 왔는가?”
“고려에서 왔습니다.”
“바다로 왔는가, 육지로 왔는가? 아니면 신통으로 왔는가?”
“저는 신통으로 왔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그 신통을 한 번 보이게나.”
“그러믄요.”
나옹은 지공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손을 맞잡았다.